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주주 주식매수청구권에도 공정가액 적용
AI 개인정보 활용 특례법도 같은 날 상임위 의결

상장사가 합병할 때 합병가격을 주가만으로 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자산·수익 가치까지 함께 따져 '공정가액'을 매기도록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주식을 되팔 때 받는 가격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 법이 최종 시행되면 저평가된 주가를 빌미로 소액주주를 밀어내는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4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위원장 대안으로 의결했다. 22대 국회 전반기 정무위 마지막 회의에서 처리된 안건으로,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오른다.
현행 제도는 상장사 합병가격을 일정 기간의 평균 주가로 계산한다. 시장가격을 그대로 반영하니 셈법은 간단하지만, 주가가 기업의 실제 가치를 제대로 담지 못하면 그 회사 주주는 불리한 합병비율을 떠안아야 했다. 개정안은 합병가액(두 회사를 합칠 때 매기는 가격)을 주가와 자산가치, 수익가치를 종합한 공정가액 방식으로 바꿔 이런 구조를 손봤다. 이사회가 합병의 타당성을 담은 의견서를 작성·공시하도록 법에 못 박고, 외부 전문기관의 평가와 공시 의무도 강화했다.
핵심은 주식매수청구권(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자기 주식을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에도 공정가액 기준을 연동한 점이다. 지금은 이 가격을 이사회 결의일 이전 주가로 산정하는데, 합병비율은 자산·수익 가치로 따지면서 반대주주가 받는 값만 주가에 묶어두면 소액주주 보호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자산운용업계는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이 매수가격을 정할 때 현금흐름할인법과 수익 전망 등을 폭넓게 본다는 점을 들어 제도 정비를 요구해왔다.
인공지능(AI) 개발에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두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치면, 이미 적법하게 모은 개인정보를 AI 기술 개발에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익명·가명 처리만으로는 개발이 어렵고, 안전장치를 갖췄으며, 정보주체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현저히 낮은 경우 등 요건을 모두 채워야 한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이밖에도 여러 민생·공정 관련 법안이 처리됐다.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할부거래법 개정안, 법원의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제출 명령권을 강화한 하도급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보험사기나 유사수신행위로 법을 어긴 사람이 보험 모집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막고, 업무정지를 갈음한 과징금 부과 근거를 둔 보험업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공범을 밝힐 증언이나 자료를 내면 형을 감경해주는 '리니언시'(사법협조자 형벌감면제도)를 도입한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 역시 상임위를 넘었다.



