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야권연대 시너지 효과 '글쎄'

입력 2012-03-27 10:21 수정 2012-03-2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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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

우여곡절 끝에 타결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야권연대 시너지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 시너지 효과에 따라 올 겨울 대선구도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권연대의 시너지 효과를 논할 때 먼저 생각해야 할 부분은 후보 단일화가 요술지팡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야권단일후보가 된 이봉수 후보가 김태호 후보를 이기지 못했던 점 그리고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야권단일후보인 유시민 후보가 패했던 일 등을 상기해 보면 후보단일화가 무조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효과는 특정 조건과 결합했을 때 비로소 나타난다. 그 첫 번째 조건은 인물이다. 단일화 과정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후보단일화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선명성만을 강조하는 후보 혹은 유권자의 호불호가 뚜렷이 갈리는 후보로 단일화 됐을 때에도 시너지 효과는 반감될 수 있다.

두 번째 조건은 구도다. 6.2 지방선거를 보면 지역 단위의 야권연대가 위력을 발휘했는데 그 이유는 당시 야권이 구도를 이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안함 사태로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단순 구도가 유권자들에게 먹혔기 때문에 후보단일화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종합적으로 말하자면 야권연대의 시너지 효과는 선거구도가 야권에게 유리하게 형성돼 있어야 하고 단일화된 후보가 경쟁력이 있을 때 극대화된다.

이에 비춰보면 현재 야권연대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선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먼저 지금의 구도는 야권이 주도하는 구도가 아니라 끌려가는 구도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애초에는 ‘MB정권 심판론’이라는 유리한 구도가 형성돼 야권의 입장에선 이 구도를 그냥 끌고 가기만하면 됐지만 민주당이 한미FTA 폐기론을 들고 나오면서 정권 심판구도는 이념구도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런 이념구도는 한명숙 대표의 제주도 강정마을 방문으로 고착화됐다. 이념구도가 정권심판론을 덮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바뀐 구도는 대통령 친인척 비리 혹은 권력형 비리가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게 되지 않는 한 당분간 유지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두 번째 이유는 후보단일화 과정의 문제점이 선명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서울 관악을이 그 대표적인 예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여론조사 조작의 책임을 지고 후보직을 사퇴했지만 국민들에게 각인된 이미지는 쉽게 회복될 것 같지 않다. 이정희 대표가 애매한 말만 하며 버티다가 물러나는 것을 본 국민들은 진보세력에게 더 이상 도덕성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쯤 되면 야권연대의 시너지는커녕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를 초래할 판이다. 더구나 이념구도가 정착될수록 이념 색채가 강한 통합진보당은 민주당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텐데 여기다가 도덕 불감증의 모습까지 보였으니 선거 승리를 위해 중도층의 지지가 필요한 민주당의 입장에선 정말 난감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금 미사일을 쏘겠다고 난리치는 북한 때문에 야권은 더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것은 분명하다. 본래 북한의 경우 미사일은 미국과 일본에 대한 위협용으로 그리고 국지적 도발은 대남 위협용으로 사용해왔다. 북한이 만일 국지도발로 위협했다면 야권은 과거 6.2 지방선거 때처럼 “대북 강경책 때문”이라는 구호를 사용할 수 있겠지만 미국과 일본을 위협해서 발생하는 한반도 위기는 그런 구호를 사용할 수 없다. 그러니까 야권의 입장에선 말 한마디 못하고 한반도 위기 때문에 강화될 수밖에 없는 이념구도 속에 갇힐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은 공직윤리 지원관실 사건을 계기로 다시금 정권 심판론 구도를 되살리려 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문제는 한 번 제기됐던 사건이고 사안이 복잡해 정국을 변화시킬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쨌든 분명한 건 야권은 지금 상당히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신율 교수 약력

△1961년 출생 △고려대 정치외교학 학사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대학원 정치학 석·박사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현) △통일부 정책심의위원 △여성부 정책기획위원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한국정치학회 섭외이사 △KBS1 ‘생방송 심야토론’ 진행 △CBS라디오 ‘시사자키’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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