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분 멈췄는데 500억”…삼성전자 파업, 더 무서운 건 ‘보이지 않는 손실’

입력 2026-05-1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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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10억 증발하는 초정밀 공정
고객 이탈·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실화 우려
재계 “긴급조정권 선제 발동 검토해야”

삼성전자 반도체 노조 총파업 가능성이 커지면서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단순 생산 차질보다 글로벌 고객 신뢰 훼손과 공급망 재편 가능성을 더 심각한 리스크로 보고 있다. ‘한번 멈추면 다시 돌리는 데 더 큰 비용이 든다’는 반도체 산업 특성이 국가 경제 전체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연속 가동을 전제로 설계된 초정밀 공정이다. 순간적인 정지조차 막대한 손실로 이어진다.

14일 반도체 업계는 삼성전자가 파업 현실화를 앞두고 생산량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품질 관리를 위해선 생산량을 파업 이전에 축소해 놔야 하는 탓이다. 품질 이슈가 생기면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 차질을 줘 공급량 축소 못지않게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2018년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정전 사고 당시 생산라인이 약 28분 멈추면서 약 500억원 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시간 단위로 환산하면 약 1071억원, 하루 기준 약 2조6000억원 수준이다. 분당 손실액이 10억원을 넘는 셈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도 지난달 안민정책포럼 세미나에서 “반도체 공장 가동 중단 시 분당 수십억 원, 일일 1조원 수준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 역시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18일간 파업 시 삼성전자가 입을 직접 손실은 10조~17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며 “간접 피해는 훨씬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가 더 우려하는 부분은 수치로 계산하기 어려운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송 교수는 핵심 리스크로 △글로벌 고객 신뢰 훼손 △대체 공급망 전환에 따른 영구적 시장 상실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 지연에 따른 기회비용 △핵심 인재 이탈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등을 꼽았다.

▲삼성전자 노사가 사후조정 최종일에도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되면서 총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1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정부는 추가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노조가 파업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최후 수단인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도 흘러나오는 분위기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삼성전자 노사가 사후조정 최종일에도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되면서 총파업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1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정부는 추가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노조가 파업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최후 수단인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도 흘러나오는 분위기다. 신태현 기자 holjjak@

특히 엔비디아·AMD·구글·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들이 공급망 안정성을 이유로 대체 공급선을 검토하기 시작하면 상황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은 공정 검증과 품질 인증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구조여서 한 번 거래선이 바뀌면 고객을 되찾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시장은 지금이 공급망 주도권 경쟁의 골든타임”이라며 “삼성전자 공급 안정성에 의문이 생기면 고객사들이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경쟁사 물량 확대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파업 장기화 시 중국 업체들의 반사이익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HBM과 고성능 D램 수요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 영향으로 견조한 상황이다. 이런 국면에서 삼성전자 공급량이 일시적으로 위축되면 CXMT(창신메모리), YMTC(양쯔메모리) 등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빈틈을 파고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이번 기회를 글로벌 고객 레퍼런스 확보 계기로 활용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 점유율 확대를 넘어 중국 반도체 굴기가 한 단계 가속화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거시경제 충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반도체는 한국 전체 수출의 약 35%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생산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세수 감소와 투자 위축, 수출 둔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거래하는 1754개 소재·부품·장비 협력사 생태계 전반에 연쇄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택캠퍼스 생산라인 1개당 협력사를 포함해 약 3만 명 수준 고용 효과가 발생하는 만큼 지역 상권과 고용시장에도 직접적인 부담이 될 수 있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긴급조정권 검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따라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때 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발동 시 30일간 모든 쟁의행위가 중단되고 중앙노동위원회의 직권 조정 절차가 진행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긴급조정은 파업 이후 발동 사례가 많았지만 반도체는 공정 특성상 사전 대응이 핵심”이라며 “라인 웜다운 작업이 시작되는 시점 이전에 판단이 이뤄져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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