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영혼이 없기는 정치인이 더하다

입력 2011-11-03 09:25 수정 2011-11-0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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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 수석부국장 겸 산업부장

정권이 바뀔 때면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는 말이 회자되곤 한다.

과거 노무현 당선자의 인수위원회시절, 지금은 없어진 국정홍보처의 한 공무원이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 자조한 말이 공무원들의 처세술로 비쳐져 유행처럼 번진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주요 정책이 바뀌고, 그러다 보면 이전 정부에서 정책입안을 맡았던 공무원들이 도마 위에 오르기 일쑤다. 이같은 상황이 자신의 의지나 철학과는 상관없이 정권의 필요에 의해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항변하기 위해서 사용한 말이다. 개인으로서의 양심이 없을 수 없지만, 공무원이다 보니 양심을 버릴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같은 정황을 알다보니, 공무원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고 전문성이 있는 만큼 정권의 요구에 의해 필요한 정책을 입안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이해가 됐다.

실제로 기자 생활하면서 만난 많은 공직자들은 “정치권과 사회로부터 ‘영혼도 없는 공무원’이라는 질책을 받으면서도 나름 국가와 민족을 위해 정책을 입안하고 헌신한다는 자부심으로 버텨왔다”는 말을 숱하게 했다.

이런 점에서 아직도 많은 수를 차지하는 올곧은 공무원들이 우리 사회와 국가를 유지하고 발전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최근 한미자유무역협정(FTA)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의 행태를 보면 영혼이 없기는 정치인이 더 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 정부 시절, 한미FTA 타결이 노 대통령의 치적이라고 선전했던 많은 이들이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나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한명숙 민주당 상임고문 등 당시 핵심들은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한미FTA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하지 않았던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민주당은 노 대통령의 치적을 유지하고 유업을 잇겠다고 누차 다짐했다. 손학규 대표 역시 노 전 대통령이 묻혀 있는 봉하마을에 찾아가 이같은 다짐을 재차 확인했다.

그런데 이제는 트집잡기에 급급하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수출이 얼마가 늘고, 고용효과가 얼마냐라고 선전하고 다닐 때 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그 많다던 이점은 다 잊어버린 것인가.

자동차재협상을 요구하다 이제는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가 매국적 조항이라고 강변하며 미국과의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인이야 워낙 그렇다고 하더라도 고위 관료 출신인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처신은 더 실망스럽다. 김 대표는 지난 2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ISD를 일방적으로 폐기해야 한다”며 한미FTA 비준안을 사실상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랜 관료생활을 소신있게 했다던 그동안의 말들이 무색하다. 공무원 시절에야 영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정치철학을 가진 정치인이 정권에 따라 이랬다저랬다하는 모습은 차라리 안쓰럽다.

여기에 한미FTA는 매국적 ‘을사늑약’이며, 당장 우리나라가 망할 것처럼 비분강개하는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의 표정에는 국가와 민족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노무현 대통령 시절, 한나라당이 노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토록 유도함으로써 국민투표에서 이기고 정국의 주도권을 잡았던 정치적 책략만 보인다. 아마도 다시금 상황을 되돌려 정치적 재기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생각인 것으로 비쳐진다.

실제로 요즘 민주당이나 야권이 한미FTA 비준안에 대한 접근 방식은 노 대통령 탄핵당시 국회 상황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협상과 타협을 않음으로써 한나라당이 단독 강행처리토록 하고 그를 빌미로 다시 거리로 나서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내년으로 다가온 총선과 대선 전략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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