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저무는 팍스아메리카나...몸부림치는 미국

입력 2010-10-26 12:00 수정 2010-10-2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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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국의 체면은 이미 3년 전에 톡톡히 구겼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시장발 금융위기는 미국이 주도한 '팍스아메리카나'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민태성 국제부장
서브프라임 사태의 폭풍이 절정에 달한 2008년 3월, 월가는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은 충격의 도가니속으로 빠져들었다.

미국 2위 증권사이자 채권사업부문의 강자였던 베어스턴스가 JP모간체이스로 헐값에 넘어갔다.

같은 해 9월에는 158년 역사의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을 선언하며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대표 투자은행 '빅5' 중 하나였던 메릴린치 역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품으로 들어가면서 전세계 투자자들을 공황에 빠뜨렸다.

초저금리 시대라는 온실 속에서 자산에 대한 적절한 평가없이 무분별한 대출을 일삼은 것이 당시 신용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었다.

유럽 재정위기까지 겪으면서 수렁에 빠졌던 미국 경제는 최근 살아나는 듯 했지만 회복은 녹록지 않았다.

신용위기의 근원지인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블딥(이중침체) 논란도 가시지 않고 있다.

벼랑 끝에 밀린 미국이 선택한 것은 약달러였다.

대외적으로 강달러를 외치는 미국이지만 수출을 살리고 경상적자와 재정적자 등 이른바 쌍둥이 적자를 줄이기 위해 약달러는 포기할 수 없는 보루기 때문이다.

마침내 미국은 결단을 내렸다. 지난 23일 경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리더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필수인 국제통화기금(IMF)의 쿼터 비율을 신흥국에 양보했다.

시장결정적 환율을 고수한다며 환율전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얻는 대신 내준 대가였다.

일단 시장은 미국의 손을 들었다. G20 회담 이후 첫 거래를 맞은 25일 외환시장에서 달러의 낙폭은 가속화했다.

문제는 중장기적인 관점이다. 미국 경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것은 서비스업이다.

미국의 제조업이 여전히 세계 최대라고 하지만 미국 경제의 성장 동력은 금융을 비롯한 서비스다.

서비스업이 성장하기 위해 강달러가 유리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달러 자산의 수요가 없는 서비스산업의 성장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심 잡기에 혈안이다. G2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고 경제를 살린다는 명분 아래 약달러 고집을 꺾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행보는 모순 투성이다. 연방준비제도(Fed)는 최대 2조달러 규모의 추가 양적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채권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 방식을 취한단다. 이를 통해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을게다.

시장은 시장 그대로 작동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는 미국식 자본주의의 기본에 위배되는 것이다.

G2 시대를 맞아 나름대로 타협점을 찾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입김은 더욱 약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미국의 결단이 팍스아메리카나 시대를 역사속으로 보내는 마지막 몸부림으로 보이는 이유다.

G20 회담을 끝내고 뒤돌아 웃는 곳은 중국이다. 단기적으로 환율을 양보했지만 이르면 수년 뒤에 IMF 쿼터 2위 자리까지 넘볼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진정한 G2 시대를 열게 된 셈이다.

패권을 잃어버린 미국을 뒤로 하고 이미 '떠오른 용'이 된 중국의 비상은 예상보다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시진핑 시대를 앞둔 중국의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두려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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