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기부'...한국의 게이츠, 버핏을 보고싶다

입력 2010-10-14 11:00 수정 2010-10-1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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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션 코리아-초일류 국가의 조건] 배려하는 사회 上

최근 미국 재계 리더들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아름다운 기부 운동’이 우리 사회에까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름다운 반란’의 주인공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가치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등 세계적인 부호들이다.

게이츠와 버핏을 포함한 40명의 부호들은 지난 6월 ‘기부서약(the giving pledge)’을 통해 생전 또는 사망 시 재산의 최소한 절반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기로 선언했다.

기부를 약속한 40명에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과 이베이 창립자인 피에르 아미드야 부부, CNN 창립자인 테드 터너, 패션 디자이너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부부 등이 포함돼 있다.

게이츠와 버핏은 중국에도 건너가 자선 만찬을 열고 중국 부호들을 상대로 기부 운동을 펼쳤다.

초대된 중국 부호들 대부분의 반응은 냉담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중에 ‘장쑤황푸재생자원이용유한공사’의 천광뱌오 이사장이 사후에 자신의 재산 전액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훈훈한 감동을 전했다.

게이츠와 버핏은 중국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에서 성공을 거둔 현세대 기업가들에게 차세대의 모범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이런 사람들이 현대 중국에서 대규모 자선사업의 발전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현재 게이츠와 버핏이 설득 중인 억만장자는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 400대 부호들로 지난해 이들의 순자산을 합산한 액수는 1조2000억달러에 달했다.

이들이 재산의 절반만 기부해도 그 액수는 6000억달러(약 670조원)에 달하며, 이는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70% 수준이다.

이들의 기부 약속은 법적 효력은 없지만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와 사회적 책임에 대한 방점이다.

미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뉴욕 편집국장을 지낸 매튜 비숍은 버핏과 게이츠의 기부 운동을 ‘운동으로서의 자선자본주의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이정표’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이들의 기부운동은 단순한 사회운동이 아닌 경제의 패러다임마저 바꾸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존의 경제는 ‘등가적 교환(exchange)’에 바탕한 자본주의 시스템이 전부였으나 이제는 ‘줌(giving)’과 ‘나눔(sharing)’을 핵심 가치로 여기는 경제구조로 이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학자인 마샬 살린스는 이 같은 구조를 ‘선물경제(gift economy)’라고 정의한 바 있다. 선물경제는 선진국에선 이미 자리잡은 지 오래다.

자본주의가 성숙하는 과정에서 기부와 자선활동이 사회 지도층을 평가하는 덕목으로 떠오르면서 기부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

영국의 경우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기부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윌리엄과 3위인 해리 왕자는 지난 2008년 오토바이를 타고 아프리카 대륙의 비포장 도로 1000마일을 여행하며 모은 30만파운드를 넬슨 만델라 아동기금과 유니세프에 기부한 바 있다.

프랑스에서는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2007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자신의 이름을 딴 공익재단을 설립해 빈곤퇴치와 환경보호 등 공익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자수성가한 기업인들이 인재육성 재단을 만들어 사회에 공헌하는 경우가 대부분.

전기업체인 파나소닉의 창업자인 고(故) 마쓰시타 고노스케 전 회장은 지난 1979년 국가 지도자 양성 기관인 ‘마쓰시타 정경숙’(松下政經塾)을 설립, 모든 원생들에게 3년간 숙식 등 모든 비용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일본 정·재계 요직에는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기부운동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느라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50년대 전쟁의 폐허 속에서 G20 국가로 발돋움하기까지 세계화의 대로를 따라 숨가쁘게 달려온 부작용은 적지 않았다.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양극화는 한층 심해졌고 입시·취업·승진 급기야 외모에서까지 경쟁을 부추기는 서글픈 현실은 우리 사회를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무한경쟁 시대로 몰아넣었다.

결국 남은 것은 극심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로 대가 없는 수고와 남을 돌아볼 줄 아는 여유를 잃었다.

게이츠와 버핏의 기부 운동에 감탄을 하면서도 남의 나라 얘기로만 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시민운동의 대부로 불리는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는 “부의 상속을 당연시 여기는 우리 문화에 게이츠와 버핏식 기부는 꿈도 못 꿀 일”이라고 지적했다. ‘선물경제’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넘어 초일류 국가가 되기 위한 새로운 과제라는 설명이다.

박 이사는 “우리 사회가 ‘잘 살아 보세’라는 구호 아래 물질적 풍요만을 위해 질주해오면서 정작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방향 감각을 잃어버렸다”며 “우리에게 소중했던 가치와 나눔과 배려, 공동체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것들이 한국 사회의 미래를 낙관으로 바꾸는 희망의 씨앗들이며 어지러운 현실의 조타수가 될 수 있다”고 박 이사는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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