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현대차의 힘③] MK ’품질 혁신’채찍질…車 본고장 유럽서도 벤치마킹

입력 2012-01-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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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정세영 회장 ’기술’강조…代 이어 연구개발에 명운 걸어

▲오늘의 현대·기아를 있게 한 '자동차 기술의 산실'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 전경.
“현대차가 세계에서 잘 나가는 이유는 품질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품질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남양연구소가 없었다면 오늘의 현대차도 없었습니다. 남양연구소는 현대차에게 매우 놀라운 보물창고입니다.”

존 크라프칙 현대자동차 미국법인(HMA) 사장이 최근 열린 2012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남긴 말이다.

그의 말처럼 오늘의 현대차가 있게 한 가장 큰 힘은 높은 수준의 품질과 선진 첨단기술의 선점에 있다. 여기에는 꾸준한 R&D(연구·개발) 혁신이 뒷받침이 됐다.

한때 현대차는 세계적 조롱거리였다. 현대(Hyundai)의 영문 이름은 ‘값이 싸면서도 운전할 수 있는 차는 없다는 걸 이해해달라(Hope You Understand Nothing’s Driveable And Inexpensive)’의 약자로 불렸다. 쉽게 말해 ‘엉터리 차’였던 셈이다. 당시만 해도 제대로 된 정비망을 구축하지 못했고 품질 관리도 엉망이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한 기술 인력과 연구 시설, 그리고 R&D 혁신을 위한 정몽구 회장과 현대차그룹의 끊임없는 투자를 통해 현대차의 품질력은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성장했고 우리나라를 자동차 강대국의 반열에 오르게 했다.

◇대를 잇는 기술 강조 정신=오늘의 현대차를 있게 한 주역으로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포니 신화를 일구며 ‘포니 정’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고 정세영 전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을 꼽을 수 있다. 두 사람은 평소 자동차 기술의 꾸준한 개발을 강조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정세영 당시 현대차 사장은 1980년대 초 현대차 중역들을 모아놓고 기술연구소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우리가 파는 자동차가 잘 굴러가려면 우리 스스로 기술을 연구해야 돼. 기술을 모르면 그만큼 시간만 낭비돼. 좋은 엔진도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지.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실력 출중한 연구원을 데려오도록 하고, 품질연구소도 만들어 봅시다.”

▲현대·기아 연구소의 그랜저 풍동시험.
이에 현대차는 1982년 종합기술연구소의 출범을 준비하게 된다. 2년 후 그럴 듯한 연구소가 완성됐는데, 이것이 오늘의 현대차를 있게 한 경기도 용인군 마북리 소재의 ‘마북연구소’다.

현대차는 마북연구소에서 국내 최초의 독자 가솔린 엔진인 알파 엔진 개발에 성공한다. 1991년 출시된 스쿠프-알파는 알파엔진을 탑재한 첫번째 승용차였다.

현대차는 마북연구소에 그치지 않고, 1986년 경기도 화성군 남양만 바다를 메워 주행시험장을 포함한 동양 최대 규모의 종합 기술연구센터 ‘남양연구소’를 설립한다. 남양연구소 역시 정주영-세영 형제가 기술 독립을 고집한 덕분에 세워진 핵심시설이다.

만약 정주영-세영 형제가 품질을 등한시하고 그저 차를 많이 팔기에만 급급했다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제조 기술의 독립은 한참 늦어졌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몽구 회장 역시 품질 혁신에 대한 고집이 세다.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직접 생산 현장을 찾거나, 차를 뜯어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조금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품질을 요구하기로 유명하다. 몇 가지 대표적 일화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1999년 3월 정 회장은 기아차 미니밴 카니발을 직접 몰았다. 한달 뒤 정 회장은 기술회의를 열고 회의장에 자신이 몰았던 카니발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그는 흰 분필을 들고 차의 이곳저곳에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리고 그는 “이게 차야? 당장 고쳐”라며 기술 임원들을 나무랐다. 결국 카니발은 첫 모델 출시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니밴 차종의 명차로 통하고 있다.

2003년 8월에는 미국 수출을 앞둔 기아차 대형 세단 오피러스를 직접 몰고 주행시험장을 돌았다. 운전 중 차에서 작은 소음이 나자 정 회장은 불같이 화를 냈다. 결국 기아차는 출시 일정을 40여일이나 늦추면서 저소음엔진을 장착한 뒤 오피러스를 선적했다.

1970년대 현대차에서 부품과장을 맡았던 정 회장은 평소 기술에 대해서는 전문가로 통한다. 때문에 기술연구소를 방문하게 되면 현지 엔지니어들과 자동차 기술과 관련한 격의없는 토론을 펼치기도 한다. 웬만한 기술적 관심과 지식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정 회장의 기술 개발 강조는 투자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현대차그룹이 R&D 분야에 투자하는 금액은 5조1000억원 수준. 정 회장은 “2012년 투자의 핵심은 R&D에 있다”고 대외 행사 때마다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규모 리콜로 홍역을 앓았던 도요타의 과오를 교훈으로 삼고 있다”며 “R&D에서 뒤처지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후퇴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기술 개발에 총력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의 미래 기술이 움트고 있는 미국 미시건주 앤 아버의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 이곳에 향후 3년간 1500만달러의 자본을 투자해 극서·극한의 기후 환경을 모의로 설치한 성능 시험장이 들어서게 된다.
◇불 꺼지지 않는 기술의 산실=현대·기아차 기술의 심장인 경기도 화성 남양기술연구소. 이곳은 24시간 내내 각종 기술 연구에 대한 노력이 끊이지 않는다. 마북연구소가 현대차의 어제를 만들었다면 이곳은 현대차의 오늘과 미래를 만들고 있다.

남양연구소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설계, 시험평가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개발의 모든 것이 진행되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와 지능형 자동차처럼 미래 세상의 모습을 바꿀 신기술 개발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이곳에 근무하는 연구 인력은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등을 포함해 8000여명. 총면적 347만㎡(약 105만평)의 부지에 총연장 70㎞, 70가지 종류의 노면을 갖춘 종합 주행시험장, 파워트레인 연구소, 풍동시험장, 충돌시험장, 설계센터, 디자인센터 등이 있다. 단일 연구소로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시설이다.

특히 남양연구소의 풍동시험장은 아시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특수 시설이다. 이 시설 덕분에 현대·기아차가 2000년대 들어 개발·출시한 주요 차종은 세계 최고의 공기저항계수를 달성했다.

남양연구소는 실제로 북미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K5를 생산하는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 근로자들의 절반은 이미 남양연구소를 방문해 교육을 받았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근로자들도 정기적으로 남양연구소에서 기술 연수를 받고 있다.

▲현대차의 품질 강화를 위한 정몽구 회장의 고집은 남다르다. 품질혁신을 위해서라면 생산 현장을 직접 챙기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진은 정몽구 회장(왼쪽 두번째)이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해 품질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남양연구소 외에도 용인 환경기술연구소와 울산 주행시험장, 전주 상용차 연구소 등 전국 각지는 물론 미국과 인도 등 세계 11개 지역에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선진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미국 미시건주 앤 아버에는 향후 1500만달러(한화 약 137억원)를 들여 기후별 성능 시험 연구소를 짓는 등 지속적인 R&D 시설 강화에 나선다.

이러한 R&D 강화의 열매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세계적인 호평으로 이어졌다. 미국 일간 USA 투데이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이른바 ‘저질 차’로 인식됐던 현대차의 충성도 1위 비결로 뛰어난 품질과 이를 뒷받침하는 품질 우선 전략을 꼽았다.

미국은 물론 자동차의 본고장인 독일에서도 2010년과 2011년 품질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해외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차는 유럽 자동차 메이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정도로 성장했으며 유럽 메이커는 이제 도요타가 아닌 현대차를 가장 위험한 경쟁자로 여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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