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청렴의 표상 '해치'를 보며

입력 2010-11-04 12:00 수정 2010-11-0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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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장겸 온라인뉴스부장
작년 12월 21일은 서울시가 기억에 남을 행사를 개최한 날이다. 이날 청렴의 상징인 '해치' 조형물 제막식을 갖고 청사1동 정문에 ‘해치’ 한쌍을 설치,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서울의 규모와 위상에 걸맞는 도시상징체계가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고유한 이미지를 각인시킬 서울의 상징으로 600년 역사 속에 살아 숨쉬던 ‘해치’를 선정했다고 한다.

그런 연유도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명쾌한 답이 나온다. 서울시가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16개 광역자치단체중 9위로 내려 앉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청사 앞에 ‘해치상(像)’을 세움으로써 3천여명의 직원들에게 뼈저린 반성과 각성을 촉구함과 동시에 청렴의지를 새롭게 다지자는 결단을 내려 세워졌다는게 설득력을 얻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해치’는 '법과 정의'를 지키는 상상의 동물로 전해진다. 눈을 부릅뜨고 머리 한가운데에는 뿔, 몸에는 방울과 날개가 달린 ‘해치’는 고려 공민왕 때 중국에서 전해 내려와 조선말기까지 법의 상징으로 통용됐다. 조선시대 관리들을 감찰했던 사헌부 관리들은 ‘해치관(冠)’을 썼고 궁궐을 드나드는 관리들은 ‘해치상’ 꼬리 부분에 손을 얹는 관습을 통해 청렴함을 되새겼다고 한다.요즘에도 주변에서 ‘해치’를 쉽게 접할 수 있다. 광화문광장을 비롯 경복궁에는 근정전·경희루·흥례문·자경전 등에 총 49점의 ‘해치상’이 있다.

천호대로와 하남시 경계, 송파대로와 성남시 경계, 개화로와 김포시 경계 등 10개 지역에 도 총 19점이 우뚝 서 있다. 청와대 영빈관 앞에는 광화문 ‘해치상’과 똑같이 생긴 ‘해치상’이 있고 국회의사당에도 국민을 위한 정의로운 입법 활동 염원을 담아 2점이, 대검찰청에는 1999년 '법의 날'을 맞아 청사 옆에 ‘청동 해치상’ 1점이 각각 설치돼 있다.

이처럼 곳곳마다 ‘해치’를 설치해 청렴한 나라를 만들어 보고자 심혈을 기울여 왔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주소는 멀기만 하다.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가 최근 발표한 '2010년 부패인식지수(CPI)'자료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5.4점을 얻어 조사대상 178개국 중 39위에 그쳤다. 조사 이래 최고점을 얻은 2008년에 비해서는 0.2점, 6년 만에 처음 하락했던 작년에 비해서는 0.1점 떨어져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반해 뉴질랜드는 공직자비리를 전담하는 독립된 중대비리조사청(SFO)을 설치, 부패를 원천 봉쇄시켜 청렴도 1위 국가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1950년대까지 부패가 만연했던 싱가포르는 1960년 설치한 ‘부패조사국’이 공직 비리 의심자를 영장 없이 체포하고 압수 수색이 가능한 ‘부패방지법’을 시행하면서 공직 부패를 척결시켰다고 한다. 대만도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2008년 5월 집권한 후 부패 척결기구인 염정서(廉政署)를 설치하는 등 부패척결에 앞장서 CPI가 6계단 오른 33위를 차지, 우리와 대조를 보여주고 있다.

투명성기구가 발표한 CPI가 우리 사회의 부패정도를 나타내는 절대적 기준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하지만 공직자와 정치인, 사회지도층의 부패가 여전히 만연돼 있는게 사실이다.

각종 병역비리, 고위공직자의 위장전입과 자녀 채용비리, 교장과 재단이 업체와 결탁해 비리를 서슴치 않는 교육계 비리. 최근 터져 나온 C&그룹 임병석 회장의 정관계 로비,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청탁의혹 등 부패고리가 근절되지 않은채 곪아 터지면서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이같은 부정부패는 오는 11일 개막하는 G20 정상회의 개최국의 자부심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G20 정상회의 개최는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는 분명하지만 공정한 법 집행과 부정부패 척결 없이 선진국 진입은 요원하다. 선조들이 ‘해치’를 늘 청렴의 표상으로 삼아왔듯이 13위 경제대국에 걸맞게 국민의식 수준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이번 G20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국가의 위상과 품격을 높여 경제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계기가 마련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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