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뿌리를 찾아서]⑤한화-인천 공장 터

입력 2011-11-22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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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너마이트 국산화 성공…'불꽃의 역사' 시작한 곳

▲현재 한화기념관 자리에 위치해 있었던 초기 인천공장 사무동의 모습.
한 기업이 반세기 이상 사세를 확장하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국내에서도 이 정도의 역사를 지닌 대기업집단은 그리 많지 않다. 삼성, LG, SK, 현대, 두산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집단들 만이 이 정도의 역사를 갖고 있을 뿐이다.

제조·건설, 서비스·레저, 금융 그리고 신성장동력 태양광 사업까지.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화그룹은 내년 10월이면 60살이 된다. 80년대 매출 1조원 남짓했던 이 기업은 이제 연 매출 41조원을 바라보는 거대 기업집단으로 성장했다.

한화가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는 창업정신이 있었기에 갖은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늘날에 이를 수 있었다. 이는 창업주 고(故) 김종희 회장의 생전 지론이기도 하다.

▲인천시 남동구 고잔동 154번지 옛 한화그룹 인천공장 터. 2009년 한화기념관으로 발상지를 보존, 기념하고 있다.
◇한화그룹 태동… 청년 김종희의 ‘사업보국’ 꿈= 한화그룹의 창업주 현암(玄巖) 김종희 회장은 1941년 일본 메이지대학 상과 2년을 중퇴하고 조선화약공판주식회사에 입사하면서 기업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김종희 회장은 30세가 되던 1952년 전란 속 경제 불모지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산업용 화약이 필요하다고 생각, 부산에서 한화의 모태인 한국화약주식회사를 창업했다. 오늘날 한화그룹의 태동이다. 1953년 조선화약공판 인수, 1955년 인천화약공장 보수 신축 등 사세를 늘리면서 본격적인 인천 시대를 열었다. 화약산업의 국산화 기틀을 잡았다는 평가와 함께 국내 최초로 다이너마이트 생산에 성공하면서 김종희 회장에게는 ‘다이너마이트 김’이라는 별칭이 따라붙었다.

김종희 회장은 사업으로 국가에 기여한다는 지론에 맞게 국가 기간산업에 매진했다. 한국화약을 창업한 이후 30년 간 화약산업, 기계, 석유화학, 에너지 사업 등에 집중했던 것.

실제 김종희 회장은 당시 국가 경제의 최대 현안이었던 기계공업 육성을 위해 만성 적자였던 신한베어링을 인수했고, 석유화학산업을 위해선 한국화성공업을 설립했다. 또한 전력이 부족했던 1969년엔 국내 최초로 민간화력 발전소와 함께 대규모 정유공장인 경인에너지를 설립했다.

김종희 회장의 사업보국 노력은 농업분야에도 이어졌다. 영세한 낙농가를 지원하기 위해 부도 직전에 몰린 대일유업(현 빙그레)을 인수해 정상화시켰다.

‘한국 화약산업의 개척자’, ‘한국 경제발전과 산업화를 앞당긴 기업인’이란 공로를 인정받아 김종희 회장은 2009년 조폐공사가 선정한 ‘한국의 인물 100인 시리즈 메달’의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그 해 한국경영사학회로부터는 창업대상을 받기도 했다.

김종희 회장은 사업보국의 일환으로 인재 육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1968년 세운 백암문화재단이 그것이다. 고향인 충청도를 중심으로 장학사업을 시작, 1975년엔 학교법인 천안북일학원을 설립했다.

김종희 회장은 당시 “교육의 목표는 국가가 필요로 하는 유능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다”며 “천안북일고등학교는 애국관이 투철하고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을 교육의 지표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그룹은 지금까지도 천안북일고등학교에 대한 꾸준한 지원으로 창업주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기념관 화약 제조공실 전시관 내부. 실제 60~70년대 인천공장 설비들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매출 1조원에서 41조원으로 성장… 국내 10대 기업으로 도약= 활발한 경영활동으로 사세를 키워나가던 김종희 회장은 1981년 향년 59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바쁜 업무로 지병을 돌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화의 미래는 김종희 회장의 아들인 당시 30세의 김승연 회장이 짊어지게 된다.

김승연 회장은 취임 1년 만에 한양화학(현 한화케미칼)을 인수, 석유화학을 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삼았다. 2002년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 대한생명을 인수하면서 금융업데 뛰어들었다. 그룹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았다. 이 밖에도 정아그룹(현 한화호텔 및 리조트), 한양유통(현 한화갤러리아) 등을 통해 서비스·레저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제조, 금융, 서비스·레저 사업은 한화그룹의 3대 성장축이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가 찾아왔지만 한화그룹은 당시 32개였던 계열사를 절반 가량인 15개로 줄이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이를 극복했다. 유사업종 간 통폐합을 통해 경영활동의 유기성을 강화했던 발빠른 조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30년 전 김종희 회장 별세 당시 한화그룹의 연간 매출은 1조원 남짓. 한화그룹은 지난해 매출 36조3000억원에 달했고, 올해는 41조원에 달해 국내 10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김종희 회장이 뿌려놓은 씨앗이 김승연 회장으로 이어져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그룹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 중이다. 바로 태양광이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사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현재 전력투구 중이다. 올 하반기부터 태양광 시장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여러 기업들이 투자를 주춤하고 있음에도 한화그룹은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세계 4위 태양광 업체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을 인수했고, 한화케미칼을 통해 폴리실리콘 시장에도 진출했다.

창업주인 김종희 회장의 사업보국 창업정신 계승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한화그룹이 매년 주최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민들에게 큰 기쁨을 주는 것은 물론 국제적인 축제로 발돋움했다. 실제 지난달 열린 ‘2011 서울세계불꽃축제’엔 120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축제를 즐겼다. 또한 매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책 무료 배포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창업정신 깃든 발상지에 일반인 위한 ‘화약박물관’ 건립 ‘눈길’= 김종희 회장의 창업정신은 인천시 남동구 고잔동 154번지, 옛 인천공장 터에 깃들어져 있다. 한화그룹의 발상지다. 현재는 ‘한화기념관’이라는 이름으로 잘 정돈돼 있다.

한화기념관은 2006년 한화그룹의 모태인 인천공장이 이전하면서 이 자리에 그룹이 태동한 발상지에 대한 가치를 보존하자는 의미에서 한화기념관을 건립했다. 것. 예전 인천공장 사무동 건물을 활용해 화약박물관을 조성해 무료로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발상지를 보존함과 동시에 이를 활용, 국민들에게 국내외 화약산업사를 전파하는 공익적인 면모까지 보여준다.

실제 한화기념관은 입구에서부터 옛 인천공장의 향수가 물씬 풍겼다. 한화기념관 민병만 관장은 “한화기념관은 최대한 예전 인천공장의 건물들을 보존하려고 노력했다”면서 “곳곳에 있는 나무들조차 보통 60~80년 정도 역사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 관장 역시 인천공장의 마지막 공장장으로, 퇴직 후 총 8명의 직원들과 기념관의 운영과 관리를 맡고 있다.

옛 인천공장 사무동 건물인 본관에 들어서면 김종희 회장이 흉상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이와 함께 한화가 생산했던 초안화약, 다이너마이트 등이 전시돼 있다. 또 한화의 시작과 현재를 영상과 글로써 쉽게 설명돼 있다. 실제 60년대 인천공장에서 사용했던 화약 제조 설비 등도 제조공실에 전시하면서 국내 화약산업의 역사를 눈으로 직접 실감케 해준다.

민 관장은 “한화그룹의 발상지 임을 기념함과 동시에 옛 인천공장 부지를 활용, 지역 사회에 쉼터로 제공하고 있다”면서 “최근 가족단위 관람객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실제 최근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해 연간 5000명 수준이었던 관람객 수가 올해는 11월 기준 1만명에 달하고 있다. 한 기업의 발상지가 창업 기념의 의미를 넘어서 지역 사회와 활발한 소통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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