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전 두 시험대 선 추미애호…인사권 제한·공약 난관

입력 2026-06-1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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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장조 조례’ 소급 한계…경기미래투자공사, 조례·예산·인력 관문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15일 수원시 경기신용보증재단에서 열린 도지사직인수위원회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15일 수원시 경기신용보증재단에서 열린 도지사직인수위원회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
“이럴 때일수록 실력이 필요하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도지사직인수위원회 출범식에서 던진 한 마디가 취임 전부터 현실의 과제로 돌아오고 있다. 공정·혁신·포용을 내건 민선 9기 경기도정은 출범 전부터 두 개의 시험대에 섰다. 하나는 산하기관장 인사권의 제도적 한계이고, 다른 하나는 핵심 경제공약인 경기미래투자공사 설립을 둘러싼 실행 과제다.

16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추 당선인의 도지사직인수위원회인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는 분과별 업무보고에 들어가며 민선 9기 도정 설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취임 직후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산하기관장은 공석 또는 권한대행 체제 기관으로 제한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가 도지사와 출자·출연기관장 임기를 맞추는 조례를 마련했지만, 시행 전 임명된 기관장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경기도의회는 2025년 9월 ‘경기도 출자·출연 기관의 장 및 임원의 임기에 관한 조례안’을 의결했다.

조례는 도지사가 새로 선출될 경우 출자·출연기관장이 신임 도지사 임기 개시 전날 임기를 마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도지사 교체기마다 반복된 산하기관장 거취 논란을 줄이고 도정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조례 시행일은 2026년 1월1일로 정해졌고, 시행일 이전 임명된 기관장은 종전 규정을 따른다. 효력이 미치는 기관도 도지사가 기관장 임기를 조례로 정할 수 있는 출자·출연기관으로 한정된다. 제도는 마련됐지만 이번 교체기에는 즉시 효과가 제한되는 구조다.

현재 추 당선인이 7월 1일 취임과 동시에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곳은 경기평생교육진흥원,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 평택항만공사, 경기관광공사 등 공석 또는 권한대행 체제 기관으로 압축된다. 나머지 기관장은 자진사퇴나 법령상 사유가 없는 한 기존 임기를 이어갈 수 있다.

도정 핵심 정책과 맞닿은 기관일수록 제도적 제약은 더 크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와 경기교통공사는 지방공기업법, 경기연구원과 경기도의료원은 각각 관련 법령에 따라 임기가 보장된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과원), 경기신용보증재단(경기신보), 경기문화재단, 경기아트센터 등 주요 출자·출연기관도 시행 전 임명 기관장은 기존 임기를 적용받는다.

이들 기관은 민선 9기 핵심 과제와 직접 연결돼 있다. 경기주택도시공사는 3기 신도시와 공공주택, 경기교통공사는 광역교통,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반도체·인공지능(AI)·소재·부품·장비 산업 지원, 경기신용보증재단은 소상공인 금융안전망, 경기문화재단과 경기아트센터는 문화정책 실행의 축이다.

새 도정이 정책 방향을 빠르게 반영하려면 기관장 교체보다 업무보고, 성과관리, 예산 조정, 정책협약 등 행정적 수단을 먼저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경기도 산하기관 관계자는 이투데이와 통화에서 “인수위 출범 이후 기관장 거취와 업무보고에 대한 내부 긴장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공식 지침이나 통보가 없는 상황에서 교체 여부를 예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준비위원들이 15일 수원시 경기신용보증재단에서 열린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현판 제막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
▲추미애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준비위원들이 15일 수원시 경기신용보증재단에서 열린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 출범식에서 현판 제막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
비슷한 논쟁은 부산과 인천에서도 동시에 불거졌다. 부산은 이른바 ‘순장조 조례’가 처음 적용되는 사례다.

‘순장조 조례’는 단체장이 교체될 때 산하 출자·출연기관장과 임원의 임기를 단체장 임기와 맞추도록 한 조례를 비판적으로 부르는 표현이다.

부산은 시장이 연임되지 않고 새 시장이 선출되면 남은 임기와 관계없이 기관장과 임원의 임기가 새 시장 임기 개시 전 종료되도록 했다.

부산에서는 출자·출연기관 12곳의 기관장과 임원 등 88명이 6월 30일 임기를 마치는 구조다. 새 시장의 인사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지만, 실제 적용 단계에서는 행정 공백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부산은 일괄 공석을 막기 위한 임기 종료 3개월 유예 개정이 검토됐지만, 시의회 절차상 이달 안 처리가 어려워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도 같은 논쟁권에 들어섰다. 민선 9기 인천시장직 인수위원장을 맡은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산하기관장 거취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시장이 출범하면 협조하는 게 맞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했다.

인천시도 출자·출연기관장 임기 조례를 마련했지만, 7월 1일 시행 전 임명된 기관장은 종전 임기를 따르도록 했다. 이 때문에 임기가 남은 출자·출연기관장과 공사·공단 기관장의 일괄 조정은 쉽지 않은 구조다.

부산은 한꺼번에 비고, 인천은 정리 압박이 시작됐고, 경기도는 당장 바꾸기 어렵다. 세 지역의 상황은 다르지만 쟁점은 같다. 단체장 교체기마다 새 도정의 인사권과 공공기관장의 임기 보장 원칙이 맞부딪히고 있다.

경기도로서는 인사교체 폭보다 업무보고, 성과관리, 정책조정으로 새 도정의 방향을 얼마나 빠르게 반영하느냐가 현실적인 과제가 됐다.

도 안팎에서는 새 도정 초기 공공기관 관리 방식이 인사보다 성과체계 정비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관장 임기가 남아있는 기관의 경우 법령상 임기 보장을 전제로 하되, 민선 9기 공약과 맞물린 업무 조정과 예산 재배분이 먼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사권 제약과 함께 경기미래투자공사 설립도 추미애호의 핵심 검증대에 올랐다.

추 당선인은 후보 시절 인공지능, 반도체, 로보틱스 등 미래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경기미래투자공사 설립을 예고했다. 기존 보조금 중심 기업지원을 투자유치, 기업성장, 후속투자, 사후관리까지 연결하는 투자 행정으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추 당선인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운영해온 경기도 정책펀드인 G펀드를 확대해 반도체뿐 아니라 인공지능, 방산, 로보틱스 등 전략산업 전반으로 투자 대상을 넓히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특히 팹리스, 즉 반도체 설계전문기업 스타트업 초기 지원규모를 3000만원 수준에서 3억원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제시했다.

경기도 재원과 민간·연기금 자금을 결합한 모펀드, 즉 여러 자펀드에 투자하는 상위펀드를 조성하고 분야별 스타트업 펀드를 운용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경기미래투자공사 구상이 현실화하려면 조례 제정, 출자 규모 확정, 예산 확보, 행정안전부 협의, 기존 기관과의 기능 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경제자유구역청이 이미 기업지원·투자유치·산업공간 조성 기능을 나눠 맡고 있어 역할 중복 논란을 어떻게 정리할지도 과제다.

투자 기능을 전담할 전문인력 확보도 핵심 변수다. 투자유치는 단순 행정 지원과 달리 기업 발굴, 투자자 연결, 협상, 사후관리까지 이어지는 장기 네트워크 사업이다.

도 안팎에서는 경기미래투자공사가 기존 지원기관과 차별화되려면 공공행정 경험뿐 아니라 민간투자와 산업현장 경험을 갖춘 인력 구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지역정가 관계자는 “산하기관장 인사는 법과 조례의 틀 안에서 갈 수밖에 없지만, 정책 집행력은 인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기관별 핵심사업과 공약 이행 구조를 얼마나 촘촘하게 맞추느냐가 초기 도정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가동된 인수위 분과별 업무보고와 반도체 초격차 전략·인공지능 대전환 특별위원회 논의는 그 첫 절차다. 추미애호의 첫 시험은 기관장을 얼마나 바꾸느냐가 아니라, 제한된 인사권 안에서 조직과 예산, 공약 실행체계를 어떻게 재정렬하느냐에 맞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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