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car] 새차 살 때 연비기준 꼼꼼하게 체크

입력 2012-03-1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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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연비 현실화 기존보다 20%↓…업계 올 출시 신차 지난해 미리 인증받아

#“살인적이다. 이 말도 부족한 감이 있다·”

산뜻한 디자인과 디젤차 나름의 공인연비에 이끌려 지난해 국산차를 구매한 직장인 박윤희(31세) 씨의 말이다. 인천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매일 왕복 60km를 출·퇴근하는 박 씨는 한달에 유류비로 30만원 가량을 지출하고 있다. 출근 시간이 여타 기업보다 2시간이나 빨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벅찬 박 씨의 얼굴은 고유가의 그늘이 짙다. ‘싸고 연비 좋다’는 디젤차량을 가리키는 수식어 중에 ‘싸다’는 표현은 이미 옛말이 돼 버렸다.

▲리터당 전국 평균 1994원, 서울지역은 2075원. 사실상 전국이 기름값 리터당 2000원 시대에 접어들면서 운전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올초 고유가로 인해 디젤차량으로 교체한 직장인 김영준(35세) 씨는 급기야 운전대 잡기를 포기했다. 리터당 15.6㎞라는 공인연비가 100% 실현되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내심 리터당 12~13㎞는 나올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실제 사정은 크게 달랐다. 리터당 10㎞를 가기도 버거웠다. 운전습관을 개선해 보려고 노력도 했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결국 김 씨는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의 애마는 어느새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주차장에서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

2012년 대한민국의 기름값은 올라도 너무 올랐다. 휘발유의 전국 평균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더니 2000원이라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어 버렸다. 조만간 2100원 돌파도 예상된다. 가히 ‘미친 기름값’이라 불러도 어색함이 없다.

운전자들은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연비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값싼 주유소 정보를 알려주는 사이트엔 접속자가 폭주해 사이트가 다운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알려진 알뜰주유소엔 기름을 넣으려는 운전자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셀프주유소도 덩달아 인기몰이 중이다.

그동안 치솟는 기름값에 가슴만 쓸어내리고 있었다면 이제는 연비에 눈을 돌려보자. 디자인과 위세를 과시하기 위해 연비를 포기했던 경험은 이젠 잊는 게 좋다. 과거에 비해 연비의 수준은 물론이거니와 선택의 폭이 한층 넓어지고 있다.

◇연비, ‘숨겨진 진실’은?= 자동차 연비란 단위 주행거리 또는 단위 시간당 소비하는 연료의 양을 말한다. 보통 1리터의 기름을 넣고 어느 정도 거리를 갈 수 있는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지속적인 고유가로 인해 연비는 자동차 업계의 화두이자 소비자들의 신차 선택 기준 중 최우선 가치가 됐다. 이에 정부는 이달부터 올해 출시되는 모든 차에 대해 새로운 연비 측정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 복합연비까지 세 가지가 함께 표시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연비 기준을 적용하면 기존 연비보다 평균 20% 정도 낮게 표시된다고 말한다.

올해 새로 도입하는 연비측정 기준에 따르면 시내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 고속과 급가속, 에어컨 가동 주행, 외부 저온조건 주행 등 복합적 상황에서 각각 측정한 후 연비를 산출하게 된다. 도심 연비와 고속도로 연비, 이들을 각각 55%와 45% 비중으로 합산한 복합연비 등 세 가지 정보가 모두 라벨에 표시된다.

실제로 기존 측정방식에서 공인연비가 리터 당 17.8km였던 차량의 경우 실제 주행 측정에서는 시내의 경우 리터 당 16.64km였다. 고속도로에서는 22.05km이 나왔다. 반면 개정된 연비측정 공식을 적용하면 시내에서는 12.65km, 고속도로에선 15.31km으로 뚝 떨어졌다.

자동차 업체들은 이럴 경우를 대비해 올해 출시할 신차에 대해 연비 인증을 지난해 일찌감치 받아뒀다. 실제 올해 신차 12종 가운데 단 3종만이 새로운 기준을 적용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에 올해 3월 이후에 나올 신차는 새 연비를, 나머지 차들은 예전 연비를 그대로 표시하는 혼란이 예상된다. 새 차 살 때 연비 확인이 필수인 만큼 차량 연비, 꼼꼼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표1, 연비측정 방식 변동사항>

◇하이브리드 차의 연비는 생각보다 나쁜 것일까?= 최근 운전자들은 기름 값이 적게 드는 디젤차와 연비가 좋기로 알려진 하이브리드차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연비가 높고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하이브리드카를 구입하려고 했지만 힘과 연비 면에서 오히려 디젤차가 낫다는 평가로 엇갈리고 있다.

실제로 고유가 대안으로 일반 차량보다 비싼 하이브리드차를 구입했다가 기대에 못 미치는 연비로 불만을 토로하는 운전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기아차 K5 하이브리드의 경우 운전 습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실제 연비는 리터당 14km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인연비가 리터당 15.7km에 비해 11%나 낮은 수치로 공인연비 달성 수준이 89%에 그쳤다.

도요타 캠리 하이브리드가 리터당 공인연비 17km 대비 실제 연비가 16.2km로 공인연비 달성수준이 95.3%에 달하는 것과 상당한 차이다. 공인연비와 실제연비는 각각 미국 환경보호청 등록기준과 컨슈머리포트 실험자료로 한국연비 기준과 다소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연비 측정기준이 우리보다 엄격한 미국에서는 지난달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 상급법원은 2006년형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를 산 한 소비자가 “광고엔 연비가 리터당 21.3㎞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12.7㎞ 밖에 되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운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혼다 측이 “실연비는 운전 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소비자에게 9867달러(1100만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여파는 현대차와 포드에까지 번지고 있다. 미국의 일부 소비자 단체에서 “현대 엘란트라와 포드 포커스의 고속도로 연비가 리터당 17㎞라고 광고하지만 이는 사기”라며 광고를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에 자동차업계는 하이브리드차의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나쁜 운전 습관이 문제라고 대응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는 엔진과 모터를 겸용해 가장 효율적으로 운전한다는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하이브리드차는 배터리 힘으로 돌리는 전기모터가 시시때때로 가솔린 엔진을 대신하거나 힘을 보태 연비를 향상시키는 구조인데 급출발·급가속을 계속하면 전기모터에 무리가 발생한다는 예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다른 나라 운전자들에 비해 급하고 거친 운전이 몸에 밴 경우가 많아,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기가 더욱 어렵다”며 “이런 습관으로 하이브리드 차를 운전하면 더욱 에너지 절감 특성이 사라지면서 연비가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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