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의 중국여행]차마고도 '샤시고진'

입력 2011-11-14 11:33 수정 2011-11-14 15:24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옛날 시골 장터가 고스란히…차마고도 역사 여기 다 있네

요즘 중국에도 차마고도 여행 붐이 일고 있다. 리장고성에는 “라시하이(리장에서 20km 떨어진 고원습지)에 가서 말 타고 차마고도를 체험하자”는 호객행위가 판친다. 그 옆 수허고성도 비슷하다.

집에서 말(馬)을 끌고 나온 아줌마와 아저씨들이 “차마고도의 필수 코스, 말 타고 고성 한 바퀴 돌자.”며 여행자에게 수줍게 말을 건넨다. 그뿐이랴. 위룽쉐산과 하바쉐산을 끼고 이어지는 16km의 협곡 트레킹 루트, 호도협 이야말로 차마고도 체험의 원조격이다. 트레킹 시작 전 매표소에서부터 네댓 명의 호객꾼이 달라붙어 여행자를 유혹한다.

그들이 추천하는 체험이란 잠시의 재미를 추구할 뿐, 깊이가 없다. 차마고도의 진짜 옛 모습이 궁금하다면, 다리바이족자치주(大理白族自治州) 젠촨현(?川?)에 위치한 ‘샤시고진’에 주목하시라.

샤시고진의 역사는 유구하다. 2,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찍이 청동 제련기술이 발달하여, 윈난성의 청동문화 발원지로 이름을 드높였다. 그리고 당대(塘代)에는 염업의 집산지로 차마고도 상에서 절대적 위치를 점했다.

서쪽 인근에는 미사(彌沙)염정이, 좀 떨어진 거리에 나계염정과 낙등염정이, 남쪽에는 교후(喬後)염정이 자리했다. 이 염전들에서 생산된 모든 정염(井鹽,염분을 함유한 우물물로 만든 소금)은 샤시마을을 통해서야 티베트와 따리로 운반되었다고 한다. 특히 마을의 중심인 사방가(四方街)는 ‘당대 샤시에서 가장 번화한 집시(集市)였다’는 설명이다. 지금도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집시가 열린다.

따리와 리장고성에 비하면 샤시고진은 아주 소박한 규모지만, 점포며 사당이며 성문과 사방가, 마점(馬店)이 차마고도 당시의 모습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2년에는 만리장성과 더불어 ‘세계에서 위험에 처한 고건축 보호명부’에 등록되었다. 세계문화유산기금(WMF)으로부터 보존에 필요한 자금을 후원받고 있다.

이 마을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여행자는 누구나 타임머신을 타고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다. 상업화에 찌들대로 찌든 리장고성의 30년 전쯤 모습이 이렇지 않았을까. 세월의 더께로 주름진 지붕, 흙담장 위로 슬며시 뿌리 내린 하늘하늘 코스모스, 그 길을 걸어 만난 흑혜강(黑惠江)의 잔잔한 물결, 허허로운 초겨울 들녘에서 옛 사람의 숨결이 들리는 듯하다.

들뜬 여행지에서 느낄 수 없던 고즈넉함과 순수함에 매료된다. 인파에, 호객꾼에 지쳐 방전됐던 생기가 어느새 충전 완료. 집시는 우리나라의 시골 장터를 옮겨놓은 듯했다. 오래 전 소금과 생필품이 교환되었던 집시는 이제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내놓은 노천정육점이 즐비하고, 닭장에는 삐약삐약 울어대는 병아리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린다.

오랜만에 문전성시를 이룬 이발소의 할아버지 이발사는 연신 싱글벙글, 국수집 주인아줌마의 바쁜 손길이 시장에 활기를 더 한다. 바이족이 절대 다수인 마을이지만, 산에서 장을 보기 위해 먼 길을 걸어온 이족 아낙의 화려한 전통복장이 이곳 차마고도의 역사를 증명하는 듯하다.

오후 4시. 장이 파하자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마을은 고요하기만 했다. 사실, 샤시고진에 도착한 첫날은 좀처럼 정을 붙일 수가 없었다. 전통 가옥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 외에 숙소 선택권이 없고, 산해진미는 고사하고 변변한 식당조차 드물다. 말 그대로 ‘전통의 옛 모습을 보존’한 곳이니 이쯤의 불편은 감수해야지 않을까.

/여행작가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가족이라 참았지만"…장윤정→박세리, 부모에 눈물 흘린 자식들 [이슈크래커]
  • 여름 휴가 항공권, 언제 가장 저렴할까 [데이터클립]
  • ‘리스크 관리=생존’ 직결…책임경영 강화 [내부통제 태풍]
  • 맥도날드서 당분간 감자튀김 못 먹는다…“공급망 이슈”
  • 푸틴, 김정은에 아우르스 선물 '둘만의 산책'도…번호판 ‘7 27 1953’의 의미는?
  • 임영웅, 솔로 가수 최초로 멜론 100억 스트리밍 달성…'다이아 클럽' 입성
  • 단독 낸드 차세대 시장 연다… 삼성전자, 하반기 9세대 탑재 SSD 신제품 출시
  • [날씨] '낮 최고 35도' 서울 찜통더위 이어져…제주는 시간당 30㎜ 장대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1,916,000
    • -0.36%
    • 이더리움
    • 5,031,000
    • +0.24%
    • 비트코인 캐시
    • 552,000
    • -1.16%
    • 리플
    • 697
    • +0.14%
    • 솔라나
    • 189,800
    • -3.8%
    • 에이다
    • 551
    • -0.72%
    • 이오스
    • 817
    • +2%
    • 트론
    • 164
    • +0%
    • 스텔라루멘
    • 132
    • +1.54%
    • 비트코인에스브이
    • 62,450
    • -0.64%
    • 체인링크
    • 20,340
    • +1.24%
    • 샌드박스
    • 464
    • +2.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