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우리나라 수출물가가 28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근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의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는 데다 참치 등 냉동어류 역시 수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한 영향이다. 직전월 고유가 영향으로 폭등했던 수입물가의 경우 유가 급등세가 한풀 꺾이면서 깜짝 하락했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4월 수출입물가지수(잠정)'에 따르면 4월 한 달 간 수출물가지수(원화 기준)는 전월 대비 7.1% 상승한 187.40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8년 3월 이후 28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무려 40.8% 상승했는데 이 또한 1998년 3월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이 기간 수출물가 급등세에는 '대표 효자' 반도체와 농림수산품을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가 영향을 미쳤다. 실제 반도체가 포함된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수출물가는 한 달 전보다 7.1%, 전년 동기 대비 40.8% 올랐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의 수출물가지수는 198.3으로 2010년 8월 이후 15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농림수산품 수출물가도 한 달 만에 10.1% 뛰었다. 농림수산품 가운데선 냉동수산물 수출가격이 전월 대비 12.5% 상승했다. 1년 전과 비교 시 48.4% 상승한 수준이다. 이 팀장은 "가다랑어(참치) 등이 수출 냉동어류의 대표 품목"이라며 "어류 포획량 감소와 수요 증가, 해상 물류 가격 상승 등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전년 동기 기준으로는 경유와 제트유 등 석탄 및 석유제품 수출물가 상승세(120~130%)가 두드러졌다.
4월 중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2.3%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직전월 호르무즈 해협 통제로 수입물가가 16.1% 급등했던 것에 비해 하락 전환한 것이다. 이는 3월 큰 폭으로 상승했던 국제유가가 4월 들어 다소 진정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3월 평균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128.52달러까지 치솟았으나 4월 들어 105.7달러로 17.8% 낮아졌다.
주요 수입품목으로는 원재료가 원유(전월 대비 16.2% ↓) 등 광산품을 중심으로 전월 대비 9.7% 하락했다. 반면 중간재는 석탄및석유제품과 1차금속제품을 중심으로 2.1% 상승했고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물가는 0.4%, 0.2% 상승률을 기록했다. 환율 영향을 제외한 계약통화 기준 수입물가 또한 전월 대비 2.4% 하락했다. 주요 등락 품목을 보면 프로판가스 수입가격이 전월 대비 37.7% 뛰었고 알루미늄정련품도 10% 이상 상승했다. 메탄올도 한 달새 18% 높은 가격에 수입됐다.
이 팀장은 수출물가와 수입물가 방향이 엇갈린 배경에 대해 "수입물가의 경우 원유 가중치가 상당히 높은 품목들이 포함돼 있어 국제유가 하락이 큰 영향을 미쳤다"며 "반면 수출물가는 원유가 직접 포함되는 것이 아니고 물가 등락 영향을 받는 석유제품 가중치가 컸고 반도체 가격의 상승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간 순상품 교역조건지수는 수출가격(33.6%)이 수입가격(16.9%)보다 크게 오르면서 석 달 연속 두자릿수 상승률(2월 13% 3월 22.8% 4월 14.3%)을 이어갔다. 소득교역조건지수는 순상품교역조건지수(14.3%)와 수출물량지수(12.4%)가 동반 상승하며 28.5%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은은 5월 수출입물가 향방에 대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이 팀장은 "중장기적으로 AI(인공지능) 관련 반도체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가격 강세 속 수출물가 상승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중동 전쟁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원자재 공급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5월 수입물가 향방을 예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