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심의에 업스테이지의 ‘솔라 오픈’ 모델을 기반으로 한 특화 인공지능(AI) '연.예.인'을 본격 도입했다. 1000개가 넘는 방대한 예산심의서를 제한된 시간 안에 검토해야 하는 비효율을 줄이고 심도 있는 정책 판단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과기정통부는 14일 세종 정부컨벤션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부터 국가R&D 예산 배분·조정에 ‘예산심의 특화 AI’를 본격 활용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협업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중 하나인 업스테이지의 ‘솔라 오픈’ 모델을 기반으로 예산심의 특화 AI를 개발했다.
독파모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컨소시엄 주관사는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세 곳이다. 이중 업스테이지 모델을 활용한 배경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가지고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이나 모델의 활용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파인튜닝 시간을 고려할 때 매개변수 2000억대(200B) 이상의 모델을 쓰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박상민 과기정통부 연구예산총괄과장은 “지난 5년간 축적된 약 5000여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예산요구서, 기획보고서, 전문위원 검토의견서 등의 데이터를 전처리·정제해서 솔라 오픈 모델을 추가 학습시켰다”며 “11일부터 전문위원들이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산심의 특화 AI는 대화형 질의를 입력하면 사전에 학습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정보와 검토 초안을 즉시 생성해 주는 예산심의 전용 대형언어모델(LLM)이다. 국가 R&D 예산심의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하는 ‘지능형 어시스턴트’ 역할을 수행한다.
김미미 과기정통부 기계정보통신조정과장은 “기술분야별 전문위원과 예산심의 담당자들에게 배정된 사업이 시스템에 이미 입력돼 있다”며 “사업의 목적과 세부 연구 내용을 정리해달라고 요청하면 수백 장에 달하는 사업기획서와 예산요구서 내용을 빠르게 요약해준다”고 설명했다.
예산심의 특화 AI는 지능형 유사·중복성 분석, 행정 프로세스 자동화 및 초안 생성, 실시간 기술정보 제공 및 사업 요약, 사업검토 협업 등의 핵심 기능을 제공한다. 시스템은 국가R&D와 관련한 일반적인 질문이 가능한 ‘중앙 질문창’과 사업별 예산심의를 진행하는 ‘예산심의창’으로 나눠진다. 예산심의창은 파일탐색(뷰어), 예산심의 대화, 문서편집 세 가지 창으로 구성된다.
이날 과기정통부는 해당 AI 서비스를 활용하는 모습도 시연했다. 음성 회의록이 문서로 변환되면 ‘체크포인트’ 지정을 통해 원하는 사업에 대한 회의록 추출도 가능하다. AI가 회의록에서 주요 내용을 요약하고 쟁점 분석까지 할 수 있다. 대화창 상단의 ‘초안 작성하기’를 누르면 예산심의서 초안을 AI가 자동으로 작성한다. 문서편집창에서는 다른 전문위원과의 협업도 가능하다.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의 연구 성과 데이터 1243만 건과도 API로 연동돼 NTIS 과제 분석 시스템을 통해서 유사 과제를 찾아낸다. 링크를 클릭하면 NTIS에 따로 로그인할 필요 없이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생소한 개념이나 신규 단어·기술에 대한 정보도 AI 서비스 내에서 바로 확인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매년 5~6월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운영위원회 산하 10개 기술분야별 전문위원 166명과 예산심의 담당자들은 예산 배분·조정을 위해 내년도 국가 R&D 사업의 계획을 심층 검토한다. 1000개가 넘는 사업들 간 유사·중복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회의록 요약, 검토의견서 작성 등 행정 업무 부담으로 인해 사업 검토에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특히 최근 10년간 국가 R&D 사업 수가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수만 장에 달하는 예산심의 자료를 제한된 기간 내에 검토하는 부담도 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예산심의 특화 AI가 도입되면서 전문위원들의 불필요한 행정업무를 50% 이상 절감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정교한 검토의견 작성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
3일 동안 시스템을 활용한 전문위원들은 잠드는 시간이 지난해에 비해 2시간 빨라졌다고 입을 모았지만 보완점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임재혁 전문위원은 “초반에 업무와 관련없는 질문을 했더니 결과물에 할루시네이션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전문위원도 2년마다 바뀌기 때문에 시스템 내에서 최적화된 답변을 얻기 위해선 클로드의 ‘스킬’처럼 자동화된 워크플로우를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특화 AI 개발은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이 지난해 취임 이후 국가 R&D 예산심의의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AI를 활용할 것을 제안하면서 추진됐다. 과기정통부는 다층적 유사사업 분석 기능 고도화 및 정부 R&D 투자 포트폴리오 분석을 넘어 2027년까지 심의 담당자 수준의 검토의견 생성까지 가능하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