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담배가 흡연 제품을 넘어 폐기물 처리장의 위험 요인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제품 안에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담배처럼 소비된 제품이 버려진 뒤에는 배터리와 플라스틱, 금속이 섞인 소형 전자폐기물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은 지난해 6월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했지만, 전자담배와 여기에 끼워 쓰는 포드(교체용 액상 카트리지)가 여전히 매주 600만 개 이상 버려지고 있다. 가디언은 폐기물 처리업체들이 전자담배 안에 숨은 리튬이온 배터리를 화재 위험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영국 버밍엄 인근 수에즈 재활용 시설의 작업자가 전자담배를 망치로 부수고 배터리와 부품을 분리하는 장면을 소개했다. 전자담배가 작고 가벼운 제품처럼 보이지만, 폐기 단계에서는 일반 쓰레기처럼 처리하기 어려운 구조다.
2025년 수에즈의 영국 사업장에서 발생한 화재 670건 가운데 368건은 전자담배가 원인으로 확인됐다. 추가로 176건은 전자담배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류됐다. 아담 리드 수에즈 지속가능성·대외협력 책임자는 가디언에 "지난해 우리 사업장에 신고된 화재의 80% 이상이 전자담배가 원인으로 의심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자담배를 가정용 재활용품과 함께 버려도 된다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일회용 전자담배 금지는 폐기물 문제를 줄이려는 조치였지만, 폐기 현장의 부담은 이어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스티브 다니엘스 수에즈의 운영 관리자는 가디언에 "버려지는 전자담배의 크기가 달라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600회 흡입용 같은 작은 제품이 많았지만, 지금은 더 큰 충전식 제품이 많이 나오고 있고, 이들 제품에는 더 큰 배터리가 들어 있다"고 말했다.
리드 책임자는 전자담배 폐기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사용 빈도를 꼽았다. 전동칫솔처럼 오래 쓰는 배터리 제품은 폐기물 흐름에 자주 나타나지 않지만, 전자담배는 짧게 사용한 뒤 반복적으로 버려진다는 것이다. 그는 전자담배 한 개 가격에 안전 처리 비용을 반영하거나, 제품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모든 전자담배 소매업자에게 재활용 수거함 설치를 의무화했고, 영국 거리에는 1만500개 수거함이 마련됐다는 정부 입장도 함께 전했다.

국내에서도 전자담배는 리튬이온 배터리 사용 제품군에 포함된다. 지난해 7월 소방청은 5년간(2020~2024년)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화재가 총 678건 발생했고, 이 중 전자담배 화재는 10건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동킥보드(485건)와 전기자전거(111건)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전자담배 역시 배터리 안전 관리 대상에 포함된다는 점이 확인된다.
국내 전자담배 논의는 성분과 표시 문제에 집중됐다. 이에 따라 전자담배를 흡연 제품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폐기 단계의 회수·처리 문제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판매 단계에서는 담배 제품이지만, 폐기 단계에서는 배터리와 플라스틱, 금속, 액상 잔여물 등이 섞인 복합 폐기물이 된다. 다 쓴 전자담배를 담배꽁초처럼 버릴 경우 배터리 위험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담배처럼 팔린 제품이 배터리처럼 버려지는 만큼, 제조·판매·소비 이후 처리 책임까지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