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책당국이 그리스의 일부 채권에 대한 채무를 면제하는 방식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막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그리스의 일부 채권에 대한 디폴트를 인정해 채무를 경감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0일(현지시간)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재무장관들은 11일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머리를 맞댄다.
이번 회의에서는 국채 이자율을 낮추는 것과 국채를 시장에서 되사는 광범위한 환매 프로그램 등 그리스 부채 부담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FT는 전했다.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채권단의 자발적인 롤오버(차환)를 의미하는 이른바 ‘프랑스식 해법’이 그리스의 채무 상환 부담을 덜어줄지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 유럽 주요국이 이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프랑스식 해법’은 오는 2014년 중반까지 만기도래하는 그리스 국채에 대해 70%를 30년물 국채로 교환하는 방안이다.
논의에 참여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의 기본적인 목표는 민간 및 공공 부문 모두의 조치를 통해 그리스의 채무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새로운 방침과 관련해 아직 초기 단계의 논의만 이뤄지고 있으며 최종 합의는 9월 예정된 유럽 정상회의 이전까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EU 정상들은 디폴트로 평가될 수 있는 어떤 해법에 대해서도 반대한 상황이어서 새로운 전략에 합의한다면 그리스 사태와 관련된 구제금융 정책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셈이다.
한편 유로존 재정위기 사태는 이탈리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에 앞서 EU는 그리스 위기가 유럽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로 본격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같은 날 긴급 수뇌부 회동을 소집할 계획이다.
채권시장에서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 8일 5.28%까지 치솟았다.
채권시장의 가늠자인 독일 국채와의 수익률 차이(스프레드)도 유로권 최대 수준인 245bp(1bp=0.01%)까지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