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분양가상한제 폐지 당연하다

입력 2011-03-25 11:00 수정 2011-03-2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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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국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지난 1989년 노태우 정권 당시 건설부(현 국토해양부) 장관은 중앙대 교수로 재직하던 박승씨였다. 당시 박 장관은 모 일간지 기고문을 통해 분양가상한제의 폐지 필요성에 대해 썼다가 곤욕을 치뤘다. 주택문제의 최고 책임자가 ‘분양가상한제를 없애야 한다’고 일간지에 대문짝만하게 글을 썼으니 시장이 즉각 반응한 것이다.

전두환 정권시절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준비로 모든 건설자재가 관련 시설건설에 선투입되면서 주택공급이 크게 줄어든데다, 강력한 물가억제 정책으로 집값은 이미 부글부글 끓어오를 준비를 하던 차였다. 이때 박 전 장관의 기고문이 집값 폭발의 뇌관이 된 것이다. 분당 일산 등 수도권 5개 신도시 개발계획이 서둘러 마련된 것도 바로 이같은 배경에서다.

나중에 만난 박승 전 장관은 “그때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했어야 했다”고 회고했다. 시장의 충격이 커지자 당시 정부는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절대 없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집값은 이이 오를대로 오른 뒤였다. 결국 집값도 못잡고, 분양가상한제도 폐지하지 못했다. 박 전 장관은 시장경제 시스템에 어긋나는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실기(失機)한 것이 못내 아쉽다는 표정이었다.

몇년 뒤 역시 노태우 정권 때였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직장인이 서울에 내집을 장만하는데 평균 18년이 걸린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가 정권으로부터 혼쭐이 났다. 그 날 마침 건설부가 분당 등 수도권 신도시개발로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는데, 모든 언론이 주택산업연구원의 기사는 크게 취급한 반면 건설부 기사는 깔아뭉개 버렸다. 정부정책으로 집값이 안정되기 시작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국민에게 크게 알리고 싶었는데 한 연구원의 보고서에 파묻혀버렸으니 연구원이 꽤나 괘씸했을 것이다.

안기부가 관련 연구원을 조사했다는 소문도 파다했었다. 이 보도자료에 언급한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문제가 된 것이다. ‘신도시개발로 집값이 내림세로 돌아섰고, 건설업체들이 신도시 특수를 누리고 있으나 개발이 끝나면 부채비율이 높은 건설업체들이 심각한 자금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를 없애야 한다’라고 결론 부분에 쓴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순수 연구로 판명됐지만 안기부는 이 연구원이 건설업체들로부터 뇌물이나 향응을 받고 보고서를 발표했다는 의심을 갖고 뒤를 캐고 조사했다는 것이다.

얼마전 당·정이 주택활성화대책을 발표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도 포함돼 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위해 국회와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의 폐지 여부는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한나라당은 이미 당·정합의를 거쳤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민주당에 달려있다. 민주당의 주택정책을 보면 고심의 흔적이 많지만 일방 서민에 몰입하는 바람에 ‘시장의 심리’(心理)를 관가한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

‘경제가 곧 심리’인 만큼 시장도 시장 참여자들의 마음과 생각(心理)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 인간은‘경제적 동물’로서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 본능적으로 최적의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마련이다. 집을 안 사고, 전·월세를 선택하는 판단과 심리 또한 ‘경제적 동물’인 주택 구매자들의 최적의 행동을 지배하게 된다.

우리의 경우 집을 단순히 주거하는 집으로만 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집이 강력한 재테크 수단인 것이다. 평범한 직장인이 일거에 몫돈을 쥐거나,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갈수록 불안해지는 노후대책 마련을 위해 집에 집착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집문제는 집이 단순히 집이 아니기 때문에 꼬이고, 비틀어지는데 지금 수요자들이 집을 사지 않는 것은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민주당 등은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 집값이 크게 오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것은 기우다. 가계부채가 800조원에 이르고, 담보대출의 67%가 주택이 차지하는 마당에 가파른 물가상승과 인플레 우려로 고금리기조가 굳어지면 빚을 내서 집을 사라해도 살 사람은 없다. 지금 주택 수요자들의 심리가 그렇다.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인 이유다. 주거형태가 다양해진 점이나, 가구의 변화, 인구동향 등 장기적인 안목에서 봐도 집값이 과거와 같이 폭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분양가를 묶어놓는다 해서 집값이 안정되고 말고할 시장이 아니라는 의미다.

주택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정치권은 20년 이상 묵은 분양가상한제에 얽매이지 말고 차제에 앞으로 툭 치고 나갈 것을 권고하고 싶다. 예컨데, 고분양가의 원인이 되고 있는 지자체들의 지나치게 높은 기부체납 요구 관행을 억제하거나, 양도세를 없애거나, 임대주택의 수만 늘릴 것이 아니라 임대주택금융을 개선하는 등의 앞을 바라본 대책에 열정과 고민을 쏟아줄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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