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 마당에 서니 옛 선비 글 읽는 소리가…

입력 2011-05-3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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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 하회마을-아담한 고택서 옛 정취 느끼며 하룻밤

동쪽을 편안히 한다는 뜻에서 태조 왕건이 지었다는 도시이름처럼 안동은 고요한 운치로 여행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낙동강의 푸른 물줄기가 산 사이를 굽이굽이 휘감으며 흐르는 안동에는 명당이 많다. 그런 명당마다 어김없이 수백년의 세월을 이겨낸 고택과 종택, 선비의 학구열이 느껴지는 서원, 전통을 이어가며 살고 있는 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안동을 대표하는 마을은 으뜸명소로 선정된 하회마을이다.

하회마을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한국적인 마을 중 하나이다. 하회마을의 하회(河回)는 안동을 흐르는 낙동강이 마을을 S자로 휘감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풍수지리상으로도 태극형, 연화부수형으로 불러지는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이 마을은 이미 조선시대부터 사람이 살기 좋은 곳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풍산 류 씨가 600년간 집성촌을 이루고 살아오며 기와집과 초가집을 지켜온 것을 보면 그 명성이 헛된 것은 아닌 듯하다. 지난해엔 세계문화유산 역사마을로도 지정되어 한국을 넘어 세계의 관심을 받는 장소가 됐다.

하회마을의 특별함은 이곳의 전통문화가 지금껏 이어져 내려오는 것은 물론,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과 호흡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 첫 번째는 하회별신굿탈놀이이다.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에서 수, 토, 일요일 오후 2시부터 1시간동안 신명나는 탈춤판을 벌인다. 공연은 보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박장대소를 이끌어낼 만큼 즐겁다. 인기도 좋아 공연시간 임박해 찾아가면 앉을 자리가 없으니 10여분 일찍 공연장에 도착하도록 가는 것이 좋다.

이 밖에도 마을 곳곳에서 전시와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충효당 유물전시관인 영모각에는 류성룡의 유물인 가죽신, 갑옷 등이 전시되어 있고, 하회세계탈박물관에는 국내외의 다양한 탈이 전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탈만들기 체험도 해볼 수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여행자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다.

하회마을 북서쪽 강변에는 1만 그루의 소나무가 심어져 있다는 만송정 숲이 있다. 이곳에서 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절벽이 하회마을전망대라 불리는 부용대이다. 태백산맥의 맨 끝부분에 해당하는 부용대는 마을을 홍수로부터 지켜주는 역할도 가지고 있다. 여름 세찬물살로 흘러내리던 낙동강이 부용대 절벽에 부딪히며 속도를 늦춰 천천히 흐르게 되어 마을로 흘러들지 않게 한다고.

만송정에서 부용대 오른쪽 아래를 바라보면 숲속에 자리한 아담한 고택 한 채를 볼 수 있다. 서애 류성룡이 임진왜란 후 기거하며 징비록(국보 제132호)를 쓴 옥연정사이다. 부용대의 아름다운 풍광이 이어지는 이곳은 안동여행의 백미인 고택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이다. 군불 때는 냄새, 새하얀 창호지가 발린 문, 빳빳한 광목이불, 그리고 마루에 걸터앉아 바라보는 시골의 초승달 등 옛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고택에서의 하룻밤. 일상에서 찌든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시간이다.

하회마을을 떠나기 전, 꼭 들러야 할 공간이 있다. 화산(花山)을 등지고 있는 병산서원이다. 서애 류성룡이 후학 양성을 위해 풍산에 있던 풍산서원을 병산으로 옮겨왔다. 이때부터 서원의 이름도 병산서원이라 바꿔 불렀다. 병산서원은 서원 안 어디에서나 아름다운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선비들이 공부하던 입교당 마루, 자연을 향해 활짝 열려있는 만대루, 존덕사 입구 내삼문 앞에서 바라다보는 풍경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안동에 도착해 하회마을로 가는 길에 천둥산 기슭에 자리한 봉정사에도 들러보자. 봉정사는 일주문을 지나 참나무와 소나무가 양쪽으로 호위하는 매끈한 길을 따라 상쾌한 기분으로 산책하듯 걸어갈 수 있다. 봉정사의 본전인 대웅전 옆에는 국보 제15호 극락전이 자리하고 있다.

봉정사 극락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인정받고 있다.

봉정사에서 나와 송야천 도로를 따라 차를 달리다 보면 도로 바로 옆 오른편에 체화정을 볼 수 있다. 문화재가 가득한 도시라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야트막한 산을 배경으로 널찍한 인공연못을 조성해놓은 구조로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어 한번쯤 둘러볼 만하다.

안동시내에서 가까운 월영교는 안동댐 건설로 수몰된 월영대를 옮기며 만든 목조다리이다. 다리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월영정에서 강바람을 쐬며 잠시 휴식을 취해도 좋다. 월영교에서 자동차로 10~20분 거리에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통일신라시대 전탑으로 신세동 칠층전탑이라 불리는 안동법흥사지칠층전탑(국보 제16호)과 거대한 자연석을 이용해 만든 안동이천동마애여래입상(보물 제115호)이 있다. 모두 도로변에 위치해 찾아가기 쉽다.

안동의 동쪽에도 볼거리가 많다. 임하댐이 있는 이곳은 산도 높고 물도 깊다. 임하호의 물길이 깊숙이 들어와 있어 풍경도 좋다. 곳곳마다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게 되는 까닭이다. 임하호 근처까지 왔다면 천연기념물 제175호로 지정된 안동용계리은행나무를 꼭 보고가자. 수령이 700년으로 추정되며 아름드리나무 자체도 웅장하여 볼만 하지만 주변 경관 역시 훌륭하다.

안동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무량수전으로 유명한 영주 부석사도 들러보자. 천년고찰답게 부석사 내에는 많은 신라시대 유물과 고려시대 유물이 보관되어 있다. 국보 제18호인 무량수전은 부석사의 주불전으로 극락정토를 상징하는 아미타여래를 모신 전각이다.

주심포양식의 기본 수법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건물로서 봉정사 극락전과 더불어 고대 사찰건축의 구조를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에서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정경은 마음 한편을 시원하게 해주는 한 폭의 산수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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