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일의 부동산 메치기] 항우의 자만심

입력 2010-05-27 16:11 수정 2010-05-27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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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시장이 말이 아니다. 건설사들에 대한 1ㆍ2차 구조조정이 단행된 이후 지금까지 수많은 중견 건설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도 모두 주택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분양이 쌓이면서 '돈맥경화'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6월말 만기가 도래하는 PF대출금과 회사채 상환자금 마련은 꿈도 못꾼다. 중견 주택 건설사들의 상황에 패닉상태에 빠졌다고 볼 수 있다. 정부가 매스를 꺼내든 이유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자금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사들을 모두 솎아낼 계획이다. 옥석을 가리겠다고 굳은 의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정부는 무리한 주택사업 확장과 고분양가격이 미분양 주택의 증가를 가져왔다고 지적하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에서도 이번 구조조정 만큼은 엄중하고 강하게 처리해 줄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그동안 건설사들이 무너지면 한국경제도 동반 무너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던 일부 건설사의 목소리도 정부의 단호한 의지에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건설업체들이 겪고 있는 고통은 지옥불에 몸을 던진 것과 같은 상황이다. 과거 아파트를 짓기만 해도 분양이 됐던 시절. 위기관리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썻더라면 극한 상황을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하지만 이는 부질없는 상상일 뿐. 소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식의 태도를 보여봤자 누구하나 도와줄 사람은 없다.

6월말이 되면 건설사의 퇴출 명단이 발표된다. 한달 남짓 남았다.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주택 건설사들은 자신들의 과오를 질책할 겨를이 없다. 무너지거나 살아남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작금의 중견 주택건설사들은 중국 역사서인 사기(史記)의 항우본기에 기록되어 있는 초나라의 항우와 같은 신세와 흡사하다. 한때 천하를 풍미했던 항우가 초나라를 패망에 이르게 한 원인이 뭔지 아는가. 바로 자만심이다. 항우는 한왕 유방의 그릇을 언제나 자신보다 낮은 존재로 평가했고 그런 자만심이 바로 패망의 근본 원인이 됐다.

건설사도 마찬가지다. 집을 짓기만 하면 100% 분양이 될 것이라는 자만심에 빠져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사업을 벌려왔던 것이 끝없는 구조조정의 단초가 됐다.

다음달 실시하는 건설사 구조조정의 강도가 어느정도로 깊이일지 가늠하기 어렵지만 살아남는 기업들은 이번 위기를 타산지석 삼아 다시는 회사가 구조조정 대상에 거론되지 않도록 가열찬 노력을 경주해 줄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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