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유럽 재정위기로 채권 전략 지각변동

입력 2010-05-17 08:54 수정 2010-05-1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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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에서 회사채로...신흥국 채권 인기 ↑

유로존의 재정위기 사태를 계기로 신용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채권투자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국가 신용도가 흔들리면서 국채보다는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 선진국보다 재정적자 수위가 낮은 신흥국 국채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비즈니스가 최근 보도했다.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막고 유로화의 신뢰 회복을 위해 75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기금 마련을 발표한 뒤 시장은 한동안 잠잠했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의 재정 긴축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항의시위가 격해지자 그리스 정부가 지원 조치의 조건인 살벌한 긴축재정을 시행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감에 이달 초 시장은 다시 암흑천지로 돌변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시장이 국채 리스크 판단 재료로 활용하는 것은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스프레드. 이는 액면가격 100만달러 규모의 채권과 관련 디폴트 등의 신용 리스크에서 보호하기 위해 지불하는 보증료율을 베이시스 포인트(bp)로 나타내는 것이다.(1bp는 0.01%).

미 자산운용사 콜럼비아매니지먼트가 운용하는 ETF(상장투자신탁) ‘리버소스 이머징 마켓 본드 펀드(REBAX)’의 짐 칼렌 운용책임자는 “유로존 국가에서 소버린리스크의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다”며 “유로존 16개국은 각각 유로화 표시 국채를 발행하고 있지만 리스크 평가는 나라마다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유럽시장에서 특징적인 것은 유로존에서 신용도가 가장 높은 독일과 프랑스 국채에 자금이 몰렸다는 것.

독일과 프랑스의 CDS 스프레드는 안정적이지만 신용도가 낮은 국가들의 CDS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그리스의 5년만기 국채의 CDS 스프레드는 전날의 838bp에서 941bp로 급등했고 포르투갈 국채는 422bp에서 461bp로, 스페인 국채는 227bp에서 275bp로, 아일랜드 국채는 238bp에서 272bp, 이탈리아 국채는 187bp에서 232bp로 각각 상승했다.

독일 국채의 CDS 스프레드는 불과 5bp 증가한 60 bp에 그쳤다.

그리스뿐 아니라 포르투갈과 스페인 등 유로존이 아닌 EU의 재정적자국에 대해서도 ECB와 IMF가 채무보증을 실시할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확산되면서 유로 가치에 대한 하락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아이비 글로벌 본드 펀드(IVSAX)의 마크 바이셸 공동 운용책임자는 유로 하락 압력만 봐도 당분간 유로존 국가의 국채 매입은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전통적으로 채권 투자가들 사이에서 사채는 리스크가 높고 국채는 안전한 투자처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골드만삭스 산하의 자산운용사인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의 조나단 베이너 글로벌 채권투자 담당 CIO는 “현재 밸런스시트상의 리스크는 기업보다 정부 쪽이 높기 때문에 사채의 리스크가 높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각국의 국채 발행 규모가 기존보다 높아 시장 악화로 인한 소버린 리스크가 시장의 불안정 요인이 되고 있어 채권투자에는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럽의 국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권의 채권은 시장판도 변화의 수혜를 입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현재 상태에서는 투자가들이 중국 국채를 매입하기가 어렵고 일본 국채는 수익률이 지나치게 낮기 때문에 투자처로서의 매력이 부족하다는 제약이 따른다.

골드만삭스의 베이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아시아 외환위기가 촉발된 지 13년이 지난 지금, 신흥국 시장 개선의 상징으로 인도네시아 국채를 유망 투자처로 꼽았다.

국채와 사채의 상황이 역전된 것처럼 선진국과 신흥국 국채의 신용도에도 일대 변화가 일었다는 설명이다.

과거 신흥국은 채무 과잉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신흥국의 금융정책이나 재정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낮았지만 금융위기가 모든 것을 바꿔놓은 것이다.

선진국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0%대에 달하지만 대부분 신흥국의 국가부채는 GDP 대비 40% 수준이다.

미 자산운용사인 캐봇 머니 매니지먼트의 빌 라킨 채권투자 책임자는 '템플턴 글로벌 인컴 펀드(GIM)'를 추천했다.

GIM은 5~7년 만기 채권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의 79%를 국채로 구성하고 있으며 한국 인도네시아 폴란드 호주 브라질 등 신흥국 국채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GIM은 이달 3일 이후 약 10.3%의 가격이 하락해 현재 수익률은 5.28%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라킨 씨는 신용등급이 한층 높은 투자수단으로‘SPDR 바클레이스 캐피털 인터내셔널 트레저리 본드 ETF(BWX)를 권했다.

그는 유로 시세가 원래 수준을 회복하면 5%의 환차익에다 각국 국채에 대한 분산 투자를 통한 혜택도 누릴 수 있어 BWX의 안전성은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와델 앤드 리드가 운용하는 '아이비 글로벌 본드 펀드'는 현재 포트폴리오를 국채에서 사채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펀드는 금리나 환율 동향이 아닌 기업의 신용 리스크를 관리하는 포트폴리오 위주의 펀드를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와델 앤드 리드는 “2년만기 사채에 투자해 4~5년만기 국채와 같은 수준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특히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에 주목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부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으로 판단돼 국제 자본시장에서 국채와 사채가 모두 인기를 끌고 있다.

멕시코에 대해서는 “시장이 멕시코의 주택시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며 "멕시코 정부가 주택시장에 대한 지원책과 주택 수급의 균형을 맞추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금융서비스회사인 키 프라이빗 뱅크의 블루스 맥케인 수석 투자전략가는 미 국채에서 분산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는 유럽의 혼란이 진정될 때까지 분산투자를 연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로존 내의 재정위기로 투자자들이 패닉상태에서 매도를 시작하면 국채 가격은 한층 더 폭락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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