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간 총리의 ‘도찐개찐’ 세제개혁

입력 2010-07-08 14:27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신임 총리는 직전 단명 총리들과는 다를 줄 알았다.

역대 총리들이 재계와 정계의 내로라하는 거물급 집안의 자손이었던 것과 달리 간 총리는 평범한 가정에서 자란 민초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경기 침체로 신음하는 민심을 달래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출범 당시 지지율도 60%대로 압도적이었다.

취임 1개월 만에 참의원 선거로 첫 성적표를 받게 된 간 총리. 출범 당시 60%에 달하던 내각 지지율은 최근 30%대로 반토막이 났다.

다름아닌 소비세율 인상론 때문이다.

역대 총리들이 정권 유지에 급급해 금기시하던 소비세율 인상 카드를 간 총리가 스스로가 꺼내든 것 자체는 평가 받을 만하다.

그러나 그의 주장대로 현재 5%인 소비세율을 10%로 올릴 경우, 100엔짜리 껌 한 통을 사고 10엔을 별도로 지불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지만 고가의 물건을 샀을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간 총리도 이 사실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단지 현재 일본의 경제 여건이 그의 제안을 받쳐주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

민심은 냉정하다. 거시 경제가 어떻든 당장 내 주머니 사정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냉랭해진 민심을 녹이기 위해 간 총리가 새로 꺼내든 카드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안이다.

하지만 이것이 소비세와 달리 소득세는 부자들에게만 집중된다는 점을 노린 얄팍한 수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서민이든 부유층이든 똑같은 유권자가 아닌가.

‘도찐개찐’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라는 말일 것이다. ‘도찐개찐’은 윷놀이에서 유래된 말로 도나 개나 거기서 거기란 뜻.

간 총리는 연간 소득 1800만엔(약 2억4700만원) 초과의 경우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현행 40%에서 더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무성에 따르면 소득세 최고세율을 1% 포인트 올릴 경우 늘어나는 세금은 350억엔에 불과해 900조엔에 달하는 국가부채에 비하면 새 발의 피.

괜스레 꺼내든 소득세율 인상 카드는 부유층 유권자를 외면한 처사라는 비난만 받게 됐다.

서민정치를 표방한 왜곡된 세제개혁이 간 나오토의 총리 수명까지 단축시키고 있다.

역대 정권이 보여줬듯이 지나치게 표심을 의식한 정치가 성공한 예는 없다.

간 총리는 참의원 선거를 사흘 앞둔 시점에서 앞서 단명한 총리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어설픈 카드로 표심을 자극하기보다는 냉정과 이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하이브와 갈등 직전…민희진, 뉴진스 MV 감독과 나눈 대화 보니
  • [유하영의 금융TMI] 위기 때마다 구원투수 된 ‘정책금융’…부동산PF에도 통할까
  • 피해자 부모가 오히려 탄원서를…다양한 ‘합의’의 풍경 [서초동MSG]
  • 한화그룹, 우주항공·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미래 신규 사업 발굴 [R&D가 경쟁력]
  • '돈가뭄' 시달리는 건설사…은행 건설업 연체율 1% 넘었다
  • 단독 광주·대구 회생법원 신설 추진…전국 5대 권역 확대 [기업이 쓰러진다 ㊤]
  • 드라마 '눈물의 여왕' 마지막화…불사조 김수현, 김지원과 호상 엔딩
  • 비트코인, 마운트곡스 상환 임박 공포에 후퇴…"이더리움 ETF, 5월 승인 비관적"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04.29 12:10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9,661,000
    • -2.89%
    • 이더리움
    • 4,593,000
    • -3.67%
    • 비트코인 캐시
    • 665,500
    • -4.59%
    • 리플
    • 726
    • -3.71%
    • 솔라나
    • 194,900
    • -6.16%
    • 에이다
    • 652
    • -4.68%
    • 이오스
    • 1,127
    • -4.65%
    • 트론
    • 173
    • -0.57%
    • 스텔라루멘
    • 160
    • -3.61%
    • 비트코인에스브이
    • 93,150
    • -4.56%
    • 체인링크
    • 19,790
    • -4.67%
    • 샌드박스
    • 635
    • -5.2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