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공격경영… 미래준비 빛났다"

입력 2011-07-12 09:39 수정 2011-07-1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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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 쾌속질주 한국車업계 왜?

현대·기아차, 불황에도 해외공장 투자 지속… 이젠 고급차 시장에 눈 돌려

한국GM, 전 공장 생산중단 아픔에도 신차 ‘올란도’ 개발 주력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우측 두번째)이 기아차 조지아공장을 방문, 이 공장에서 생산된 차량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은 불황 속에서도 미래에 다가올 호황기를 대비해 선행투자에 나선다. 많은 기업들이 불황기에 인력 및 투자를 줄이며 몸을 사리는 데 비해 선두기업들은 오히려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것이 선도기업과 후발기업의 차이점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慧眼)’이다.

특히나 자동차산업 같은 경기상황에 민감하고 시장경쟁이 치열한 업종에서 이 같은 혜안은 더욱 중요하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정상에서 나락으로 곤두박질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8년 파산보호신청을 한 GM과 크라이슬러, 2009년 대규모 리콜파문을 겪었던 도요타의 경우가 단적인 예다.

GM, 크라이슬러, 도요타 등도 경기침체 시기에 투자에 적극 나서긴 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경기침체와 맞물린 전체 자동차시장의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큰 배기량의 대형차 개발과 고급차 마케팅에 집중해 결국 아픈 실패를 경험했다.

반면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기업들은 ‘품질 좋은’ 중소형차 개발에 초점을 맞춰 신차 개발, 공장 설립 등에 투자를 확대했다. 트렌드를 앞서 읽는 ‘혜안’을 발휘한 셈이다.

그 결과 국내 자동차기업들은 최근 해외시장에서 위상을 달리 쓰고 있다. 콧대 높던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이 이제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일부 한국기업들을 오히려 벤치마킹하고 있는 상황이 됐다.

▲현대차 체코공장에서 현지 근로자들이 조립라인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 현대·기아차, 불황 속 해외공장 투자… 이젠 ‘고급차’에 눈길= 현대·기아차는 불황 속에서 미래를 대비한 대표적인 자동차기업 중 하나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자동차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그 해 12월 전략회의를 열고 이에 따른 대응전략을 논의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날 전략회의에서 당시 위기 대응 차원을 넘어 불황기 이후를 대비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품질은 3년 안에 세계 3위권, 브랜드 인지품질은 5년 안에 세계 5위권으로 달성한다는 ‘GQ(Global Quality) 3·3·5·5’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은 당시 글로벌 자동차시장의 트렌드인 중소형차 인기와 맞물려 현대·기아차의 성장을 이끌었다. 세계 자동차시장이 극심한 불황에 빠져들었지만 현대·기아차는 품질 좋은 중소형차를 중심으로 신흥시장에서 홀로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해엔 글로벌 판매 톱5 자리에도 올랐다.

경기침체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건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전부터다. 현대·기아차는 이때부터 과감한 투자로 해외 생산물량 확대에 나섰다. 그 결과 전체 해외공장 9곳 중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준공된 곳이 3곳이나 된다. 전체적인 불황 속에서도 글로벌 거점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지속됐다.

현대차는 지난 2009년 9월 체코 노소비체에 당시 연산 20만대 규모의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투자비는 10억유로에 이른다. 이 같은 투자의 결과는 최근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2개월 연속 도요타를 제치고 유럽 내 아시아 브랜드 1위를 차지했다. 또 지난 5월말엔 유럽 진출 34년 만에 5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기아차 조지아공장도 지난 2010년 2월 준공됐다. 연산 30만대 규모로 1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비가 투입됐다. 이 같은 현지 투자는 최근 미국에서의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5월 미국시장에서 처음으로 점유율 10%를 돌파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5억달러가 투자돼 지난 2010년 9월 준공된 러시아공장도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전략차종 ‘쏠라리스(국내명 엑센트)’는 6월 판매량이 역대 현지 수입차시장에서 사상 최대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는 이 같은 상승세 속에서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올해 목표로 잡은 ‘질적 성장’이 그것이다. 2010년 말 ‘모던 프리미엄’을 내세운 현대·기아차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함께 고급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글로벌 자동차시장이 소형차로 눈을 돌리던 무렵 이뤄졌다. 불황 뒤 이어질 호황기에 대비해 불황 속에서 미리미리 고급차 시장에 눈길을 돌렸던 셈이다. 이는 현재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중소형차에 집중하고 있는 트렌드와는 상반되는 행보다.

현대차는 지난해 하반기 에쿠스를 비롯해 제네시스 등 고급차를 미국시장에 출시하고 있다. 이후엔 2~3가지 고급 모델을 추가 투입할 계획이다. 이 같은 현대·기아차의 전략은 향후 1~2년 내 가시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업그레이드 된 품질 및 마케팅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 고급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GM 근로자들이 군산공장에서 쉐보레 올란도를 조립하고 있다.

◇ 한국GM, 불황 속에서도 꺾이지 않은 신차개발 의지= 한국GM(옛 GM대우)은 총체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신차 개발 의지를 꺾지 않은 케이스다.

지난 2008년 말 당시 GM대우는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모기업 GM의 위기 때문이었다. 2008년 12월 부평, 군산공장이 일시 가동 중단됐다. 당시 마이클 그리말디 GM대우 사장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현금을 확보하는 게 지상과제라고 밝힐 정도였다.

모기업으로 인한 재무적인 어려움이 컸으나 GM대우는 신차개발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다. 2008년 초 개발에 들어간 쉐보레 올란도가 대표적이다. 올란도는 GM대우가 개발을 주도한 차다. GM대우는 재무적 어려움 속에서도 신차 개발을 계획대로 진행하기 위해 투자를 지속했다. 투자비로는 약 4억달러가 투입됐다.

효과는 사명이 한국GM으로 바뀐 올해부터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엔 내수 점유율이 상승세를 나타내며 두 자릿수를 달성했다. 물론 쉐보레 브랜드 도입의 영향이 크긴 하지만 새롭게 출시된 신차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회사 측은 브랜드 효과와 함께 불황 당시 개발된 올란도가 이 같은 상승세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7인승 미니밴 올란도는 지난달 2145대가 팔리며 준중형 승용차 크루즈 월 판매량(2363대)과 맞먹고 있다. 전월 대비 무려 58.2% 판매가 증가했고, 올 상반기 누적으로는 총 6594대가 팔렸다. 한국GM 측은 현재 올란도가 국내는 물론 유럽 등 해외수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얘기한다.

한국GM 관계자는 “쉐보레 올란도가 한국GM의 효자 차종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신차 개발은 자동차기업에게 있어 미래를 위한 진정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모기업 GM의 성공적인 회생에 따라 한국GM 역시 앞으로의 전망이 밝다. 한국GM은 향후 3년 동안 매년 1조6000억원을 신차개발 및 생산시설 등에 투자하며 미래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 쉐보레 브랜드를 국내에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한국GM이 개발을 주도한 모델들을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다는 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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