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000억 베팅…K바이오, 기술수출 넘어 임상 3상 간다

입력 2026-06-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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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켐바이오, 정부로부터 5000억원 유치
기술도입‧M&A 아닌 R&D에 집중 투자 계획
후기 임상 자금 확보…글로벌 신약 탄생 기대

▲서울 여의도 국민성장펀드 사무국 (사진제공=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국민성장펀드 사무국 (사진제공=연합뉴스)

그동안 후보물질을 발굴해 임상 초기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 하는 데 집중했던 K바이오가 자체적으로 후기 임상까지 수행하며 글로벌 신약 개발에 도전할 기반을 마련했다. 후기 임상은 수천억원의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국내 바이오 기업이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웠지만 정부가 장기·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후기 임상까지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리가켐바이오는 정부 주도 정책형 펀드인 국민성장펀드와 기관투자자 등으로부터 총 5000억원 규모의 직접 지분투자를 유치했다. 첨단전략산업기금 2500억원과 대주주 및 국내 기관투자자 2500억원이 참여하며 전환사채(CB) 1700억원과 전환우선주(CPS) 3300억원으로 조달된다. 투자 기간은 10년이다.

이번 투자는 국민성장펀드가 바이오 기업에 직접 투자한 첫 사례이자 상장기업에 대한 첫 직접 투자다. 리가켐바이오는 확보한 자금을 핵심 파이프라인의 후기 임상 역량 확보와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고도화에 투입할 계획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그동안 기술수출을 성장 전략의 중심에 두고 성장해 왔다. 신약 개발에는 통상 10년 이상이 걸리고 후기 임상으로 갈수록 수천억원의 개발비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대부분 기업은 후보물질의 안전성과 초기 유효성을 확인한 뒤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을 이전해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를 확보하는 방식을 택했다. 막대한 개발비와 실패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안정적인 연구개발(R&D)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실제 국내 바이오산업은 대형 기술수출 계약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그러나 후기 임상과 허가, 상업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장 큰 가치 상승분은 기술을 이전받은 글로벌 제약사가 가져가는 구조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이번 투자 역시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국내 기업이 후기 임상까지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확보한 5000억원을 인수합병(M&A)이 아닌 연구개발과 임상개발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다. 기존처럼 기술수출을 통해 연구개발 재원을 확보하는 전략은 유지하면서도 핵심 파이프라인은 자체적으로 후기 임상까지 수행해 개발 후반부의 부가가치를 직접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수십 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올해 다수의 임상 결과 발표를 앞뒀다. 매년 3~5개의 신규 임상 진입도 예상된다. 연구개발 투자도 공격적이다. 최근 3년간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은 2025년 153.37%, 2024년 90.01%, 2023년 237.14%에 달해 매출을 웃도는 수준의 투자를 이어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기술수출 중심이었던 국내 바이오 산업이 후기 임상을 병행하는 모델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규모 정책펀드를 통해 직접 투자하는 사례는 흔치 않은 만큼 기업도 성과로 보여줄 수밖에 없다”며 “이번 투자를 계기로 국내 기업들도 글로벌 임상 3상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 역시 글로벌 파이프라인과 블록버스터 신약 육성을 목표로 하는 만큼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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