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웅의 눈] 신당으로 옷 갈아입으면 다 성공할까

입력 2011-11-15 10:34 수정 2011-11-1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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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솝우화의 ‘양치기 소년’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여기도 신당, 저기도 신당 얘기다. 전국시대 제자백가들의 쟁명처럼 여권의 분당 및 신당론과 야권의 통합 및 신당론이 흘러나오고 있다.

선거철마다 ‘잘 모시겠다’ ‘민생을 향상시키겠다’고 해놓고선 이제 내년 총선과 대선이 다가오니 다급하게 다시 ‘잘하겠다’고, ‘믿어 달라’고 한다. 이미 몇 번 속았고, 또 알면서도 속아줬던 ‘마을사람들’은 더 이상 속지 않기로 한 듯 귀를 열지 않는다.

폴란드에는 한때 16석을 총선에서 얻기도 한 ‘맥주사랑당’이 출현한 적이 있는데 지금 여의도 기류라면 ‘김치사랑당’이라도 나올 태세다. 기존 정당으로는 관객의 박수는커녕 날아오는 돌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으니 살아남기 위해 새 옷을 갈아입으려는 심산인 것이다.

정당을 만들더라도 생명력과 존재감 있게 유지하려면 지지층 형성이 필수적이다. 지지자가 없는 정당은 이름만 정당이지 명망가들의 정치클럽에 다름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선관위에 등록된 정당이 20개가 넘는다. 하지만 유의미한 지지층을 지닌 정당은 한 손가락에 겨우 꼽힌다. 지지층이 없으면 기억되지 못한다.

여러 신당론 중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과 달리 장외의 안철수 신당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안 교수가 정당을 만들면 다른 정치세력의 집중공격 대상이 될 수 있고 당장 인력과 자원난이 불가피하겠지만 일단 지지층은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다.

현재 기성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무당파층이 높게 형성돼 있고, 또 기존 정당을 지지한다고는 하지만 정당 일체감이 낮아진 유권자들이 많다. 안철수 신당이 출현한다면 이들을 지지층으로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런 가능성은 이미 확인됐다. 또 안 교수 본인이 반한나라당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진보성향 유권자들로부터도 호응을 얻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당초 야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통합에 이은 신당론’은 상당한 위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됐다. 정부여당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을 담아내는 효과적인 틀이 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의 출현은 대중들의 시선이 야권통합에서 일정부분 멀어지게끔 했다. 사실상 안 교수가 출현하기 전에 예상됐던 파괴력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더 큰 문제는 보수진영의 신당론에 있다. 친박 신당론은 박근혜 전 대표의 강력 부인으로 잦아들고 있지만, 비(非) 박근혜 쪽의 신당론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박근혜 전 대표를 제외한 보수진영의 신당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신당이 성공하려면 해당 진영의 대표정당 위상이 흔들려야 한다. 그리고 내년에 대선도 함께 치러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력주자가 있어야 한다.

지금 보수 진영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층의 결집력이 약화돼 있으나 지지층 자체가 흔들리거나 와해될 정도는 아니다. 여전히 정당지지도는 30%를 넘고 있고, 각종 선거에서도 45% 이상 후보들이 득표하고 있다. 또 박근혜라는 차기 유력주자가 존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를 제외한 다른 보수세력이 신당을 만들 경우 보수층의 동요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어제 안철수 교수는 1500억원 사회 환원 의향을 밝혔다. 정치권의 신당 논의들을 일순간에 정치싸움으로 비치게 만들었다. 정당의 겉모습을 바꿔보고자 옷을 갈아입으려 탈의실에 몰려 있던 기존 정당들이 옷을 채 갈아입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모습이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권은 안철수라는 매우 강력한 덫에 단단히 걸려있다. 여의도는 안철수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매번 ‘늑대야’ 소리치던 여의도 양치기 소년들은 사람들을 불러 모을 수 있을까.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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