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미쓰비시 '랜서'vs폭스바겐 '골프'

입력 2010-03-29 13:56 수정 2010-03-2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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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서' 2천만원대, 높은 편의사양, 스포티한 성능...'골프' 높은 연비, 편의사양 빠진 게 많아

▲도산대로에 위치한 미쓰비시 전시장 앞에 미쓰비시의 '랜서'와 폭스바겐의 '골프'가 나란히 전시돼 있다.
얼마전 미쓰비자동차를 수입하는 MMSK는 자사의 엔트리급 세단인 '랜서'와 폭스바겐의 '골프' TDI 모델을 비교시승하는 고객행사를 한다는 보도자료를 보내왔다.

폭스바겐의 '골프'라 함은 독일 대중차를 대표하는 차이기도 하고, 국내에서는 동급 최강의 연비와 디젤엔진 특유의 힘으로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차다. 지난 2월에는 무려 388대나 팔려나갔다.

반면 미쓰비시의 '랜서'는 국내에 아직 인지도가 낮아 판매도 미비하고 연비도 '골프'에 비교해 낮은 편인데, 그 두 차종을 비교시승하는 행사를 마련했다는 점이 좀 의아했다.

기자는 그 의문을 풀어보고 싶어 고객으로 가장, 고객 시승행사에 직접 참여해 보기로 했다.

지난 27일 오후에 찾은 미쓰비시 강남전시장은 예전 이 전시장 앞을 지날 때의, 그 썰렁했던 기억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객들로 붐볐다.

젊은 연인들에서부터 자동차 마니아처럼 보이는 고객, 심지어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고객까지 차를 직접 시승해보고, 또 매장 한켠에 마련된 골프(스포츠)를 직접 쳐보기도 했다.

이는 이번 '랜서 골프치다'라는 행사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 미쓰비시가 랜서를 비롯한 파제로, 랜서 에볼루션등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골프' 앞바퀴서 진동과 소음 전해져

딜러를 소개받고 먼저 미쓰비시에서 마련한 폭스바겐의 '골프'를 시승해 봤다. 차를 타기 전, 딜러가 앞바퀴에 발을 올려놓으란다. 디젤엔진이어서 그런지 진동이 심하게 전해져 왔다. 딜러에 따르면 이 진동과 소음이 단거리 운전에서는 운전자에게 별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장거리 운전에서는 피로감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한다.

키를 꽂고 시동을 켰다. '골프'는 요즘 국산차에도 흔히 볼 수 있는 스마트키가 없다. 역시 럭셔리를 추구하는 여느 수입차들과 달리 독일 대중차의 대명사다운 모습이다.

가속페달을 밟고 도산대로 일대를 달려봤다. 디젤엔진을 장착했기 때문인지 초기 가속능력은 3000cc 가솔린차를 능가할 정도다. 어느새 계기판은 시속 100㎞를 나타낸다. 최고출력이 140마력에 이르고 32.6㎏·m의 강력한 토크를 뿜어낸다. 소음도 여느 디젤차 보다 조용했다. 하지만 가솔린차 보다 조용하지는 않았다.

공인연비는 무려 리터당 17.8㎞에 달한다고 하니, '골프'가 왜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같이 좋은 성능에도 불구, 내장재나 옵션등이 부족한 것이 눈에 띄었고 3390만원은 그리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골프' 높은 연비와 토크, 초기 가속력 강해...내장재나 옵션은 아쉬워

그 다음 시승해본 차량은 미쓰비시의 '랜서'. '랜서'는 지난해 1월 국내에 출시 이후, 환율과 경기침체등의 영향으로 판매가 부진했다.

▲기자가 미쓰비시 '랜서'를 직접 시승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미쓰비시는 최근 2010년형 '뉴 랜서'를 내놓으며 가격을 무려 600만원까지 낮추는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또한 그 배경에는 '랜서'가 우수한 성능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를 못받고 있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골프'와 똑같이 시승하기 전, 시동을 켜고 앞바퀴에 발을 올려놨다. 가솔린차여서 그런지 '골프'보다 훨씬 진동이 덜했다. 왜 우리나라에서 디젤세단이 인기가 없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랜서' 2천만원대 유일한 수입차...가죽시트, 스마트키 고급감 돋보여

'랜서'는 2990만원(다이내믹 트림)의 국내에서 유일한 2000만원대 수입차인데도 스마트키가 장착돼 있다. 이 스마트키로 사이드미러까지 전동으로 조정할 수도 있다.

또 가죽시트여서 고급감도 있어 보였고, 2000cc인데도 불구하고 실내가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뒷좌석에 앉아 봐도 무릎이 닿지 않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반면 '골프'는 앞좌석에 닿아 사실 좀 불편했고, 또 직물시트여서 발자국 흔적이 앞좌석에 지저분하게 묻어 있는 게 보였다.

'골프'와 똑같이 도산대로를 달려봤다. '랜서' 특유의 스포티한 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되, 조용한 승차감이 일품이었다. 최고출력은 145마력으로 '골프'대비 5마력이 더 높았고, 대신 토크가 19.8㎏·m로 상대적으로 낮아, 초기 가속력은 약해보였다. 대신 고속으로 치고 올라갈 때는 '랜서'에서 소음도 덜하고 무단변속기(CVT)를 장착해서 변속충격 없이 부드럽게 가속이 이뤄졌다.

계기판은 화이트와 블루의 선명한 색깔을 채택해 시인성이 좋아보였고, 특히 패들쉬프트가 있어 수동을 즐기는 운전자에게는 제격이었다. 또 다양한 기능들이 스티어링 휠에 거의 다 갖추고 있어 조작감도 편했다.

◆'랜서' 넒은 실내와 스포티한 성능...패들쉬프트까지 갖춰

'랜서'는 독립된 뒤 트렁크 공간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대신 '골프'는 해치백 스타일이기 때문에 별도 트렁크 공간이 없어, 짐을 트렁크에 실으면 운전 중에 짐이 움직이는 소리까지 운전석에 그대로 들릴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다 만약 김치가 트렁크에 있다면 냄새까지 감당해야할 정도.

'랜서'는 특히 락포트 포스게이트사의 고급 오디오 시스템을 장착, 운전의 즐거움을 배가시켜줬고, CD도 한번에 6개를 넣을 수 있다. 반면 '골프'는 일반 오디오에 CD도 1장 밖에 넣을 수 없다.

거기다 '골프'는 장거리 운전의 편리성을 위해 요즘 수입차들이 대부분 장착하고 있는 크루즈컨트롤 기능도 없었다. 대신 '골프'는 '랜서'에 없는 후진일렬주차를 도와주는 주차보조시스템인 '파크 어시스트'를 기본으로 장착했다. 하지만 이 기능은 우리나라에서 주차할때 주로 쓰는 평행주차에서는 소용이 없다.

연비는 '골프'가 리터당 17.8㎞로 '랜서'의 11.4㎞ 대비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골프'가 '랜서'보다 약 400만원 비싼 걸 감안하면, '랜서'가 절대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골프', 연비 좋은 대신 400만원 비싸...4년 후에나 '랜서' 대비 더 경제적

동승한 딜러에 따르면 1년에 약 1만5000㎞를 주행한다고 가정했을때 4년까지는 '랜서'가 더 경제적이라고 한다. 거기다 '골프'를 구매할 돈으로 '랜서'를 사고, 남는 400만원을 4년간 연 5%를 주는 적금에 넣어 두기만 해도 4년 동안 80만원을 벌수 있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특히 보증기간이 '골프'는 3년이고 '랜서'는 4년 /10만㎞이기 때문에 '랜서'가 더 경제적이다.무릎 보호 에어백을 포함한 총 7개의 에어백을 장착하는 등 안전성 측면에서는 '골프'와 '랜서'가 막상막하였다.

◆'랜서', 좋은 성능에도 불구, 낮은 브랜드 인지도 해결 관건

'골프'는 1974년 탄생이후 지금까지 2600만대가 넘게 생산된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이다. 국내에서도 깜찍한 디자인과 높은 경제성으로 충성도가 높은 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랜서'는 '골프' 못지않은, 혹은 더 우수한 성능과 사양 등을 겸비해 놓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시장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마디로 저평가 돼 있다는 것이다.

이건 어쩌면 시간이 흘러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져 자연스레 판매가 늘어나야 해결될 문제일수도 있다. 하긴 '골프'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지난 2006년에는 68대 판매에 그치지 않았던가. '랜서'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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