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북] 팻(FAT)…"뚱뚱한 게 죄? 그건 당신 생각"

입력 2011-06-1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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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쿨릭, 앤 메넬리 지음/ 김명희 옮김/ 소동 펴냄 / 1만7000원/375쪽
“이 책의 주제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세상은 온통 지방논의로 넘쳐나기 때문이다”(서문 중에서)

영어 단어 ‘fat’은 ‘살찐, 기름진, 풍부한, 비옥한, 유리한, 지방, 기름, 비만, 살, 윤택’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13명의 인류학자가 세계 각지에서 팻에 관한 문화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인 ‘FAT 팻’은 팻을 하나의 개념, 물질, 그리고 생활방식으로서 검토한 책이다.

저자는 팻(지방, 살, 비만)에 관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배경을 분석하며 팻(지방, 살, 비만)은 우리의 생활 구석구석은 물론이고 우리의 사회관계와 자아까지도 지배하고 있다고 말한다. 평균 몸무게보다 23%나 덜 나가는 비정상적인 몸매를 이상적인 몸매라고 설파하는 미디어와 뚱뚱한 사람을 죄인 취급하는 사회는 끊임없이 지방을 덜 섭취해라고 짹짹대었다. 그러는 사이 건강-뷰티-피트니스 산업은 비약적으로 살쪄왔다.

또 이 책은 스타벅스, 스팸, 올리브오일, 포르노, 다이어트약과 같이 익숙한 것들을 분해하고, 뚱뚱한 것을 숭배하는 낯선 문화를 알려준다. 랩과 힙합에서 비만 남성을 찬양하는 것에서부터 포르투갈의 금식하는 성녀의 고찰을 통해, 뚱뚱함은 문화가 만들어낸 구성물일 뿐이며 사회에 따라 달리 평가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사실, 뚱뚱함을 비난하는 팻의 주류문화가 자본주의의 성장과 함께 커왔기 때문에, 팻이 만드는 문화는 필연적으로 성별·경제·사회적으로 정치적 함의를 반영한다. 즉 이 책은 이상적 몸매, 피스타코, 뚱보 포르노, 스팸, 힙합문화, 비식가, 지방 빼는 약, 비만인권운동 등의 문화에 들어있는 권력/정치적 힘의 관계와 사회적 의미를 빼놓지 않고 짚어나간다. 재미있게 읽히지만 팻 논의에 진지한 인문학적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팻에는 다중적 의미와 문화적 아이러니가 숨어있다. 다음과 같이 지방의 의미를 분류할 수 있다. 저자는 뚱뚱한 것(지방)은 우리 시대에서 죄처럼 여겨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브라질 중산층 여성들은 한달 월급보다도 많은 돈을 들여 지방흡입약을 구입하는데, 그들에게 지방은 빈곤과 유색인종의 상징이고 지방을 뺀다는 것은 백인상류층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국회의원의 43%가 여성으로, 여성의 정계진출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스웨덴의 10대 소녀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주제는 팻(살)이라고 전한다. 지방은 대화에 낄 수 있고 사회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매개체라고 주장한다.

동시에 이와 반대되는 인식을 소개하기도 한다. 니제르의 여성들에게 이상적 몸매는 뚱뚱한 여성상이다. 그들은 이상적 몸매를 가지기 위해 소녀적부터 살을 찌우려고 노력하며, 체중을 재면서 날씬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더 살찌기를 소망한다. 여자의 뚱뚱한 몸은 (서양이 날씬한 몸매와 마찬가지로) 아름답기 때문에 아름다운 매력의 표현이다. 나아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찐 살은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될 능력을 나타낸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 모든 것을 설명하며 지방은 마치 이 모든 것이 뭉쳐있는 복잡한 물질이라고 말한다. 지방이양증 환자들의 몸 속에서 마구 돌아다니는 팻처럼, 지방에 대한 우리 사회의 메시지와 이미지는 모순되며 통제불능의 카오스와 같은 존재다. 때문에, 이 책은 팻 문화의 이면을 신랄하게 피헤치지만 어느 문화가 옳다고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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