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 등 고부가 선종 재편한 결과
범용 선종, 한미 협력 ‘약한 고리’ 부상

미국이 자국 해군력 강화와 조선업 재건을 위해 동맹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조선업은 장기간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 재편을 거치며 범용 선종 생산 기반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한미 조선 협력이 군함을 넘어 상선 분야로 확대될 경우 협력의 연결고리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8일 산업연구원의 ‘경제안보와 한·미 조선 협력을 위한 선종 다변화와 해운 연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벌크선 건조량은 2009~2011년 395척에서 2023~2025년에는 3척으로 99% 급감했다. 자동차운반선도 같은 기간 34척에서 4척으로 줄었고, 중형 유조선과 소형 컨테이너선 역시 감소세가 뚜렷했다. 반면 고부가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은 57척에서 147척으로 늘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조선업이 구조조정을 거치며 대형 조선사 중심의 고부가 선종 위주로 재편된 결과로 풀이된다. 수익성은 전반적으로 높아졌지만 다양한 선종을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은 오히려 약해졌다는 평가다. 기자재 생태계도 양극화되면서 범용 기자재 업체들은 건조량 감소에 중국과의 가격 경쟁까지 겹치며 호황을 누리지 못하는 처지다.
이 같은 양극화는 한미 조선 협력이 본격화하는 국면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올해 초 상선단 확대 계획을 담은 해양행동계획(AMAP)을 발표했고, 내년 예산안에도 함정 확대와 조선 인프라 투자 등을 반영했다. 최근 미 해군도 현재 291척 규모 함정을 2031년까지 299척으로 늘리는 함정 건조 계획을 공개하며 동맹국의 제조 역량을 함께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미 협력이 군함뿐 아니라 전략상선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큰 만큼 현재 국내 생산 기반만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선종은 중국 의존도가 적잖은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 안보선대에 포함된 70여 척의 선박 중 일부는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됐다.
보고서는 정부 차원에서 국가필수선박을 확대해 선박 수요를 늘리고 세제 혜택을 병행해 중소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대형 조선사가 설계·엔지니어링을 지원하고 중형·중소 조선사가 건조를 맡되 프로젝트 보증도 함께 담당하는 협력 모델도 제시됐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HSG성동조선은 대형 조선사와 중대형 유조선을 협력 건조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러한 협력을 더 확대하는 모델”이라며 “한라IMS나 한국야나세처럼 중형·중소 선형을 건조할 수 있는 설비를 가진 중소 조선소와 대형 조선사 간 협력이 잘 이뤄진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