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란 빅딜 가시화…브렌트유, 3개월 만에 70달러대 [종합]

입력 2026-06-1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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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MOU 서명 즉시 이란산 원유제재 완화 계획
호르무즈 해협 개방·동결자산 일부 접근 등도 예정
한국 등 각국 기업, 3000억달러 기금 투자 약정
“자금 이미 절반 이상 확보”
이스라엘·헤즈볼라 교전 재개는 변수

▲사진은 오만 무산담에서 16일(현지시간)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무산담(오만)/로이터연합뉴스)
▲사진은 오만 무산담에서 16일(현지시간)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들이 정박해 있다. (무산담(오만)/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서명식을 앞두고 석유 제재 완화와 대규모 투자 계획 등 빅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원유공급 정상화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전쟁 이전 수준을 향해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MOU 서명 즉시 이란산 석유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석유 판매 제재에 관한 면제 조항이 발동되면서 판매를 원활하게 진행하는 데 필요한 은행, 운송, 보험 등 필수 서비스 지원까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미국 고위 관리는 “이란이 석유 판매에 대한 대가로 제재 완화를 일시적으로 받을 수 있지만, 지속적인 완화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핵 프로그램 문제 등 미국의 요구사항에 대한 이행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7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5.82% 급락한 배럴당 76.05달러에 마감했고 8월물 브렌트유는 5.06% 내린 배럴당 78.96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브렌트유 가격은 이란 전쟁 직후인 3월 초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 선으로 떨어졌다.

MOU 서명식이 끝나면 호르무즈 해협도 전면 개방된다. 60일간 연장된 휴전이 끝나면 통행료 문제를 놓고 다시 양국이 충돌할 수 있지만, 일단 해운업계는 한시름 놓게 됐다. 이미 선박 통항은 조금씩 재개된 상태다. 비영리단체 이란핵반대연합은 이란의 원유 운반선인 디오나호가 이날 위치 추적 장치를 켠 채 차바하르항을 출발해 오만만을 빠져나갔다고 밝혔다. 이는 4월 미국의 해상봉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이뤄지는 해협 통과다. 독일 컨테이너 선사 하파그로이드는 성명에서 “(해협 재개방은) 우리 회사, 선원, 고객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라며 “남은 선박이 이번 주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이 이란에 3000억달러(약 453조원) 규모의 재건 기금을 조성한다는 내용이 MOU에 포함됐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그중 절반 이상이 이미 확보됐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한국, 일본,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 기업들이 투자 약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체 기업 목록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투자 약정은 에너지, 물류, 제조, 운송 분야에 걸쳐 있다”고 소개했다.

형식상으로 해당 기금은 민간 투자 수단으로 운용되며 재건이나 배상 프로그램으로는 다뤄지지 않을 예정이다. 그간 전쟁 배상이라는 표현을 경계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 자금이나 보조금도 포함되지 않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고위 관리는 “이란이 19일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에서 공식 서명하는 종전 MOU를 얼마나 잘 준수하는지에 따라 기금 조성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60일간의 휴전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핵 개발에 관한 추가 협상이 이뤄진 후 기금 설립이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동결한 이란 해외 자금이 일부 해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직 MOU에 담긴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동결자산에 대한 접근이 MOU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해외에 동결된 이란 자산은 약 1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상당수는 중국과 이라크 등지에 묶여 있다.

다만 이스라엘과 친이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여전히 교전을 벌이면서 미국과 이란의 최종 합의에 변수가 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고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를 향해 로켓 여러 발을 발사했고 이를 요격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의심 차량을 발견해 폭격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하탐 알안비야 중앙사령부는 “가혹한 대응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이 종전 MOU를 열람하는 것을 미국이 거절했다는 CNN방송의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묘한 긴장감도 돌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정권이 계속 독자적으로 움직인다면 중동 내 긴장감은 계속될 수도 있다. NBC뉴스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투 재개는 미국과 이란의 합의를 무산시킬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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