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B “대형화 능사 아니다. 내실 키워라”

입력 2011-08-3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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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 육성 저해하는 NCR제도 개산 필요 짧은 CEO 임기…장기적 비전 실현 불가능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이 도입되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을 꿈꾸고 있다.

자본시장이 발달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글로벌IB인 JP모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이름만으로도 알만한 IB들을 룰모델로 삼고 이들이 전세계 시장에서 담당하고 있는 역할에 주목하며 글로벌IB 따라잡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글로벌IB로 도약하기위해서는 제도개선 및 인식 변화, 전문인력 양성 등 해결해야할 숙제들이 난적해있다.

◇대형 IB 고집보다는 실질적인 제도개선 필요 = 자본시장법이 시행된지 2년이 지나면서 금융당국은 국내 증권사들을 글로벌 IB로 육성하기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자기자본 4조원 안팎인 증권사를 투자은행(IB)으로 지정하고 기업대출, 프라임브로커 업무 허용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즉 증권사들 간의 인수합병(M&A)이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대형IB로 육성키 위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형 IB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방편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자기자본이 2조원대에 불과한 증권사가 IB가 되려면 2조원대의 증자 또는 증권사간 M&A 외엔 길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 IB가 되기 위해서는 규모로 해결할 수 없는 장벽이 존재한다”라며 “전문지식과 노하우가 없이 그저 규모만 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고 지적했다.

즉 무분별한 대형화 추진으로 리스크를 키우기보다는 한국 금융시장과 금융회사들의 현실을 보다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맞춘 발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IB육성을 저해하는 NCR(영업용순자본비율)제도의 개선이 필요하고 선진 IB와 공정한 경쟁기반 마련을 위해 국제적 수준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의견이다.

2009년 말 기준으로 증권사 평균 NCR은 575.5%로 적기시정조치 대상인 150%대비 3.8배 수준이고, 미국의 골드만삭스(100%이하)와 일본의 노무라증권(245%)·다이와증권(324%)과 비교해도 1.8~5.8배 높은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A증권사 한 관계자는 “재무건전성 지표인 NCR을 장외파생상품업 인가요건으로 적용하거나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인가요건으로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도한 ELW LP업무 허용요건을 삭제하고 M&A 등 IB 업무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하기에는 너무 짧은 CEO 임기 = 국내 증권사의 CEO 의 평균 재임기간이 짧다는 점도 글로벌 IB로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토양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유능한 CEO의 장기근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부회장과 원종석 신영증권 사장, 노정남 대신증권 사장,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 김지완 하나대투증권 사장을 제외하고는 평균 임기가 3년이 채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처럼 국내 증권사 CEO들의 임기가 너무 단기라 장기 비전을 가지고 회사를 성장시키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들 CEO들이 자리보전을 위해 장기성과보다는 단기성과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글로벌IB사로서 도약하기에는 역부족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CEO의 임기를 늘려 장기적 안목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지만 국내 증권사가 글로벌IB로 성장 할 수 있다”라며 “특히 IB사업은 긴 호흡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국내 증권사 CEO들의 단기 임기로는 제대로 된 IB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이다.

또한 현재와 같은 단기 임기로서는 단기성과에만 급급해 자칫 ‘경영 해저드’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직문화 개선과 우수인력 확충 시급 = 국내 증권사들이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버리지 못하고 있고 이에 따라 우수한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한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횡행하는 ‘계열사 몰아주기’에서 벗어나 ‘프리마켓’ 규모를 키워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 또 각각의 특성에 맞는 영역을 개발하고 전문성을 기르기 위한 인력과 시스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우리나라 증권사의 M&A 자문인력은 전체 인원의 0.5%에 불과해 국내 M&A는 주로 해외 IB가 주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력채용의 폐쇄성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과감하게 외부 전문인력을 영입하고 현지인 채용 비중도 높여야 한다. 특히 글로벌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장기적인 관점의 투자도 중요하다. 금융은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만연한 유명무실한 사외제도나 정부관료들의 단골 낙하산 자리인 감사제도 등으로 국내 금융회사가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증권사사들이 글로벌 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의 낙하산 인사나 CEO의 회전문 인사부터 근절되어야 다음 행보를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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