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지나친 ‘측은지심’ 경계를

입력 2011-03-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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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신 유통경제부장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 흔들리고 있다. 관측이래 4번째로 큰 진도 9.0 규모의 대지진으로 일본 동북지역이 거의 초토화되다시피 했다. 길게는 몇달에 걸쳐 여진이 계속 발생할 것이라느니, 일본열도 전체가 불안전하다느니 하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고 후쿠시마 원전 1호기부터 4호기까지 폭발하고 5호기, 6호기도 안심할 수 없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방사능 공포로 일본을 탈출하려는 엑소더스 조짐도 있다고 한다.

경제대국 일본이 침몰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고, 재기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섯부른 전망도 나온다. 세계 각국에서 구호의 발길이 일본을 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한류스타들은 저마다 경쟁을 하듯 기부금을 내놓고 있고, 기금모금 단체와 방송매체들도 앞다퉈 성금모금 방송을 편성한다고 한다. 성탄절 즈음에나 볼 수 있었던 구세군도 거리로 다시 나와 18일과 19일 모금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일본에 구조대를 보낸 첫번째 국가로 기록됐고 대통령도 나서서 ‘가까운 이웃이 가장 먼저 가서 도와야 한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주문했다. 이런 발빠른 움직임은 ‘일본’이라는 나라가 갖는 상징성때문에 가능하다. 말 그대로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은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가까운 나라’가 되었다.

이는 수치가 말해 준다. 일본은 10여년째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유이한 국가이지만 단일국가로는 한국의 3번째 교역국이기도 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양국간 교역은 꾸준히 늘어 지난해 대일 수출은 282억달러로 전년보다 39.4%, 대일 수입은 643억달러로 전년대비 30.1% 각각 증가해 양국간 교역규모는 925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도 대일 수출은 1월에 전년동월보다 57.4% 증가한데 이어 2월에도 38.4% 증가해 매월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무역수지로는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행분야만 놓고 보면 방한객수가 출국자수보다 많은 유일한 나라가 일본이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의 일본 방문객수는 241만5362명인데 반해 일본인 관광객 입국자 수는 302만3009명에 달한다. 지난해 전체 방한 외래관광객 879만7658명을 기준으로 약 28%를 일본인이 차지하고 있다. 올 1월만 놓고 봐도 총 방한 외래 관광객이 58만6152명인데 반해 일본인은 19만6301명이 한국을 방문해 33%를 차지한다.

일본은 한류열풍의 진원지이기도 하지만 가장 오래 한류열풍이 지속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욘사마’ 배용준, ‘뵨사마’ 이병헌은 일본 방문때마다 3만~4만명의 팬을 끌어 모은다. 한류열풍이 사그라들듯 하자 소녀시대나 카라 같은 ‘걸 그룹’이 다시 한류열풍을 잇고 있다.

우리 국민의 일본에 대한 인식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독도 영유권이나 역사교과서 문제 등 일본 극우세력의 심각한 왜곡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은 일본과 일본인을 이제 ‘선한이웃’으로 바라본다. 2011년 3월 11일이후의 일본은 역사상 가장 참혹한 나날들을 보내겠지만 분명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새로운 ‘화합’의 길로 들어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지나친 ‘측은지심’은 경계해야 한다. ‘측은지심’은 당사자에게 큰 힘이 될 수도 있지만 너무 과하게 되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 지금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원조의 행위들이 우려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형평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구제역으로 인해 상처받은 농심과 전세값·물가 폭등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에게는 일본에 대한 지나친 관심과 배려가 소외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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