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낮술이 더 위험한 이유

입력 2011-07-21 11:58 수정 2011-07-22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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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찬 부국장 겸 스포츠레저부장

“퇴근후 한잔 어때?”“다음에 소주한잔 하시죠.” 지인이건 상대방이 술을 하든, 못하든 늘 주고받는 평범한 인사말이다. 반드시 그렇게 하자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술이라는 매개를 통해 절묘하게 말을 튼다. 재미난 사실은 “내주에 뮤지컬을 봅시다.”“우리 음악회나 가실까요”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음주는 일상화돼 있다.

술((酒.alcoholic drink)은 알코올을 함유해 마시면 취하게 되는 음료를 가리킨다. 취하게 만드는 요소는 술속의 에틸알코올. 알코올 함량의 최저한도로 다른 음류와 구분된다.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한국은 알코올분 1도 이상의 음료를 술로 판단한다.

술은 언제부터 마셨을까. 전설이나 신화를 보면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먼저 술을 마셨다. 원숭이가 빚은 술이 곧잘 예화로 등장하는 것도 이때문. 과실나무 밑에 바위틈이나 웅덩이에 무르익은 과일이 떨어져 쌓인다. 먼저 과즙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효모에 의해 발효돼 저절로 술이 빚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이것을 동물들이 목을 축이느라 마셨다는 것. 영리한 원숭이들은 술맛을 잊지 못해 직접 술을 만들어 마셨다고 전해진다. 종종 아프리카에서 코끼리나 멧돼지 등이 휘청거리고, 딩구는 모습이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술탓이란다.

수렵시대는 과실주, 유목시대는 가축의 젖으로 젖술(乳酒)이 만들어졌으며 농경시대부터 곡류를 원료로 한 곡주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포도주와 같은 과실주는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탄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주나 맥주와 같은 녹말질인 곡류의 양조주는 농경생활로 녹말을 당화시키는 기법이 개발된 후에 만들어졌다.

‘만물의 영장’답게 인간은 술제조법을 개발했고 현재도 진행중이다. 신비스럽고 오묘한 술맛은 인류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술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적당히 마시면 약(藥)이 되지만 과하면 독(毒)이 된다. 그런데 잘 안 지켜진다. 심지어 취하면 부모도 몰라본다는 ‘낮술’도 서슴치 않는다. 낮술은 무섭다.

때는 1999년 6월. 당시 진모 대검찰청 공안부장은 대검찰청 간부들과 오찬을 하면서 폭탄주를 마셨던 것. 대전고등검찰청 검사장으로 내정돼 서울과 작별을 해야 했다. 한낮에 대취한 그는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자랑삼아 얘기했다. 1998년 11월에 있었던 조폐공사 파업은 검찰이 유도했다고. 그는 취했지만 기자들은 맨 정신. 파업유도사건은 이렇게 터졌다. 낮술의 위험함을 보여주는 한 예다.

낮술이 더 취하는 이유는 뭘까. 사람의 장기는 아침에 감수성이 가장 예민하고 뇌는 저녁에 최고조에 달한다. 낮술은 몸에 영향을 주고 밤술은 뇌에 영향을 준다는 것으로 풀이 된다. 이때문에 낮술이 과하면 쉽게 취하면서 몸을 가누기가 어렵다.

‘과학 읽어주는 여자’를 쓴 이은희 과학저술가는 ‘술에 취하는 현상은 뇌가 알코올에 의해 교란된 상태’라고 정의한다. 술을 마시면 체내에 흡수된다. 간에서 처리를 하는데 용량을 벗어나면 혈액속의 잔여 알코올은 온몸으로 떠돌아 다닌다. 뇌에도 침투한다. 뇌에도 신경세포를 보호하기위해 알코올 분해효소가 있지만 분해속도보다 술 마시는 속도가 더 빠르면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영원한 청년작가’ 최인호(66)가 1970년에 발표한 ‘술꾼’주인공 동냥술을 받아 마시는 아이를 통해 술꾼들의 일상을 보여준다. 술을 마시는 것은 행복해서보다 불행한 삶에 대한 위로가 더 많다. 술에 취해가며 가족을 포함한 주변의 모든 것들과 살아가는 자체, 자기 자신까지도 저주한다. 그러나 술에 취하면 취할수록 술꾼들의 어깨를 더욱 짓누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때로 술은 삶의 여유를 준다. 잠시나마 일탈(逸脫)해 다른 세상도 본다. 구름이 흘러가는 것보 감상하고, 늘 다니는 길이지만 새롭게 다가서기도 한다. 다만, 요즘처럼 3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는 아무래도 과음을 조심할 일이다. 술은 배짱을 키우지만 운동능력을 저하시켜 자칫 불행을 가져올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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