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시중금리 상승에도 가산금리를 인하해 대출금리를 내리고 있다. 연초에 공격적인 영업을 통해 신규 대출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이번 주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 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04%포인트 낮췄다. 연 4.31~5.71% 수준이다. 잔액기준도 연 3.94~5.34%로 0.04%포인트 인하했다.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주택담보대출은 지난주와 같은 연 4.86~6.16%를 유지했다. 지난주 CD금리가 0.04%포인트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인하한 셈이다.
국민은행의 이 같은 금리 인하는 주택담보대출의 계절적 비수기인 1~2월이 지난 만큼 공격적인 영업을 재개한 것이다. 기업 대출이 예전만큼 활발치 못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 손해를 보더라고 가계 대출을 통해 수익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대출금리 인하 경쟁이 연초에 더욱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은 대출금리 산정방식을 세분화하고 전문화하면서 가산금리가 낮아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가산금리는 코픽스, CD 등의 기준금리에 각 은행의 조달비용, 영업이윤을 등을 고려해 덧붙인 금리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CD연동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22%포인트 내렸다. 우리은행 역시 다음 달 말까지 아파트 구입자금 대출금리를 0.2%포인트 낮춰 금리 인하 경쟁에 동참하고 있다.
은행권의 금리 인하 경쟁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자금을 모으려는 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한은이 내달경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1%포인트 이상 올려 연 3.75%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시중금리 상승으로 은행권의 수익이 증가한다. 하지만 주택 매매가 활발치 못한 시점에서 추가 대출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또한 3월 말 부동산 대출 규제인 총부채상환비율(DTI)이 부활하는 것도 염두했다는 분석이다. DTI가 다시 적용되기 전에 미리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를 고려한 것이다.
한편 은행의 금리 인하 경쟁이 기존 대출자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지만 가계빚을 더욱 늘리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가계대출은 725조원으로 사상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2009년 692조원에 비해 4.6%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