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성의 글로벌프리즘] 허드와 신상훈

입력 2010-09-09 07:03 수정 2010-09-28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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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절감의 귀재' '일중독자' '위기의 기업을 살리는 해결사'

▲국제부 민태성 부장
마크 허드 오라클 공동사장에 대한 글로벌 IT업계의 평가다. 허드는 1980년 현금지급기(ATM)로 유명한 NCR에 입사해 2003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방만한 경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NCR은 허드가 수장에 오르면서 기사회생에 나선다. 허드는 과감한 구조조정과 강력한 추진력으로 적자사업을 흑자로 돌려놨다.

허드의 CEO 재임 기간 NCR의 주가는 두 배 이상 급등했다.

허드는 2005년 휴렛패커드(HP)의 CEO로 자리를 옮긴다. 허드는 기업 모토를 '성장과 효율성 그리고 자본(Growth, Efficiency and Capital)으로 잡았다.

'IT계의 여제'라는 평가를 받았던 칼리 피오리나의 뒤를 이어 HP의 키를 잡은 허드에 월가는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피오리나 전 CEO 시절 무리한 확장과 매출 부진에 지쳐있던 투자자들에게 허드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2005년 20달러선에서 움직이던 HP의 주가는 지난 상반기 50달러 중반까지 올랐다.

허드의 업적이 무너진 것은 한순간이었다.

지난달 허드는 조디 피셔라는 마케팅 대행 계약업체 운영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혐의로 낙마했다.

그런데 이게 의문투성이다. 피셔는 성인물 영화에 출연한 배우 출신이다. 50세인 피셔는 나이에 비해 훌륭한 외모와 몸매를 보유한 여성이라는 평가다.

아무리 매력적인 여성이라도 연봉으로 수백억원을 받는 허드가 피셔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회사 자금 2만달러(약 2400만원)를 유용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허드가 HP의 해고를 받아들이면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 했다. 문제는 허드가 택한 다음 행선지였다.

그는 HP에서 나온 지 한달이 안돼 오라클의 공동사장에 취임했다.

허드의 오라클행에 대해 월가는 다시 환영 입장을 밝혔다. 유럽 금융권 위기가 재발하면서 7일(현지시간) 미국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했지만 오라클의 주가는 5% 이상 올랐다.

HP는 뒤늦게 대응에 나선다. 허드가 자사의 기업비밀을 공개할 수 있다며 법원에 소장을 낸 것이다.

IT업계를 그 누구보다 꿰뚫고 있다는 허드가 낙마 후 경쟁사로 이동할 것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알만한 일이다.

HP의 대응이 졸렬하게 보이는 이유다.

한국에서는 신한금융지주가 난리다. 신상훈 사장의 부적절한 대출과 횡령 혐의로 검찰 고소까지 들어간 상태다.

허드 스캔들을 접하면서 신한금융 사태가 오버랩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겠다. 업종은 물론 사태 발생 배경과 결과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영권을 둘러싼 암투라는 본질적인 문제는 같다. 양사의 CEO가 저질렀다는 '범죄'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기업에서 CEO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신한금융지주가 HP처럼 능력있는 CEO를 잃고 나중에 후회할지 아니면 신 사장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고 라응찬 회장이 회심의 미소를 지을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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