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① 누구나 총리되는 일본, 그 허와 실

입력 2010-09-07 16:37 수정 2010-09-08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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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평등주의로 경제는 뒷전

(편집자주 : 20년간 총리 14명, 5년간 총리 1인당 평균 재임기간 평균 12개월 미만. 현재 일본 정치의 현주소다. 이름을 기억할만하면 바뀐다는 냉소가 나올 정도로 잦은 총리 교체는 일본의 국정 혼란은 물론 성장 동력을 좀먹고 있다. 3회에 걸쳐 일본의 잦은 리더 교체의 배경과 부작용을 진단한다.)

<글 싣는 순서>

① 별난 평등주의로 경제는 뒷전

② 세습의 덫에 걸린 일본

③ 일본 최고의 총리는 기무라 다쿠야?

미국 팝 아트의 선구자로 불리는 앤디 워홀은 “누구나 15분간은 유명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워홀의 이 말을 일본 정계에 빗대, 누구나 총리가 될 수 있는 ‘워홀식 정치’가 다양한 측면에서 일본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최근 지적했다.

▲▲일본의 최근 역대 총리. (위 왼쪽부터) 하토야마 유키오(93대), 아소 다로(92대), 후쿠다 야스오(91대), 아베 신조(90대), 고이즈미 준이치로(87~89대), 모리 요시로(85~86대).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20년간 14명의 총리를 배출했다. 이는 같은 시기 이탈리아 총리 수의 2배에 달한다.

더구나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퇴임한 이후의 재임기간은 1인당 평균 12개월도 안 된다.

1년 전 역사적 정권 교체를 이룬 민주당의 집권 이후는 총리 교체 주기가 한층 빨라졌다는 지적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의 재임기간은 262일, 현재 취임 4개월째에 접어든 간 나오토 총리 역시 오는 14일 운명의 날을 앞두고 있다.

14일 치러지는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간 총리가 패할 경우 워홀이 말한 ‘15분’은 오자와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

FT는 이 같은 워홀식 정치가 다양한 이유에서 일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총리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정책방향이 발표된다. 민주당의 경우 1년 전 집권 당시, 감세와 자녀수당을 통한 성장을 목표로 하겠다고 약속해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3개월 전 간 총리가 취임하면서 집권 당시 공약은 완전히 달라졌다.

간 정부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공공부채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라는 인식에 따라 정권공약은 대폭 축소하는 대신 소비세율을 현재 5%에서 10%로 인상하는 안을 제시했다.

FT는 오자와가 당 대표 경선에서 이길 경우 이 같은 방침은 또 다시 바뀔 것이라며 결국 국민들에게만 혼란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향후 계획을 세우는데 혼선을 주어 경기 회복에 필요한 소비나 투자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야기다.

FT는 또 세탁기처럼 어지럽게 회전하는 정치가 관료주의로의 회귀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내비쳤다.

고이즈미 전 총리가 집권한 2001년 당시 일본의 정치와 경제 상황은 현재와 유사했다. 대규모 부양책에도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10년’과 디플레의 늪에서 벗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바뀌지 않으면 자민당을 부수겠다”는 공언과 함께 경제 회복을 위한 개혁의 초점을 ‘철의 삼각’인 정부 관료-정치권-기업 간의 끈끈한 유착관계를 끊는데 초점을 맞췄다.

덕분에 고이즈미 내각은 1955년 이후 자민당의 장기 집권 기간 동안 관료의 비리와 부패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유일한 정권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FT는 현재 상황은 관료들에게 주도권을 다시 내어줄 여지가 다분하다며 일본은행(BOJ)의 예를 들었다.

FT는 현재 일본은행이 독립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자유도는 전례없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일본은행에 디플레 퇴치를 위한 추가 금융완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은행이 차기 총리를 기다리며 주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FT는 일본은행이 지난 달 30일 엔고로 인한 경기 하방 압력을 줄이기 위해 일련의 조치를 취했지만 이는 형식적인 조치에 지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FT는 또 일본의 워홀식 정치가 일본의 동맹국들까지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오키나와 미군 기지 이전을 놓고 일본 정부와 협상을 해왔지만 여전히 마무리를 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 총리가 바뀔 때마다 상황은 원점으로 되돌아가 열띤 논쟁만 10년 이상 계속해왔다.

FT는 그러나 가장 우려되는 것은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자신이 2인자라는데 만족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역설했다.

FT는 지도자에 대한 신뢰 부재가 조직을 크게 약화시킬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방향감각을 깨닫고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으면 일본의 정치가들은 끝이 없는 공회전만 반복하게 될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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