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산화 '반도체 생명수' 수질 日 턱밑 추격…유기물은 우위 [물의시대中]

입력 2026-06-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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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순수 이물질 환산치 국·외산 0.5 수준…日 소폭 앞서
용존산소·입자는 일본 우세…중금속·실리카는 '비슷'
국산화율 70→90% R&D 2단계 추진…실적 다변화 관건

정부 주도의 국산화 연구개발(R&D)을 거쳐 국내기술로 생산한 초순수의 수질이 외산에 근접한 것으로 파악됐다. 초순수는 물속 유기물·이온 등을 제거한 순수에 가장 가까운 물로,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공정에 꼭 필요하지만 고도의 수처리 기술이 필요해 선발주자인 일본산 초순수가 글로벌 시장을 오랜 기간 독점해왔다. 이제 막 국산 초순수 생산을 시작한 만큼 추가적인 수질 개선에 더해 판로를 넓혀 뚜렷한 실적을 쌓는 것이 관건이다.

15일 본지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부처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6월 기준 초순수 내 불순물 등 이물질을 '1'로 가정할 때 정부의 초순수 국산화 R&D 사업을 거쳐 현재 SK실트론의 반도체 웨이퍼 생산 공정에 쓰이는 국산 초순수 수질과 일본산 초순수(같은 공정 기준) 수질은 각각 0.5 수준으로 분석됐다. 초순수 성분 중 유기물을 제외한 평균 수질은 일본산이 미세하게 높지만 반도체 수율에 영향을 줄 정도의 격차는 아니라고 기후부는 보고 있다.

초순수는 반도체 웨이퍼 표면의 이물질 세척 등에 사용된다. 최종 생산까지 25~30개의 최첨단 수처리 작업을 거친다. 나노미터(nm·1nm=10억분의 1m) 단위의 초미세 공정이 필요한 첨단 반도체를 세정하는 물에 이물질이 많을수록 수율(웨이퍼 1장당 정품 칩 생산비율)이 나빠진다. 반도체급 기준 이온물질 농도 1ppt(1조분의 1) 미만, 용존산소 등 물속 기체 농도 1ppb(10억분의 1) 미만 등을 기준으로하는 초순수가 '반도체 생명수'로 불리는 배경이다.

1ppt와 1ppb는 각각 올림픽 규격 수영장(약 250만리터) 20개, 1만 갤런(3만8000리터) 수영장에 잉크 한 방울 정도의 불순물이 들어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잉크 한 방울(불순물)을 '1'로 볼 때 일본·국산 초순수의 이물질은 잉크 반 방울(0.5) 정도에 해당하는 셈이다. 다만 이는 기후부가 관계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초순수 수질 관련 로우데이터를 토대로 국·외산 초순수 수질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1을 기준으로 각 성분의 품질 현황을 알기 쉽게 평균치로 환산한 것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급 초순수의 중금속 기준은 1ppt(0.000000000001) 미만인데, 이를 기준으로 국·외산간 격차가 50% 난다고 해도 그 차이는 산술적으로 0.0000000000005 수준이다.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가 SK실트론 구미 2공장에 위치한 초순수 국산화 실증 플랜트 현장에서 전기탈이온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가 SK실트론 구미 2공장에 위치한 초순수 국산화 실증 플랜트 현장에서 전기탈이온공정을 점검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부의 이번 초순수 수질 환산 과정에서 기초자료가 된 초순수 성분 항목 중 △유기물 △용존산소 △입자 등은 자체 계측기로 측정했고, 초극미량 분석이 필요한 △중금속 △실리카 등은 초순수분석기업인 발라즈에 의뢰한 것이다. 발라즈의 초순수 수질 분석 단가는 샘플당 약 2000만원으로 전해진다.

환산 결과 중금속·실리카 농도는 국·외산이 비슷한 수준으로 분석됐다. 유기물 농도는 국산이 외산보다 약 30% 옅었고, 용존산소와 입자는 외산 농도가 국산에 비해 최소 4배 이상 옅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관계자는 "성분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치로 보면 외산과 비교해도 반도체 공정에서 수율에 특별히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후부가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산업 수출 규제에 대응해 초순수 국산화를 구상한 이후 7년 만의 성과다.

정부의 초순수 국산화 R&D는 2021년 총사업비 443억원 규모로 시작해 2024년 자외선 산화장치(유기물 제거)·탈기막(기포 제거)·이온교환수지(이온 제거) 등 초순수 생산 핵심공정 국산화, 실증플랜트 설계·시공·운영 국산화 등 1단계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현재 국내기술로 생산된 초순수는 SK실트론 공정에 투입되고 있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2단계 사업은 사업비 359억원을 들여 2030년까지 초순수 국산화 범위를 기존의 핵심 기자재에서 초순수 공급 배관 등 소재까지 확대해 초순수 공급 전과정 국산화율을 현 70%에서 90%까지 상향 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내년부터는 ppt 단위의 초극미량 분석기술 개발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과제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해외 분석업체에 돈을 들여 여러 차례 초순수 분석을 맡기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초극미량 수질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국산화 R&D 이후의 핵심 과제는 실적이다. 이미 초순수 국내시장은 경쟁력을 가진 일본, 프랑스 등 외국기업이 대부분 장악한 상태다.

초순수 설계·시공 분야는 일본 구리타·노무라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고, 운영은 프랑스 베올리아, 소부장도 일본, 유럽이 강세다. 특히 세계 초순수 관련 특허 70% 이상을 일본 3사(구리타·오르가노·노무라)가 보유하고 있다. 초순수 산업 규모는 작년 46조5000억원에서 2030년 57조7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라는 국내 실적부터 착실히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첨단 반도체 공정에 대부분 일본 등 외산 공정으로 생산된 초순수를 사용한다. 일본이 국내 초순수 시장에 진입한 시점은 1980년대. 기후부에 따르면 국산기술로 초순수를 생산할 경우 외산에 비해 20% 정도 저렴하다. 다만 수십년에 걸쳐 검증된 일본산 대신 후발인 국산 초순수를 당장 사용하기에 부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기후부는 지속적인 국산 초순수 경쟁력 개선을 추진하는 한편 실적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양대 반도체 대기업을 포함한 주요 첨단산업 분야 기업 공정에 국산 초순수를 직공급하는 방안 등을 각 기업들과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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