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 초기증상 거의 안 나타나는 췌장암…고령ㆍ흡연자 고위험군

입력 2011-10-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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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장기에 둘러싸여 조기발견도 어려워…암 중 치사율 가장 높아

지난 6일 사망한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 잡스의 사인(死因)이 ‘췌장암’인 것으로 최종 확인되자 이 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카운티 공중보건부가 10일(현지시간) 공개한 사망진단서에 따르면 잡스는 췌장암으로 인한 호흡 정지에 의해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스티브 잡스를 떠나보낸 ‘췌장암’이란 어떤 암일까. 췌장암은 췌액이라는 소화효소를 만드는 위장 뒤쪽의 췌장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우리나라 암 사망률 순위에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진단을 받으면 거의 대부분의 환자들이 결국 사망할 정도로 치사율이 모든 암 중에서 가장 높다. ‘최악의 암’‘악질의 암’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영화배우 패트릭 스웨이지,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췌장암’으로 사망했으며, 올해 노벨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랠프 슈타인먼도 발표 직전 이 암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내분비종양, 췌장암 중에서도 드물어= 한국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췌장암으로 진단받은 환자는 약 4300명이며, 이는 전체 암환자수의 2.4%로 9위를 차지하고 있다.

근래 암 생존율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췌장암만은 지난 10년간 유일하게 생존율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보통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7.6%로 10대 암 중 가장 낮다.

그 이유는 조기에 발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췌장은 복부 깊숙이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어 초기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증상이 있다 하더라도 위 등 다른 소화기계에 장애가 있을 때 생기는 증상들과 뚜렷한 구분이 없다. 증상이 나타난 뒤에 췌장암을 진단받으면 이미 진행된 경우가 많다.

췌장암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췌관세포에서 발생한 ‘췌관 선암종’이 9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췌장암이라고 하면 췌관 선암종을 말한다. 그 외에 낭종성암, 신경내분비종양 등이 있다.

이 중 스티브 잡스를 죽음으로 몰고 간 췌장암은 바로‘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이다. 신경내분비종양은 신경전달물질 또는 호르몬을 분비하는 신경내분비계통 세포에서 발생하는 종양으로, 그 60%는 췌장과 위장관에서 발생한다.

증상이 있는 경우는 암세포가 분비하는 호르몬의 종류에 따라서 설사, 복통, 홍조 등을 보일 수 있으며, 발견이 될 때까지 전혀 모를 수도 있다.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신경내분비종양’은 보통 전체 췌장 종양의 1~2%를 차지하며 전체 인구 약 10만 명당 1명 이하로 드물게 발생한다.

지난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전체 췌장암 환자 3만3647명 중 280명(0.8%)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건강검진으로 복부 초음파검사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이 많이 시행되면서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도 증가해 임상적으로 발견하지 못하는 신경내분비종양은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경내분비종양의 5년 생존률은 인슐린종 등과 같은 양성 종양일 경우는 97%에 이른다. 흔히 알려진 췌장암과 달리 장기 생존도 가능하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와 같이 전이가 발생한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의 생존률은 30%로 낮다.

◇고령·흡연자, 췌장염 환자 등이 위험군= 췌장암의 원인은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45세 이상의 고령자나 흡연자, 만성 췌장염, 제2형 당뇨 등이 있는 이들은 췌장암에 걸리기 쉽다.

흡연은 가장 큰 위협요소다. 흡연자는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두 배 더 높다. 췌장암의 약 25%에서 흡연 자체가 주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의 5~10%에서 유전 소인도 나타난다. 직계 가족 가운데 50세 이전에 췌장암이 발병한 사람이 1명 이상 있거나 나이와 상관없이 2명 이상의 췌장암 환자가 있는 경우엔 ‘가족력’을 의심할 수 있다.

약 80%의 환자들은 근치적 절제(암이 존재하거나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부위를 최대한 제거하는 것)가 불가능한 상태로 진단을 받는다. 발견 당시 수술로 절제가 가능한 경우는 20%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증상 없이 초기에 발견되더라도 수술 후 70~80% 정도의 환자에게서 재발하게 된다. 췌장암에서 무엇보다 항암치료가 중요한 까닭이다.

최근 췌장과 연관된 신경내분비종양 치료를 위해 절제술 등 기존 치료법 이외에도 수니티닙(sunitinib), 에베로리무스(everolimus) 등의 표적 치료제가 개발된 바 있다.

국립암센터 관계자는 “신경내분비종양에 대한 관심 증대와 함께 전신 항암 치료나 표적 치료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법이 소개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에 대한 국내 연구 및 적용은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불행히도 아직까지 췌장암을 예방하기 위한 뚜렷한 예방 수칙이나 권고되는 검진 기준도 없다. 예방과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송시영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췌장암은 평소 췌장에 관심을 갖고 정기 검진을 통해 최대한 빨리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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