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장관, 물가에 ‘백기’

입력 2011-03-08 11:00 수정 2011-03-09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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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압적 물가잡기정책 4개월만에 실패 인정

4개월여 동안 억눌렸던 ‘물가의 역습’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개를 숙였다. ‘관치’(官治) 논란을 일으켰던 강압적 물가잡기 정책이 한계에 달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국 윤 장관은 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다’며 강압적인 물가 관리의 한계와 정책 실패를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말았다.

사실 윤 장관은 사석에서는 지난해 연말부터 ‘쉬고 싶다’는 의사를 내 비추며 피곤한 기색을 내기도 했지만, 물가관리에 대해 공식석상에서 자신감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것은 3월 들어서면서부터다.

지난 1일에는 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 편지에서 “세계 경제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웠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불안하고 내부적으로도 구제역·물가·전셋값 등 어느 것 하나 엄중하지 않은 게 없고 정부의 정책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내 놓을 정책이 거의 바닥이 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관계부처 장관회의가 열린 지난 2일에도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 불안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에 대내외 물가여건이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내 놓을 정책도 없는데다 외부 변수의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윤 장관의 고민도 극에 달한 모습이다.

결국 윤 장관은 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물가잡기의 한계를 솔직히 인정했다. 윤 장관은 이날 재정위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물가관리에 대한 추궁이 이어지자 “할 수만 있다면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다”고 말했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정부가 매주 물가안정대책회의를 여는 등 본격 대응에 나선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에 물가에 ‘백기’를 든 셈이다.

경제 전문가는 물론 재계 안팎에서 기업의 팔을 비트는 식의 물가잡기는 오래가지 못하고 언젠가는 물가가 한 번에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 확인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실제로 높은 상승세로 윤 장관이 더 이상의 인상을 막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이고,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 기름값은 최근 다시 올랐다. SK에너지·GS칼텍스·S-오일·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일선 주유소 등에 공급하는 석유제품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정유사들이 가격을 올림에 따라 일선 주유소도 일주일 뒤부터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판매가격을 추가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의 가격 인상은 최근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 정정불안 등의 요인으로 국제유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상승 요인이 있으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가격을 누른다고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부는 사실상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도 용인했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공공요금을 현실화하지 않을 수 없는데 한꺼번에 분출되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다”며 “경영합리화를 통해 흡수해 나가겠지만 그 밖의 분야에서는 (인상분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일시에 가계충격이 오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반영) 될 수 있도록 논의할 것”이라며 “물가 추이를 봐가며 에너지요금에 대한 단계적 현실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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