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탁환 작가 "개화기·커피, 그리고 문명의 충돌…그 안에 여성 담고 싶었다"

입력 2012-03-2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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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비' 원작 '노서아가비' 김탁환 작가

▲영화 '가비'의 원작소설 '노서아 가비'의 김탁환 작가. 그는 커피라는 개인적 취향을 소재로, 한 인간의 삶을 특정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맛깔스럽게 전개했다.
주진모, 김소연 주연 영화 ‘가비’의 원작은 작가 김탁환 소설 ‘노서아 가비’다. ‘노서아 가비’는 러시아 커피의 한자식 표현이다. 조선 말엽 아관파천 시기 고종과 그에게 커피를 만들어주는 따냐란 여인 그리고 고종 독살사건을 주도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노서아 가비’가 영화로 진행될 수 있었던 데는 김 작가의 독특한 발상, 맛나는 이야기 전개법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

작가 김탁환과 소설 및 영화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다.

소설은 커피로부터 시작된 얘기를 사람으로 끝맺는다. ‘커피’를 소재로 극적 이야기 전개를 풀어낸 김 작가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그는 “커피를 통해 개인의 취향을 말하고 싶었다. 조직, 집단, 혹은 국가 단위가 아니라 ‘맛’을 통해 지극히 은밀하고 개인적인 취향으로부터 한 인간의 삶을 풀어보는 재미에 초점을 맞춰봤다”고 답했다.

이어 김 작가는 “개화기는 중세와 근대, 전통적인 것과 외래적인 것이 만나고 충돌하고 뒤섞이는 시기다. 커피는 외래에서 들어온 신문물의 대표다. 이를 통해 개화기만이 지닌 독특한 시대상을 그려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여주인공 따냐를 통해 그리고 싶었던, 말하고 싶었던 점은 무엇일까. 김 작가는 자신이 쓴 2006년 작품 ‘파리의 조선 궁녀 리심’을 언급했다.

그는 ‘리심’과 ‘노서아 가비’는 무늬가 다른 나비의 두 날개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리심과 따냐 모두 개화기에서 가장 출중한 여성들이다”며 “‘파리의 조선 궁녀 리심’이 시대의 한계 속에서 자살한 비극적인 여성의 일생을 담았다면, ‘노서아 가비’의 따냐는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유롭게 사는 여성의 일생을 경쾌하게 그리고 싶었다”고 비교했다.

▲김탁환 지음/ 박상희 그림/ 살림출판사 펴냄/ 1만원
사랑이나 민족이나 국가에 집착하는 여성이 아닌 삶 단계를 뛰어넘는 여성을 담고 싶었다는 김 작가는 여성 캐릭터 연구에 몰두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는 “지금까지 개화기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들 속 여자들은 어둡고 느리고 늘 울상이었다. 나는 이 시기에 존재했을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그가 그려낸 것은 남성 중심의 세상을 마음껏 조롱하며 때론 사기치며 달려 나가는 여자와 그녀 발걸음 및 속마음이었다.

‘노서아 가비’의 특징 중 하나가 다른 소설과 달리 구성상의 축약이나 생략적인 부분이 많다. 특별히 그렇게 구성한 이유가 있을까.

김 작가는 “나는 인물과 사건에 맞춰서 문체와 구성을 달리 하는 작가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로버트 드니로가 배역에 따라 표정과 말투까지 바꾸듯이 ‘노서아 가비’의 여자사기꾼이자 커피애호가인 따냐에게 가장 적합한 형식을 택한 것일뿐” 이라고 했다.

김 작가의 소설이 영화나 드라마화 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등 손에 꼽을 수을 만큼 많다. 가장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원작을 지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이야기에 흡입력이 있다는 말이다. 그럴 수 있는 작법의 비결이라도 있는 것일까?

김 작가는 “나는 이야기의 장면들이 눈을 감았을 때 선명하게 떠오를 때까지 구상하고 공부하며 기다리는 편”이라며 “그것들이 흐리면 초고를 시작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에겐 스무 편 넘는 장편소설에 중단편과 연구서, 산문집을 합쳐 50권 분량을 훌쩍 넘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항상 마지막에 출간한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고 답했다. 이유는 그 작품보다 더 나은 작품을 써야 하기 때문이라고.

김 작가는 “그래서 기억에 남는 작품은 항상 바뀐다. 지금 내겐 2010년에 출간한 ‘밀림무정’이다. 호랑이와 포수가 겨울 개마고원에서 목숨을 건 결투를 벌인 작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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