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향상·설비 안정성 확보 목적
MRO·상선 건조 확대 위한 기반 다지기

한화그룹이 미국 조선 거점인 필리조선소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1분기 일시적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5300억원대 설비 투자를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며 미국 현지 조선 사업 확대를 위한 기반을 다지는 모습이다.
17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한화 필리조선소(Hanwha Philly Shipyard Inc.)의 올해 설비 투자 계획은 5310억원이다. 투자 기간은 2026년 1월부터 12월까지다. 보고서는 투자 목적을 ‘설비 등에 대한 투자’, 내용은 ‘생산시설 등 투자’로 기재했고, 기대 효과로는 생산성 향상과 설비 안정성 확보를 제시했다.
필리조선소는 2024년 한화오션이 북미 조선시장 진출을 위해 한화시스템과 함께 1억 달러를 들여 인수한 사업장이다. 한화는 지난해 8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의 일환으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7조원을 투자해 2035년까지 연간 선박 건조 역량을 20척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분기보고서에 명시된 5310억원 규모 설비 투자는 이 같은 중장기 투자 계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필리조선소는 한화가 미국 조선·방산 시장 진출을 위해 확보한 핵심 현지 거점이다. 미국이 중국에 뒤처진 자국 조선업 경쟁력 회복을 추진하는 가운데, 한화는 필리조선소를 통해 상선 건조뿐 아니라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부품 공급, 현지 생산 협력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
다만 필리조선소는 아직 정상화 초기 단계다. 올해 1분기 매출 1617억원, 분기순손실 425억원을 기록했다. 총포괄손실은 534억원이다. 한화시스템은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필리조선소 적자에 대해 올해 1~2월 미국 북동부 지역을 강타한 폭설로 조업 차질이 발생하면서 일시적 수익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 측은 연내 예정된 선박 인도와 수익성 높은 선종 건조가 진행되면 올해 중 적자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 지표도 정상화 기대를 뒷받침한다. ㈜한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필리조선소의 1분기 생산능력은 66만6222MH, 생산실적은 62만81MH로 평균 가동률은 93.07%를 기록했다. 한화오션의 가동률 98.35%보다는 낮지만, 인수 초기 미국 조선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공정 운영이 일정 수준 궤도에 올라와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미국 조선소 인수 이후 설비 안정화와 인력·공정 효율화가 진행되는 시기인 만큼, 단기 손익보다 생산성 개선 속도가 더 중요한 변수라는 평가다.
필리조선소는 마스가와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기대감과도 맞물려 있다. 한국 조선업계는 미국 조선업 재건 과정에서 상선 건조, 군함 정비, 설계·생산성 개선 분야에서 협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필리조선소의 생산성이 개선될 경우 한화는 미국 내 실질 생산 거점을 보유한 한국 조선사로서 차별화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한화오션도 미국 현지 거점과 국내 건조 역량을 결합한 사업 모델을 강조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사업 진출을 위해 한화디펜스 USA, 필리조선소와 협업해 주요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하며 다양한 직간접적 사업 기회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며 “한국의 건조 역량과 미국의 현지 생산 거점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비용, 납기, 정책, 리스크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