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① 충격과 공포에도 요지부동 '엔高'

입력 2010-10-08 11:00 수정 2010-10-0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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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일본은행(BOJ)의 파격적인 완화정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였다.

일본은행(BOJ)은 소비 부진에 따른 물가 하락과 실업률 상승 등 디플레이션이 한층 심각해질 것을 우려해 초강수를 띄웠다.

지난 4~5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존 0.1%인 기준금리를 0~0.1%로 인하해 4년여 만에 제로금리를 부활시키고 5조엔(약 67조원) 규모의 자산매입 기금을 만들어 국채와 부동산투자신탁(REIT) 등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공급을 확대키로 결정했다.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5지수는 6일 급등한 뒤 소폭이나마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외환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일본 경제의 원동력인 수출기업들의 숨통을 조여오던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82엔대로 치솟았다.

5조엔을 현재 환율로 환산하면 600억달러로 비교적 적은데다 미국이 일본의 양적완화 수준을 능가하는 추가 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따라 달러 약세 기조가 계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엔화 값이 오른 영향이다.

결국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 요법도 15년만의 최고치로 급등한 엔화 강세와 소비 부진의 덫에 빠져 ‘잃어버린 20년’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를 잠재우지 못한 셈이다.

미즈호종합연구소의 구사바 히로가타 수석 이코니미스트는 “일본은행이 현 단계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정책이 일본 경제를 자극하는데 기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이 BOJ의 이번 결정이 엔고를 저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도쿄 포렉스 우에다 헬로의 이시카와 마사노부 애널리스트는 “예상외 발표에 놀라서 엔이 다소 팔렸지만 이 상황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엔에 대한 상승 압력은 앞으로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 추가 자산매입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설 뜻을 재차 시사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버냉키 의장은 5일 로드아일랜드 주의 공공정책 연구단체와의 만찬에 앞서 가진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효과의 규모에 대해 정확한 수치는 갖고 있지 않지만 자산 추가 매입은 금융시장을 완화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3월 종료된 첫 번째 자산매입 조치는 효과적인 프로그램이었다”고 평가했다.

버냉키 의장을 포함한 연준 당국자들은 지난 2주 동안 연준이 미 국채의 추가 매입을 빠르면 11월 23일 열리는 차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발표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라보뱅크 인터내셔널의 제인 폴리 수석 통화 투자전략가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연준의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고 전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11월 23일 열리는 FOMC에서 1조달러 규모의 유동성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관측이 실현되면 이번 일본은행의 양적완화 규모와는 비교조차 불가능해진다.

일본은행이 연준의 추가 완화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행이 일본은행은 이번 결정에서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물가 안정을 전망할 수 있을 때까지 실질 제로금리 정책을 지속하기로 하고 자산매입 기금 신설을 통해 향후 양적 완화 규모 확대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안전장치가 입막음에 불과한 것이어서 향후 추가 완화 압력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견해가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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