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인터넷이 없다면…

입력 2011-03-1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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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올스톱’…암흑시대 도래

▲지난 3월 4일 시작된 분산서비스거부(디도스:DDoS) 공격에 대해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내 인터넷침해대응센터 종합상황실에서 관계자들이 트래픽 유발 상황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컴퓨터를 켜도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는다면. 혹자는 인터넷이 없으면 세상이 ‘올스톱(All Stop)’ 될 것이라 말한다. 만약 인터넷이 없다면 어떤 세상이 올까.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종일 노트북을 끼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람일 수록 집에서 쉬는 휴일에 컴퓨터를 켜지 않고 하루를 보내고 싶어 하지만 막상 인터넷이 안 되면 불편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직장인 배모(36·남)씨는 얼마 전 새로 이사한 곳에서 인터넷 회선이 연결 안돼 주말 동안 색다른 경험을 했다. IPTV와 인터넷전화 결합상품을 쓰고 있던 배 씨는 인터넷이 안 되자 암흑과도 같았다고 하소연했다.

지상파 TV만 보려니 재미가 없어서 영화라도 한 편 보려고 해도 예매를 할 수 없었다. 시간날 때마다 짬짬이 즐기던 게임도 할 수 없고 친구들을 만나러 가려고 해도 맛집 검색은 물론이고 버스 지하철 노선 검색조차 할 수 없었다.

날씨를 확인해 보고 싶어도 뉴스에서 일기예보가 나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신문을 뒤져야 했으며 온라인 쇼핑 대신 직접 마트에 가서 장을 봤다. 또 메일을 보내거나 인터넷 까페에 공지글을 남기면 될 일도 일일이 만나거나 전화를 해야했다.

오는 4월1일이면 국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상용화 12주년을 맞이한다.

1999년 SK브로드밴드가 초고속인터넷 ADSL 서비스 첫 선을 보인 이래 라이프스타일은 그야말로 혁명을 맞이했다. PC를 일반 가정에 보급해 통신회선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된 것.

대표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던 오프라인 편지나 전보, 우편엽서는 이메일과 채팅, 메신저로 대체됐다.

초고속인터넷으로 인해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 문화가 활성화되고 까페와 같은 온라인 모임들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반화 된 ‘네티즌(netizen)’이라는 용어가 생겨난 것도 이 무렵이다.

인터넷이 없었다면 게시판과 댓글 문화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시청 앞 광장을 가득 메운 붉은악마의 응원도 볼 수 없었을 것이며 촛불집회도 생기기 어려웠을 것이다.

인터넷이 가진 정보전달 파급효과는 저소득 가정이나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정보격차를 해소해주고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일조했다.

인터넷에서는 조금만 시간을 투자해도 가장 싼 가격의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많은 소비자가 순식간에 여러 가게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게 된 것. 경제학이 이념적으로 상정해 온 완전경쟁 시장에 가까운 상태를 만들어 준 것은 인터넷 덕분이었다. 또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공간을 제공해 도매점과 소매점이 필요 없어지고 유통재고도 줄었다.

인터넷뱅킹이 보급되면서 현금을 손에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많은 은행에서는 수수료를 받지 않았다. 인건비와 현금 자동 입출금기 등의 설비비를 절약할 수 있으므로 당연한 일이었다.

대리점, 세일즈맨, 여성 판매원의 역할은 점점 힘을 잃어갔으며 주식거래도 예외는 아니다.

대규모 증권회사로서는 인터넷 거래를 추진하면 할수록 기존 수수료 체계와 판매망을 파괴해 버리는 데다 지금까지 회사를 지탱해 온 판매망과 영업직원이 두통거리로 전락했다.

원격 사무실에서 근무할 수 있는 ‘스마트워크’는 출퇴근 시간을 줄여 줄 뿐 아니라 임신부가 계속 업무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오늘날 대학생의 구직활동은 인터넷을 빼고 말할 수 없다. 우선 구직자는 회사정보를 홈페이지에서 입수하고 회사는 합격여부와 2차 시험 안내에 이메일을 이용한다.

전문가들은 만약 인터넷이 없다면 대부분 기업들의 기존 경영시스템은 붕괴되고 업무 마비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거의 모든 산업구조가 인터넷 기반으로 전환돼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관계자는 “정보 검색, 교육, 게임, 금융, 노동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이 미친 파급효과는 엄청나며 마치 공기나 물처럼 없어서는 안 될 ‘필수재’가 돼 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이 세계 공통의 인프라가 됨에 따라 인터넷이 부를 만드는 수단이 되고 그곳에 모든 정보가 흘러들어가는 상황에서 그 통제권을 한 국가가 장악한다면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면서 “국경이 의미가 없어진 만큼 ‘IT 강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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