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성 재무장하려면…세살 버릇을 잘 잡아야

입력 2010-10-13 11:13 수정 2011-09-1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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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베이션 코리아-초일류 국가의 조건] 도덕성의 재발견 下

도덕성 논란은 인간에게 숙명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권력투쟁이나 당파·파벌싸움의 발단은 도덕적 명분에서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문과 학파 종교 지역 등에 따라 각기 다른 도덕성의 잣대를 앞세워 피비린내 나는 투쟁을 벌여왔다. 이것 또한 인간의 숙명이리라.

하지만 어느 시대이건 도덕성에는 ‘날과 각’이 서있다. 도덕성은 그 가치와 의미, 이해가 다를 뿐 오랜 세월 시대와 문화를 상징하고, 구성원이 공유하는 특유의 날카롭고 선명한‘날과 각’이다.

한 고위 각료의 자녀 특채에서 일파만파로 확대된 각계 각층의 인사비리와 모 연예인의 해외 원정 도박과 병역 기피 의혹 등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 이상으로 날카롭고 선명한 도덕성의‘날과 각’에서 이탈한 ‘도덕성 불감증’에 여론의 뭇매가 쏟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범법 행위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처벌이 가능하지만 비도덕적 행위는 양심적 잣대에서 벗어난 것일 뿐이어서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비난의 대상이 된 사람은 무거운 양심의 가책을 떠안게 되기 때문에 도덕성의 잣대가 오히려 법의 테두리보다 한층 엄격한 처벌이 될 수도 있다.

도덕성 불감증을 근본부터 바로잡을 수는 없을까.

미국 심리학자인 로렌스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이론에 따르면 도덕성은 어린 시절 학습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평생에 걸쳐 도덕성이 발달하지만 특히 청소년기 동안에 발달한 가치가 평생 작용하기 때문이다. ‘세 살적 버릇 여든 살까지 간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다.

흔한 예로 “한 엄마가 업무 마감시간이 임박해서야 우편물을 발송하기 위해 우체국으로 가고 있다. 어린 아이를 집에 혼자 둘 수 없어 아이 손을 잡아 끌고 종종걸음을 친다. 찻길 하나만 건너면 우체국이지만 100m를 돌아서 횡단보도로 건너면 우체국이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 엄마는 잠깐 고민하다가 아이와 함께 4차선 도로를 한달음에 건넜다”

모 교육방송에서 부모를 대상으로 한 육아 프로그램에 나온 일례다. 이 아이는 엄마의 무단횡단을 어떻게 받아 들일까.

아이는 약간의 편의를 위해 남이 보지 않으면 사소한 공중도덕은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엄마는 아이 앞에서 중대한 실수를 했다.

스위스의 발달심리학자인 장 피아제에 따르면 아이들은 생후 12개월부터 자기가 속한 생활문화의 영향을 받고, 자아의식이나 행동에 대한 인식이 생긴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의 곽금주 교수는 “생각과 행동을 일치시킬 때 비로소 도덕이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한다.

곽 교수는 300명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도덕 지수가 높은 아이의 미래 인생관이 훨씬 더 긍정적이라는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부모가 아이의 어릴 적부터 도덕적 가치관을 올바르게 심어줘야 어른이 돼서도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벽 동국대학교 석좌교수가 강조하는 것도 도덕성이다. 그는 “과거에는 물질적으로는 빈곤했어도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웠다”면서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도덕성을 까마득히 잊고 살아왔다”고 지적했다. 삶에 치인 부모들이 자녀에 대한 도덕성 교육을 소홀히 하면서 그 후유증이 대를 물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치열한 경쟁 의식에서 비롯된 기회주의와 물질만능주의에서 비롯된 한탕주의는 모두 그릇된 가치관의 소산이라는 것. 세계를 대공황 이래 최악의 사태로 몰아넣은 금융 위기도 탐욕에 눈이 먼 도덕성의 부재에서 기인한 셈이다.

일본의 영화 배우이자 감독인 기타노 다케시는 “빨간 신호등이라도 다 함께 건너면 무섭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인 특유의 군중심리 폐해를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만큼 이제는 ‘빨간 신호등’에서도 기다릴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작은 신호위반에도 민감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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