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의 중국여행]핑야오고성서 하룻밤…꿈처럼 만나는 5000년 역사

입력 2011-05-0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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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시성(山西)

산시성(山西) 하면 내 남동생이 떠오른다. 남동생은 우리 부부가 1년간 중국 배낭여행을 할 때 40여 일간 동행했다. 산시의 따퉁(大同), 우타이산(五臺山), 타이위안(太原), 핑야오고성(平遙古城)을 거쳐 본격적인 여행 무대로 진입했다.

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실크로드’. 어마어마한 유적지며 관광지를 샅샅이 둘러보고 동생은 우루무치에서 먼저 귀국했다. 그 후, 우리 부부가 1년간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귀국했을 때, 어느날 동생에게 물었다. “중국여행에서 어디가 제일 좋았어?” “핑야오고성에서 하룻밤!” “에이, 설마…! 진짜로?”

동생의 대답이 허탈하기까지 했다. 내심 실크로드의 어느 지역을 대리라 기대했다. 실크로드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으니까. 이제 그 이유가 궁금했다. “핑야오고성 어디가 그렇게 좋디?” 녀석의 대답이 걸작이다.

“진짜 진짜 중국 같았어. 내가 상상하고 보고 싶었던 중원의 중국. 핑야오고성 안 고택에서 잤던 그 밤이 잊혀지지가 않아. 사합원 마당에 앉아 핑야오 소고기랑 맥주 마셨던 것도. 누나, 그 고택이 지금도 있을까?”

진가를 알고 나면 누구에게나 산시성이 달리 보인다. 산시성은 황하문명의 발상지요, 누들로드의 시발점이자, 중국에서도 가장 중국다운 면모를 간직했다. 중국에는 이런 말이 있을 정도다.

‘중국의 현대를 보려면 상하이를, 중국의 근대 오백 년 역사를 보려면 베이징을, 오천 년 중국 역사를 보려면 산시(山西)로 가라.’ 그뿐인가. ‘중국의 지하(地下) 문화재는 산시(陝西)에, 지상(地上) 문화재는 산시(山西)에 있다.’할 정도로, 산시(山西)는 중국의 역사와 문화, 예술에 있어 보물창고다.

동생이 감탄해 마지않던 핑야오고성. 1997년 세계문화유산 지정 당시, 유네스코 역시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보존이 거의 완벽에 가까워서. 서주(西周)시대부터 건설되기 시작한 핑야오 고성의 역사는 자그마치 2천 5백여 년. 성벽 둘레만 6163m로, 성 전체 면적은 여의도의 5배에 달한다.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성벽과 건축물의 대부분은 14세기 명나라 때 지어졌다. 명·청 시대의 건축, 문화, 경제, 사회 발전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했다.

걷다 배가 고프면 ‘핑야오 소고기’ 한 접시와 산시성의 명주(名酒) 펀주(汾酒) 한잔, 바삭바삭 구운 칩 맛이 일품인 스토우빙(石頭餠)을 사먹는다. 핑야오의 특색음식이다. 사합원 고택에서 하룻밤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산시성에는 큰 뜰이라는 의미에서 대원((大院)이라 부르는 고건축물들이 즐비한데, 핑야오 고택에서 이 정원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핑야오에서 남동쪽으로 차로 한 시간가량 달리면 비경이 나타난다. 몐산(綿山)이라고. 몐산은 산동(山東)과 산시(山西)성으로 나누는 경계가 되는 태항산(太行山)의 한 갈래로, ‘중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린다. 해발 2000m 위, 25km에 달하는 기막힌 협곡을 따라 불교, 도교 사원들이 절벽에 세워졌다. 이른 아침 발아래 협곡을 바라보며 즐기는 산책이 아주 그만이다.

안개 피어오른 협곡의 풍경은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그 비경만큼이나 독특한 호텔이 압권. 절벽 중간에 운봉서원(雲峰墅苑)이란 호텔이 서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호텔이 마치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것 같다. 이달 16일부터 10월말까지, 아시아나 전세기편이 황하문명의 발상지이자, 누들로드의 시발점인 산시성 타이위안(太原)을 오간다니, 다시 한 번 그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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