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아프리카만의 문제 아냐”…전문가들 “한국도 지원 적극 나서야”

입력 2026-06-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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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국제비상사태 선포…백신 개발보다 당장 필요한 건 인도적 지원

▲콩고민주공화국 부니아의 한 병원 앞에 16일(현지시간) 앰뷸런스가 세워져 있다. 부니아(콩고민주공화국)/로이터연합뉴스
▲콩고민주공화국 부니아의 한 병원 앞에 16일(현지시간) 앰뷸런스가 세워져 있다. 부니아(콩고민주공화국)/로이터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가 콩고민주공화국(DRC)과 우간다에서 확산하는 에볼라 유행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한 가운데 국내 전문가들이 한국의 적극적인 국제 공조를 주문했다. 국내 대규모 유행 가능성은 낮지만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갖춘 만큼 의료진 파견과 진단 기술, 백신 개발 지원 등 글로벌 보건안보에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2일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SMCK)가 개최한 ‘에볼라 유행, 국제 백신 동향과 한국의 의료 대응’ 미디어 브리핑에서 전문가들은 “에볼라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할 감염병”이라고 입을 모았다.

WHO에 따르면 이달 6일 기준 에볼라 확진자는 534명, 사망자는 93명이다. 치명률은 17.4%에 달한다. WHO와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Africa CDC)는 최근 아프리카 국가들의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5억1800만달러(7870억원) 규모의 국제 지원 계획도 발표했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에볼라는 반복적으로 발생했지만 아프리카 지역 감염병이라는 이유로 국제사회의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했다”면서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기업들의 관심도 제한적이었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세계적 수준의 진단 역량을 확보한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진단 기술과 연구개발 분야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백신 개발에는 글로벌 협력이 이뤄지고 있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IVI) 과학담당 사무차장은 “국제백신혁신연합(CEPI)이 분디부교 계통 에볼라 바이러스를 겨냥한 신규 백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기존 승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만큼 비교적 빠른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개발 중인 백신들은 기존 자이르 계통 에볼라 백신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다만 이번 유행 바이러스에는 기존 백신의 교차 방어 효과가 충분하지 않아 새로운 백신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IVI 역시 국제 연구기관들과 함께 백신 평가 시스템 구축과 연구 지원에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당장 필요한 것은 백신보다 현장 지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2015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유행 당시 시에라리온 긴급구호대에 참여했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유행 지역은 반군 활동이 이어지는 분쟁 지역으로 방역 인력 접근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백신과 치료제가 실제 활용되기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걸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그 기간에는 의료진 파견과 현장 방역, 인도적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며 “한국도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가진 국가로서 국제사회와 함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국내 민간 구호단체 활동에 대한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경없는의사회(MSF) 등 경험 있는 민간 의료진의 인도적 활동이 현재 제한된 상황이다. 너무 아쉽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뿐 아니라 민간 국제협력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볼라의 국내 유입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은 경계했다. 이 교수는 “에볼라는 코로나19처럼 공기 전파 감염병이 아니라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질환이다. 교민 안전 관리와 입국자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면 국내 대규모 유행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 “국내 유입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와 연대해 현장의 유행을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다. 감염병 대응 역시 글로벌 공공재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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