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官]“바꾸자 바꾸자”했지만 진정한 변화는 없었다

입력 2011-03-23 11:00 수정 2011-03-2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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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권 출범 당시엔 “작은 정부론·공직 혁신”

▲2008년 1월20일 전남 대불산업단지 내 한 사거리 코너에 위치한 전신주가 옮겨지고 있다. 이 전봇대는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정부 규제 개혁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현 정부가 출범한 지 3년이 지난 지금 전봇대가 정부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게 재계 안팎의 시각이다.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

지난 1995년 김영삼 정부시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베이징 발언의 한 대목이다. 당시 이 회장은 이 발언으로 곤혹을 치뤘지만, 복잡한 행정 규제와 관료주의(권위의식)를 없애야만 일류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뜻을 담은 발언이었다.

강산이 한 번 변하고, 또 반 번은 더 바뀌었지만 이 회장의 발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치적 계산, 표준화된 기성체제와 유착하려는 권력과 개개인의 윤리의식이 수반되지 못한 관료의식은 지금도 공직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다.

최근 외교통상부가 유명환 전 장관 자녀 특채 파동의 여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른바 ‘상하이 스캔들’로 사면초가에 몰려있다. 한국 외교관의 부끄러운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사건에 거명된 이들 모두 외교부, 법무부, 지식경제부, 경찰 등 각 정부기관에서 선발된 최고 수준의 엘리트 공직자들로 관료 사회에 대한 근본적 개혁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듯 공무원 기강 해이, 국가 파워엘리트의 부패 만연 등 한국 정부의 만성적인 불안 요인이 이명박 정부 후반기 현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권초기 이 대통령은 “공무원은 개혁이나 변화의 대상이 아니고 변화와 개혁을 주도하는 세력”이라고 누차 강조해 왔다. 공직자의 자세로 ‘머슴론’과 ‘얼리버드(early bird·조기출근)’를 운운하며 강도 높은 비판으로 공무원들을 코너로 몰아세웠다.

‘작은 정부론’에 근거해 부처 통폐합이 이뤄지면서 중앙행정기관과 하부조직도 대폭 줄였다. 또 공무원 정원 감축작업이 단행됐고, 공직사회 혁신을 모토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임명됐던 공공기관장들도 대거 물러났다.

그러나 정부조직을 슬림화한다며 부처를 몇 개 줄이는 모양새와 달리 정작 공무원 수는 지난 3년간 되레 1만4000여명이나 늘었다. 개혁과 선진화가 절실하다던 공기업은 슬그머니 고용창출 수단으로 전락했다.

청와대 또한 초기와는 딴판으로 비대해졌다. 충성도 높은 별정직 이탈이 가속화됨에 따라 비서관 이상 청와대 간부진의 관료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청와대 조직은 정권의 논리보다 관료주의가 득세해 대통령의 국정장악력 약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집권 초기 ‘규제 전봇대’를 뽑으며 ‘기업 친화적’(비즈니스 프렌들리)인 정책을 펼쳤던 현 정부가 집권 후반기로 가면서 주요 이슈마다 재계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이유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최근 대기업의 초과이익을 중소기업과 나누자는 초과이익 공유제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물가정책 등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이 산업계의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은 “노무현 정부를 제외하고는 현 정부를 포함해 역대 정부 대부분에서 정부 조직 축소, 공무원 인력 감축 등 작은 정부를 추구해 왔다”며 “이는 과거의 개혁이 잘못됐거나 미흡해 발생하는 것이지만 조직이기주의도 한 몫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역대 정권들이 후반기에 접어들며 작은 정부를 지향했던 목표가 퇴색돼 갔다”며 “이는 시장친화적 정책을 고수하지 못해 지지도가 떨어지면서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조직이 점차 비대해지는 양상을 띄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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