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오바마의 경제개혁이 공염불인 이유

입력 2011-07-25 09:20 수정 2011-07-2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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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위기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히 찾아온다.

▲민태성 국제부장
분명 누군가 사건의 발단을 제공하지만 이해관계자들은 ‘혁명’이라는 말로 포장해 사건의 본질을 흐려 놓는다.

미국의 금융시스템은 원래 탄탄할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1930년 대공황으로 금융산업의 위험을 온몸으로 겪은 미국은 '글래스 스티걸법'을 만들어 서로 다른 금융업종의 상호진출을 막았다.

상업은행의 방만한 경영과 이에 대한 규제장치가 없었다는 점이 대공황을 이끌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규제는 도널드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1980년대부터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금융산업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도날드 리건 메릴린치 최고경영자(CEO)를 재무장관에 기용해 금융규제 완화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규제 완화로 막대한 자금을 마련한 금융계는 수십억달러의 자금으로 무장한 수천여명의 로비스트들을 풀어 마침내 1990년대 말 글래스 스티걸법을 폐기하는데 성공한다.

미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를 휩쓴 금융위기의 발단은 지금부터 30여년 전에 이미 시작한 셈이다.

금융위기 이전에 금융산업의 규제 완화를 경고한 학자는 거의 없었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레이건 전 대통령 시절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으로 일하며 금융산업 규제 완화를 주도한 인물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그런 그를 경제회복자문위원회로 영입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 정책개발평가국 국장을 역임한 뒤 2003년부터 제9대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로 일했다.

가이트너는 당시 금융위기 사태를 해결하면서 골드만삭스 출신인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과 함께 주요 투자은행의 책임을 면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핵심 지역은행인 뉴욕준비은행의 수장 자리에 이어 오바마에 의해 재무장관에 올랐지만 투자은행의 행태를 비난한 그의 발언은 찾기 힘들다.

이들이 금융산업 개혁을 외치던 오바마의 인선이다.

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이다.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 위기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여전히 요직을 휩쓸고 있다.

오바마가 약속한 금융개혁이 여전히 오리무중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오바마는 지난해 금융개혁법안인 ‘도드 프랭크법’에 서명했지만 주요 금융기관의 몸집은 위기 이전에 비해 오히려 커졌다.

금융위기를 몰고 온 월가의 CEO 중 공식적으로 감옥에 가거나 벌금을 문 사람도 없다.

현재 미국 금융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로비스트만 3000여명에 달한다. 이는 법을 만드는 하원 의원 1명당 5명 꼴이다.

엄청난 자금과 막강한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로비스트업계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은커녕 개악이 아니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닐게다.

미국판 ‘풀뿌리 민주주의’의 승리로 일컬어지는 오바마도 결국은 자본주의라는 족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팍스 아메리카나’는 고사하고 미국은 이제 진정으로 미래를 걱정할 때가 왔지만 당장 사상 초유의 국가부도 사태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0여년을 돌이켜보면 미국의 디폴트는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국민은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위기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그것도 가장 크게 본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에서만 주택압류로 1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집을 잃었다.

채무한도 증액 협상 실패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면 서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수 밖에 없다.

위기 재발을 막고 펀더멘털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

그것이 인선이건 규제 강화건 오바마의 결단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민태성 국제부장 ts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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