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계획·기념일 예약…고객이 원하면 무엇이든

입력 2011-07-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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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귀족]④프라이빗 뱅킹

시중은행의 김모 프라이빗뱅커(PB)는 최근 자신이 은행원인지 고개를 갸우뚱한다. 몸은 은행에 적을 두고 있지만 하는 일은 직업의 경계를 뛰어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에는 여름 성수기를 맞아 고객들의 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다. 불과 이틀을 앞두고 주말 제주도 비행기 티켓을 구하느라 애를 쓰고 있다.

김씨는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다 보면은 은행 업무보다 다른 일이 많을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20조원 PB시장, 매년 10%씩 급성장= 은행들의 고액 자산가를 붙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고액 자산가가 급증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PB업계에서는 올해 금융자산 기준으로 우리나라 PB시장 규모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메릴린치는 이 같은 규모가 매년 8~10%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PB사업은 은행이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것이다.

“고액자산가는 무엇보다 사람 장사이다.” 경력 5년차의 PB의 말이다. 자산운용도 중요하지만 인간미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를 우선으로 꼽는 고객도 많다는 뜻이다. 은행이 PB시장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양질의 서비스 제공에 골몰하는 이유이다.

최근에는 VIP(Very Important Person)란 용어도 잘 쓰지 않는다. 그 보다 한단계 더 나아간 ‘VVIP’로 고객을 모시고 있다.

박승호 국민은행 PB센터 팀장은 “고액 자산가를 위한 ‘아우름 서비스’는 일상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학 간 자녀의 학업 진로부터 병원 예약 서비스, 결혼기념일의 식당 예약과 이벤트 마련, 고장 난 자동차 출장 서비스 연결 등 상상 가능한 서비스라면 모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것도 물론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은행에서 세무상담을 제공하는 것은 큰 이벤트였다. ‘은행에서 세무상담도 원스톱’이란 시중은행의 광고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본이다. 고객의 정보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10억 이상의 금융자산가를 대상으로 원스톱 뱅킹, 부동산 종합관리, 세무·법률, 유언 상속관리 및 가업승계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한다.

PB들이 업무 시간 이외에도 다양한 금융 지식 공부에 열중한다. 언제나 고객에게 정보 우위를 점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팀장은 “예를 들어 미국 시민권자의 금융계좌 신고 방법 등을 물어보는데 모르면 난처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시간 이외에도 다양한 금융 정보에 대한 공부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자산 30억 이상이면, 당신은 어디서나 ‘VVIP’= 물론 이같은 서비스를 누리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자산을 소유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금융자산 1억원 이상을 PB고객으로 받고 있다.

하지만 VVIP에 속하기 위해서는 30억원 이상은 있어야 한다. B은행 PB는 “20~3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이 있다면 어떤 금융기관에서도 최고의 대접을 받을 것”이라고 귀뜸했다.

10억원 정도의 금융자산이 있다면 한 명의 고객만을 위한 개별 상품을 만들 수도 있다. 고객의 요구와 전문가들의 분석으로 증권과 금융을 혼합한 상품을 만든다. 한 명만을 위한 상품이다 보니 수익률에 따라 구성 항목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고객이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보다 우리나라 코스피 비중을 늘리길 원한다면 그 즉시 상품 변경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전문가의 투자 상담은 기본이다. 예전에는 한명만을 위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50억원이 필요했지만 고객이 늘면서 규모가 줄었다.

어느 시장이나 그렇듯 PB시장 역시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증권사들도 PB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삼성증권이 신한은행 PB 경력직 3명을 채용하면서 양사가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보와 고객을 모두 빼나간 거나 다름없다”며 분위기는 격해졌다. 신한은행은 소송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은행의 수익 중 PB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까지 적은 수준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PB는 “실제 PB센터가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마케팅 비용이 일반 은행 영업에 비해 몇 배 이상 들어가기 때문이다. 공들인 고액 자산가가 발길을 돌리기라도 한다면 타격은 더욱 커진다. 또한 고액자산가들의 촘촘한 인맥 때문에 신규 고객 역시 기존 고객의 입소문으로 오는 경우도 많다. 은행 PB들은 하루에 3~5명 정도의 고객을 만나면서 ‘단골 챙기기’에 매진한다.

현재 우리나라 PB센터는 광화문의 서울파이낸스센터와, 강남의 강남파이낸스센터가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서울 파이낸스센터에는 삼성증권, 신한은행, 메릴린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은행은 오는 8월 강남파이낸스센터에 300억원을 투자해 초대형 PB센터를 개점한다. 세무·외환·부동산·증권·상속 등 모든 서비스를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자산운용 규모로 업계 1위로는 신한은행이 꼽힌다. 그 다음으로는 국민은행, 삼성증권, 하나은행 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각 회사는 정확한 자산운용규모에 대해서는 밝히지는 않고 있다.

유영곤 신한PB 팀장은 “PB시장이 갈수록 커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이다”며 “시장경쟁도 치열하겠지만 포기할 수 있는 시장도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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