[건설사 옥죄는‘미분양 덫’못받은 분양대금 20조원…워크아웃·법정관리 속출

입력 2012-04-1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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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난 신음하는 건설사들

20조원. 건설사들이 전국 미분양 아파트에 물린 자금(분양대금)의 추산액이다. 건설업계는 미분양 아파트 한 가구에 평균 2억원의 자금이 묶인 것으로 계산한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 수가 공식적으로는 6만4850가구(2월 기준)이지만 업계에서는 실제 미분양 주택가 10만가구를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 가구당 평균 분양가(2억원)와 미분양 가구수(10만가구)를 환산해 볼 때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로 묶인 자금이 2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건설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이 금액(20조원)보다도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분양 가구수에 대한 국토부의 공식통계는 입주자 공고를 낸 2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 수치만 집계한 것이다.

따라서 타운하우스나 오피스텔 등은 공식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실제로 수도권 인근에 분양한지 수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해 할인분양에 나선 오피스텔이나 타운하우스가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는 한국경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미분양이 늘면서 20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묶여 현금 유동성 위기를 겪어야 했으며 10여개 업체가 결국 워크아웃이 결정됐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대두돼 건설사를 떨게 하고 있다.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완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가계부채 심각성을 우려한 금융당국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어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20조원 이상 자금이 묶인 상황에서 금리가 1% 라도 오르면 건설사들의 추가 이자부담은 2000억원 이상에 이른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을 염려하는 이유다.

건설사들의 걱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극심한 부동산 경기 위축속에서 최근 크게 늘고 있는 미입주가 그것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미입주 가구수가 수도권 2만여 가구를 포함해 전국 6만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분양가보다 시세가 낮은 깡통 아파트가 속출하다 보니 계약포기에 따른 미입주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건설사들은 미분양 보다 오히려 미입주가 더 곤혹스럽다고 말한다. 미분양은 공사 초기라 당장 자금 압박이 덜 하지만 미입주는 투자비 회수와 직결돼 건설사 자금 유동성에 직격탄이 된다.

실제로 계약자들의 해약이나 입주포기 등 미입주로 중도금이나 잔금회수가 막히게 되면 건설사들은 공사비 회수는 커녕 오히려 금융권으로 부터 빚독촉에 몰린다. 사업 시행자 대신 지급보증을 선 건설사를 상대로 은행 등 금융권이 대위변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미입주에 따른 추가비용도 큰 부담이다. 여전히 주인을 찾지 못한 집을 다시 팔아야 하는 건설사는 재분양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추가 경비로 지출되는 것이다. 계약 중도금 무이자 융자를 뿐만 아니라, 분양가 할인도 건설사 부담이다.

사업 일정 지연에 따른 금융 비용도 고스란히 건설사가 떠안아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이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른다는 게 건설사측의 전언이다. 이에 주택사업에 올인하던 건설사는 벼랑끝에 몰렸다. 특히 대규모 미분양에 크게 발목잡힌 건설사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대출 상환 압박과 맞물려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었다.

실제로 2010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시공능력 평가 26위였던 벽산건설은 부산 지역의 미분양이 발목을 잡았다. 이에 따른 5570억원에 이르는 PF지급 보증이 재무구조를 악화시켰다.

같은해 5월 워크아웃에 돌입한 동일토건은 대구의 중대형 위주 분양이 화근이 됐다.

앞선 2009년 부터 워크아웃 중이던 월드건설은 지난해 2월 쓰러졌다. 자금난으로 결국 기업회생 절차를 택해야 했다. 월드건설 뒤를 이어 시공순위 43위의 진흥기업도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워크아웃을 요청했다. LIG건설은 미분양 적체로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지난해 3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역시 PF 비용과 공사 미수금이 발목을 잡았다.

심지어 아예 분양조차 시도하지 못한 채 빚더미에 올라선 곳도 있다. 동양건설산업은 서초구 내곡동 헌인마을 PF대출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또 삼부토건은 간신히 법정관리를 철회하면 기사회생했다. 10대 건설사도 공포 분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10대 건설사가 보유한 우발채무는 최저 3000억원에서 최대 3조3000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준으로 10개 대형사 중 2008년보다 우발채무가 늘어난 회사는 절반인 5개사로 집계됐다.

따라서 위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중’이다. 금융위기 이후 수년째 이어온 주택시장 불황으로 기존 워크아웃 돌입 건설사들의 법정관리 행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금융감독원이 추가로 10개 이상 건설업체에 대한 중점관리 계획을 시사함에 따라 주택사업에 비중이 큰 일부 건설사는 시장 퇴출 가능성까지 마저 거론되고 있다.

먼저, 금감원 워치 리스트의 경우 전체 매출 중 주거용 건축비중이 50% 이상이거나, 전체 차입금에서 저축은행 비중이 25%를 웃돌고 PF보증금액이 자기자본의 200%를 넘는 기업 중 2012년 결산 기준 재무안전성과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건설업체가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올해 안에 10대 건설사 안에서도 한 곳 정도가 무너질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온다. 게다가 앞서 지난 2008년 이후 워크아웃에 돌입한 일부 중견건설사들은 워크아웃 졸업은 커녕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공능력 평가 100위 이내 14개 워크아웃 건설사 가운데 신동아건설과 동문건설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12개 건설사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대림산업 계열사인 고려개발을 물론 효성그룹 계열 진흥기업, 중견 우림건설 등이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중견 건설사 한 관계자는 “금감원 워치 리스트에 10대 건설사도 들어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최근 분양시장 근간이 흔들린 상황에서 시장 퇴출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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