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갈등의 시대] ② 계층간 갈등-'성취'의 기회는 사라지고…소득이 '신분'을 가른다

입력 2012-01-03 08:36 수정 2012-01-03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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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20% 자산 23% 늘 때, 하위 20% 계층은 5% 줄어

지난해 8월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우리 사회 계층 갈등의 축소판이었다. 서초구에 사는 주부 김미애(52)씨는 “무상급식으로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걱정스럽다”며 투표장을 찾았다. 서초구의 투표율은 서울시 평균인 25.7%를 크게 웃도는 36.2%에 달했다. 반면 은평(22.6%)·강북(21.7%)·중랑구(23.1%) 등 강북지역은 평균 투표율을 밑돌았다. ‘남고북저’ 현상이 뚜렷한 투표였다.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는 참여자가 곧 ‘보편적 무상급식 반대’라는 사실 상의 공개투표와 다름없었다. 생활수준과 보유한 자산을 기반으로 형성된 정치적 성향이 수면 위에서 충돌한 계층갈등 사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 같은 계층 갈등은 결국 숫자에서 비롯한다. 상위 계층이 가진 수의 크기와 하위 계층이 가진 수 간의 차이가 바로 갈등의 크기와 같다.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에 나타난 것처럼 한국 사회 계층갈등은 심화됐다. 가진 자는 경제가 출렁일 때마다 자산을 늘렸다. 그 반대편은 안전판 없이 떠밀리며 갈수록 쪼그라든 것이 바로 지금의 한국 사회다.

통계청이 지난 2007년 내놓은 가계자산조사와 한국은행·금융감독원·통계청이 지난해 11월 공동 발표한 가계금융조사 원시자료를 재분석한 결과,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자산총액은 2006~2011년 5년 동안 23.2%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위 20%인 1분위는 5.2% 줄었다.

자산 총액 규모로는 소득 5분위는 2006년 가구당 평균 5억2993만원에서 2011년 6억5281만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1분위는 1억1446만원에서 1억846만원으로 줄었다. 자산총액은 저축, 투자 등 금융자산과 부동산, 자동차 등 실물자산을 포함했다. 2010년을 기준으로 물가변동분을 적용했다.

특히 눈여겨 볼 점은 금융자산이 격차를 키운 주원인이라는 것이다. 2006~2011년 동안 5분위의 금융자산은 1억89만원에서 1억5666만원으로 55.3%나 뛰었다. 1분위는 2190만원에서 2001만원으로 15.6% 감소했다.

지난 2008~2009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더 빈곤해진 현실이 숫자로 드러났다. 계층 간 격차의 확대는 무상급식, 버핏세(부자증세) 등 사회현안에서 합의를 찾는데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더욱이 임금과 소득, 자산, 부채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다. 자산이 줄었다면 무언가 늘어야 하는데 1분위는 원치않게 빚을 택했다.

자연 소득 하위 20% 계층은 자산은 줄고 빚이 늘다 보니 재무 건전성은 악화했다. 금융부채를 금융자산으로 나눈 1분위의 가계재무건전성은 2006년 40.5%에서 지난해 52.1%로 11.6%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5분위의 재무건전성은 50.4%에서 52.1%로 1.7%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자산 뿐 아니라 소득 격차도 커졌다.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2001년 4.66에서 2010년 6.02로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양극화는 임금 불평등을 줄이려는 정책이나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나라에서 더 두드러진다”며 “우리나라는 임금 불평등 수준이 매우 높은 나라에 속해 계층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학 반값 등록금 요구 시위와 월가에서 전이된 99% 시위는 우리 사회 계층간 갈등의 분출이었다.

올해 치러질 총선과 대선에서 정치권이 곪을 대로 곪은 계층간 갈등을 더 부추길 경우 우리 사회의 자정능력이 한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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