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중은행 횡령 보험금⋯ '한 건이냐, 세 건이냐' 30억 공방

입력 2026-07-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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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6-07-08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삼성화재, 614억 횡령 ‘한 사고’로 보고 20억 지급
1심은 세 차례 별도 사고 인정⋯총한도 50억 적용
표준약관 없는 상품⋯계약·사고 특성 따라 달라져

몇 년 전 발생한 A 은행 직원의 614억원대 횡령 사건을 두고 보험금을 어디까지 지급해야 하는지가 손해보험업계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삼성화재는 같은 직원이 저지른 범행을 ‘하나의 사고’로 보고 20억원을 지급한 반면, 1심 재판부는 세 차례의 횡령을 ‘별개의 사고’로 인정해 총 보상 한도인 50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삼성화재가 불복하면서 남은 보험금 30억원을 둘러싼 다툼이 이어질 전망이다.

8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A 은행은 2021년 삼성화재와 금융기관종합보험 계약을 맺었다. 금융기관종합보험은 금융회사가 임직원의 횡령·사기나 현금 및 유가증권 손실 등으로 피해를 보았을 때 약정 한도 내에서 보상해 주는 기업성 보험이다.

당시 A 은행이 낸 보험료는 약 10억원이었다. 사고 한 건당 보상한도는 20억원, 계약 전체 보상한도는 50억원으로 정했다.

보험금 청구 대상이 된 사고는 A 은행 직원이 2012년, 2015년, 2018년에 저지른 세 차례의 횡령이다. 연도별 피해액은 약 173억3000만원, 148억8000만원, 293억1000만원으로 총피해 규모는 614억 5000만원에 달한다.

지급될 보험금 규모를 가른 핵심 쟁점은 이 세 차례의 횡령을 ‘하나의 연속된 사고’로 묶을지, 아니면 ‘각각 별개의 사고’로 볼지였다. 삼성화재는 같은 직원이 벌인 범행인 데다 우리은행의 관리·감독 부실이라는 공통 원인이 있는 만큼 하나의 사고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사고당 한도인 20억원만 지급하면 된다.

A 은행은 범행 시기와 방법, 목적이 다른 만큼 세 건의 사고로 계산해야 한다고 맞섰다. 사고마다 건당 한도인 20억 원을 적용하면 총보상액은 60억 원이 되지만, 계약상 전체 한도가 50억 원이므로 최대 50억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서 삼성화재가 2024년 10월 선지급한 20억 원을 제외하면 30억 원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법원의 1심 판단은 A 은행의 판정승이었다. 재판부는 첫 번째와 두 번째 횡령 사이에 약 2년11개월,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이에 약 2년8개월이라는 상당한 시간적 공백이 있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아울러 범행 당시 해당 직원의 부서 내 직책과 자금 횡령 수법, 은닉 목적이 모두 상이했다는 점도 개별 사고 인정의 결정적 근거로 쓰였다.

손보업계는 이번 1심 판결을 업계 전반의 일반적인 계약 잣대로 해석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다. 개별 사건의 정황이 워낙 이례적인 케이스인 데다, 금융기관종합보험 자체가 정형화된 표준약관 없이 계약자 간 특약으로 조율하는 기업 간 거래(B2B) 상품이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기관종합보험은 표준약관이 없어 계약 조건이 제각각”이라며 “다만 통상적인 기업성 보험은 사고당 한도와 총 한도를 따로 두고 동일인의 연속된 범행을 한 건의 사고로 묶어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전은 향후 관련 보험 계약 시 ‘단일 사고’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다만 세 건이 모두 개별 사고로 인정받더라도 A 은행이 받을 최대 보험금은 전체 피해액의 10%를 밑도는 50억 원에 그친다. 금융기관종합보험이 대형 횡령 손실을 온전히 메우기엔 역부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 셈이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범행 수법과 각 손해의 원인, 연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단일 사고 여부를 가린다”며 “결국 개별 사건의 정황과 세부 계약 문구에 따라 적용되는 법적 잣대와 보상 한도가 달라지는 구조”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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